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유지..野 "협치 어긋나는 일"

안두원,정석환 2016. 5. 16. 17: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보훈처 "국론분열 우려" 2野 "보훈처장 해임결의안"협치, 물 건너가나..이념갈등 재점화 우려정진석 "유감..재고해주길"20대 국회 시작부터 삐거덕

정부가 올해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제창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과 국민의당 두 야당이 거세게 반발했다. 두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청와대 회동 이후 형성된 협치 분위기가 백지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 제출에 공조한다는 방침이다.

국가보훈처는 16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원하는 사람만 따라 부르는 '합창'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보훈처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금년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공식 식순에 포함해 합창단이 합창하고 원하는 사람은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겠다"며 "참여자에게 의무적으로 부르게 하는 제창 방식을 강요해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보훈·안보단체와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 청와대는 별도의 입장 발표 없이 "보훈처의 발표 내용을 참고해 달라"고만 밝혔다.

두 야당은 "협치와 소통이 무효화됐다"며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5·18 당일날 이 정권이 어떻게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국정 운영의 큰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며 "박지원 원내대표와 통화했다. 만약 (지정곡 문제 및 제창이) 이뤄지지 않으면 20대 국회에서 해임촉구결의안 채택으로 가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역시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시작 전 회의장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틀어놓는 등 강력한 대응 방침을 밝혔다.

 새누리당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아직 이틀이 남았으니 다시 한번 재고해주길 요청한다.

 국무총리에게도 전화해서 전향적인 방안을 찾아보라고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장 해임촉구결의안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정 원내대표는 "야당이 하는 것에 대해 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는데 나는 거기(해임결의안)에 동참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제창 불가 결정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에게 전화로 먼저 전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현 정무수석과의 통화를 언급하며 "현 수석이 보훈처에서 국론 분열 염려가 있어 제창을 하지 못하고 과거처럼 합창을 하고 따라 부르고 싶은 사람은 따라 부르도록 한다는 현행 고수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오전 7시 48분께 박 원내대표와 통화한 현 수석은 우 원내대표와 오전 10시 39분께 통화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 수석이 박 원내대표와 먼저 통화한 뒤 각종 회의로 우 원내대표와 통화할 타이밍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여당인 새누리당 역시 재고를 요청하기는 했지만 남은 기간에 이번 결정이 번복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다.

 정 원내대표는 13일 '청와대 회동' 이후 박승춘 보훈처장을 만나 설득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의 설득도 별다른 소득이 없었던 만큼 보훈처가 자신들 결정을 뒤집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보훈처의 결정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동 이후 형성된 '협치' 분위기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만일 5·18 기념식장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제창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정권에 협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지난 청와대 회동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만큼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20대 국회가 '냉전 분위기' 속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부 보수단체에서 이날 보훈처의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자칫 이념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김용태 신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 문제를 없었던 것처럼 지나갈 수는 없다"고 밝힌 만큼 막판 대타협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안두원 기자 / 정석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