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범 툭하면 집유 "판사님 판결 이상해요"
16일 서울남부지법에 따르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회사가 합병한다는 정보를 이용해 미리 주식을 매수하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된 콜마비앤에이치(BNH) 임직원 6명에 대한 재판에서 법원이 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앞서 지난 12일 법원은 콜마비앤에이치에서 합병 업무를 담당했던 재무담당 상무 김 모씨(45)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2000만원을 선고했다. 지난 3일 선고공판에서는 콜마비앤에이치 연구소장(상무)이었던 권 모씨(58)와 합병 업무를 담당한 직원 이 모씨(46) 등 4명도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보다 앞선 3월 24일에는 미공개정보로 2억5000만원어치 부당이득을 취한 직원 양 모씨(35)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말 검찰은 합병 업무를 담당하면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회사 임직원 8명을 적발했고, 이 중 6명을 재판에 넘겼다. 또한 콜마비앤에이치 측과 합병 작업을 담당하면서 정보를 유통한 증권사 간부 이 모씨(43), 이씨에게서 정보를 받아 스팩 주식을 매수한 G에셋 대표 윤 모씨(43) 등도 기소했다. 증권사 간부 이씨와 투자회사 대표 윤씨 등도 집행유예를 받으면 이 사건으로 기소된 당사자 가운데 실제로 복역하는 사람은 없게 된다.
이 사건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자본시장 공정성을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선 증권사범들도 상대적으로 가벼운 형을 받고 있다.
지난해 여의도 증권가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한미약품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 주범인 펀드매니저(전직 애널리스트) 양 모씨(30)와 한미약품 연구원 노 모씨(27)도 재판 결과 집행유예를 받았다. 검찰은 노씨와 양씨에게 추징금과 함께 각각 징역 2년과 3년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국내에서 증권범죄에 대한 법정 형량은 결코 낮지 않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미공개정보 등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거두거나 손실을 회피하면 10년 이하 징역 또는 이익(손실회피금액)의 1배에서 3배에 이르는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실제 법원 판결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4년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범죄(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등)' 부문에서 전체 105건 중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71.4%(75건)에 달했다. 공시 위반, 허위 재무제표 공시, 회계정보 조작 등 '자본시장의 투명성 침해 범죄' 부문에서는 집행유예가 88.9%에 이르렀다.
또한 양형 기준보다 형이 감경되는 사례도 상당하다. 자본시장의 공정성 침해 사건의 경우 전체 사건 가운데 법원이 정한 양형 기준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것은 12.4%인 데 비해, 형이 감경된 비율은 그 배가 넘는 28.6%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미공개정보 이용과 시세조종 등 증권사범에 대한 국내 사법당국 처벌이 관대한 점이 증권범죄 재범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시세조종이나 미공개정보 이용으로 적발되더라도 실제 벌어들인 부당이득보다 범죄수익이 보수적으로 산출되고 재판에서도 대부분 1~3년 이하로 낮은 형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특성 때문에 증권사범들이 실형을 살고 나온 이후에도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최근 법조계에서 증권범죄 처벌 규정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증권법학회 등 학계는 증권범죄 벌금 상한액(최대 5억원)을 높이고, 양형 기준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태욱 기자 /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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