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글쓰기는 나에게 밥..자유·위안 준다"

김유태 2016. 5. 17. 17: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소설가 부친이 10살때 타자기 선물..36년뒤 세계적 작가로

◆ 한강, 맨부커상 수상 / 소설가 한강은 누구 ◆

"내 몸에 머물렀던 소설은 가장 먼저 내 존재를 변화시킨다."

2002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된 '그대의 차가운 손'의 '작가의 말'에서 소설가 한강은 소설의 근원을 '존재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몸에서 머무르던 한 단어와 한 문장을 극도로 섬세하게 써내는 외연, 존재로서 인간에 대한 고민을 담은 심연은 한강 소설의 시작과 끝이었다.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도 그와 같았다. '채식주의자'는 "나무가 되고 싶다"는 한 여성의 결심을 겨냥한 폭압의 서사다. "더 이상 나는 동물이 아니다"라는 다짐으로 햇빛과 물로만 살겠다는 주인공 영혜를 남편, 형부, 언니의 시각에서 묘사하며 폭압과 저항을 그렸다. 단편 '채식주의자'는 계간 '창작과비평' 2004년 여름호에, '몽고반점'은 계간 '문학과사회' 2004년 가을호에, '나무 불꽃'은 '문학 판' 2005년 겨울호에 실렸다가 2007년 10월 지금의 제목으로 출간됐다. 한강은 지난달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혼자 장편소설을 연재한다는 기분으로 썼다"고 회고했다.

한강은 소설가 한승원(78)의 장녀다. 부친에게서 안 쓰는 타이프라이터를 장난감으로 선물 받은 뒤 '10세 소녀' 한강은 "자음과 모음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단어들의 모양과 소리, 느낌이 신비로웠다"며 글쓰기에 매료됐다.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던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詩)로, 이듬해 신춘문예에 소설로 등단했다. '샘터' 출판부와 '출판저널'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1995년부터 전업 작가의 길을 묵묵히 걸었다.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는 이날 수상 직후 "강이는 이미 나를 뛰어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말했다. 한승원 소설가는 1988년 '해변의 길손'으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부녀(父女)는 17년의 간극을 두고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한강의 가정은 전형적인 문인 집안이다. 오빠 한동림도 정식 등단해 소설가로 활동 중이고, 남편은 문학평론가인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교수다.

소설가 한강은 등단 후 23년간 여섯 권의 장편과 세 권의 단편집, 한 권의 시집을 냈다. 이달 말에는 시소설이란 독특한 장르의 '흰'을 문학동네 임프린트 난다에서 낼 예정이다. '흰색(白)'이 모티프로, 강보 배내옷 달떡 안개 젖 초 성에 백야 등을 주제로 흰빛의 사물과 자연을 그려냈다.

△"소설은 인간에 대한 질문을 정연하게 해준다. 소설보다 산다는 게 더 고통스러운 일이다." (지난 4월, 매일경제신문 인터뷰 중)

△"언젠가부터 글쓰기는 나에게 밥 같은 것이었다. 자유와 위안, 충일로 몸을 덥혀주는 밥." (2005년, 제29회 이상문학상 수상소감 중)

[김유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