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습기피해 지원금' 검토..피해자는 100억 소송

김규식,김윤진,박은진,박윤구 2016. 5. 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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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최대 110만원·최장 6개월 긴급복지지원檢, 롯데마트·홈플러스 제조책임자 첫 소환시민단체 60여곳 옥시 2차 불매운동 돌입페브리즈 이번주 성분 공개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대표(오른쪽)가 16일 소송 대리를 맡은 황정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동대리인단 단장과 함께 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후 정부와 살균제 제조·판매 업체를 상대로 100억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 소장을 들고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해 긴급복지지원을 동원하고 근로자생활안정기금으로 지원하는 등 포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긴급복지지원은 가구의 주요 소득자가 질병, 학대, 폭력 등으로 생계 유지가 곤란해졌을 때 지원하는 제도로 보건복지부가 집행한다. 또한 근로자생활안정기금은 긴급하게 목돈이 필요하거나 생계가 곤란한 근로자에게 장기 저리로 돈을 빌려주는 제도다. 정부는 이 같은 긴급구호제도를 적극 활용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6일 "기획재정부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어떻게 지원할지를 놓고 재원 조달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늦어도 17일까지 대책을 마련해 국무총리실에 보고하고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와 협의해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우선 긴급복지지원의 경우 생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판명되면 월 최대 110만원씩 6개월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근로자생활안정기금은 연간 2.5% 금리로 1년 거치, 3년 상환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생계가 어려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또한 옥시 측에서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기부금을 출연할 경우 무이자로 지급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과 별개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이날 정부와 가해 제조·유통 업체 22곳을 상대로 112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민사소송을 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날 원고 총 436명을 대리해 서울중앙지법에 전자소장을 제출했다. 원고들은 정부 피해 조사에서 1~4등급을 받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다. 직접적인 피해자만 235명에 달하며, 그 가운데 사망자는 51명이다. 현재 사망자들은 5000만원, 폐 손상 등 질병에 걸린 피해자는 3000만원을 각각 청구한 상태다.

피해자 공동대리인단 단장인 황정화 변호사(49·사법연수원 35기)는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법원의 감정을 거쳐 청구 금액이 5~10배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수사 범위를 유통 업체들로 확대했다. 검찰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넣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용마산업 대표 김 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옥시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제조법을 베껴 각각 2006년과 2004년 유사 PB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유통 업체는 옥시 제품을 벤치마킹할 당시 PB 상품 전문 컨설팅 업체로부터 제품을 출시해도 괜찮은지 검토를 거쳤다. 롯데마트는 외부 업체인 D사로부터, 홈플러스는 회사 내 자체 조직의 자문을 받았다.

검찰은 이날 김씨를 상대로 두 유통사의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하게 된 배경과 제조 과정에서 유해성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김씨 다음으로 흡입 독성 실험을 하지 않고 제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의사 결정을 책임졌던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총 41명(사망자 16명), 28명(12명)의 피해자를 냈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 주도로 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이날 참여연대 등 60여 개 시민단체는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옥시 불매운동을 이달 말까지 연장하고, 17일부터 31일까지를 2차 집중 불매운동 기간으로 선포했다. 시민단체들은 2차 집중 불매운동 기간에 대형 유통 업체를 비롯해 불매 참여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업자들에게 항의하고 옥시·롯데마트·홈플러스·이마트 등의 경영진을 만나 약속 이행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날 한국피앤지(P&G)는 다국적 생활용품 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유해성 논란이 일고 있는 페브리즈 탈취제의 성분 내역을 이번주 중으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다고 밝혔다. P&G는 이와 함께 환경부에도 해당 성분 자료를 이미 제출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페브리즈 섬유탈취제에 포함된 제4급 암모늄클로라이드(암모늄염)라는 성분이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점을 의식한 조치다. 제4급 암모늄염은 살균·소독·보존력이 있어 소독제와 탈취제 등에 쓰이는 화합물이다. 한국P&G 관계자는 "페브리즈에 사용되고 있는 보존제 성분은 미국 환경보호국(US EPA)과 유럽연합(EU)에서 방향제·탈취제용으로 허가된 성분으로 안전성이 이미 검증된 바 있다"고 말했다.

[김규식 기자 / 김윤진 기자 / 박은진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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