새누리당 공중분해 위기

신헌철 2016. 5. 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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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 집단 보이콧에 '비박' 비대위·혁신위 무산, 김용태 혁신위원장 사퇴

◆ 새누리 공중분해 위기 ◆

김용태 의원
총선 참패 한 달여 만에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이 또다시 폭발했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사실상 '루비콘강'을 건너면서 새누리당이 자칫 분당(分黨) 위기에 휘말릴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17일 전국위원회 등을 열고 혁신위원회에 당 혁신을 위한 전권을 부여하는 쪽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안도 의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친박계의 집단 보이콧으로 인해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 모두 참석자가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면서 회의 자체가 결렬됐다.

앞서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하게 된 정진석 원내대표는 비박계 중심으로 비대위를 구성했고, 혁신위원장에는 40대 강성 비박계인 김용태 의원을 내정한 바 있다. 그러자 친박계 20명이 지난 16일 집단성명을 내고 비대위 구성안에 반발한 데 이어 이날 전국위 자체를 불발시킨 것이다.김용태 의원은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새누리당에서 정당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용서를 구할 마지막 기회를 잃었다"고 울먹였다. 이어 "국민에게 무릎을 꿇을지언정 그들(친박계)에게 꿇을 수는 없다"며 "혁신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전국위원회 사회를 맡을 예정이었던 정두언 의원은 "(새누리당은) 정당이 아니라 패거리 집단"이라며 "동네 양아치들도 이런 식으론 안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새누리당은 계파를 불문하고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다. 보이콧을 주도한 친박계는 비박계에 당내 권력을 내주는 것은 일단 저지했지만 계파 패권주의라는 여론의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친박계는 "정진석 원내대표가 자초한 일"이라며 "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방관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세 대결에서 밀린 비박계 쪽에선 "더 이상 친박과 함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분당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김용태 의원은 이날 "대한민국과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분명히 국민의 뜻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소 이른 전망이긴 하지만 유승민 의원 등 새누리당 탈당파와 당내 비박계가 손잡고 독자 세력화를 모색할 가능성도 대두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은 지난해 유승민 당시 원내대표의 사퇴와 지난 4·13 총선을 위한 당내 공천 과정 등을 거치며 갈수록 심화됐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등 친박계가 주도한 인위적 공천 배제는 민심이 집권 여당에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고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는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최경환 의원 등 친박계 핵심들도 총선 이후 대외 행보를 자제하면서 원내대표 후보 경선에 친박계 출마를 스스로 저지하기도 했다. 대신 중립 성향의 정 원내대표를 사실상 지원해 당선시켰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한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와 혁신위 구성에서 친박계를 소외시키자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다며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계파 갈등이 예상보다 빨리 폭발한 상황이지만 사태를 수습할 능력도 없는 게 집권 여당의 현주소다. 최고위원회가 공중분해된 상태이기 때문에 결국 정진석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중재안을 찾아야 하지만 친박·비박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점을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극심한 내분 속에 상당 기간 표류하면서 박근혜정부의 국정 운영에 짐이 되는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신헌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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