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무시업체 홍보하는 '워크넷'
고교 졸업 후 미용사를 꿈꾸는 구직자 안 모씨(20·여)는 최근 정부가 운영하는 구직정보 포털인 '워크넷'에서 채용정보를 보다가 할 말을 잃었다. 국가가 정한 올해 최저임금(6030원)보다 턱없이 적은 급여를 주는 광고가 버젓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당 업체는 서울 소재 A스킨케어로 하루 6시간 근무(주5일)에 연봉 100만원을 제시했다. 안씨가 최저임금 산출 공식에 따라 시급을 계산해 보니 정부 최저임금의 10분의 1도 안 되는 532.8원이었다. 안씨는 "최저임금을 위반하면 정부가 해당 업체에 벌금과 각종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하던데 정부가 관리하는 구직 사이트에서조차 위반 사례가 채용 공고로 올라올 수 있느냐"고 허탈해했다.
이처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운영하는 취업 정보 사이트 '워크넷'에 최저임금도 주지 않는 업체의 채용정보가 다수 게시돼 구직자들의 비판을 사고 있다.
워크넷은 개인 구직자에게 지역·직종·기업 형태별 등 다양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곳으로 하루 평균 방문자가 100만명에 이른다.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국가대표 취업정보포털'인 만큼 구직자들 사이에서 '믿고 보는' 사이트로 통한다.
그러나 매일경제가 워크넷에 등록된 채용정보들을 확인한 결과 A스킨케어처럼 최저임금을 반영하지 못하는 위반 공지가 대거 목격됐다. 경기도 부천 소재 B어린이집은 하루 3시간 근무에 월급 3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조리사 채용 공지를 올렸지만 이 업체의 시간당 임금은 3835.8원에 불과했다.
조리 보조원을 모집하는 경기도 수원 소재 C어린이집도 시급 5311.1원(주13시간 근무·월급 30만원)에 그치는 등 위반 사례가 줄을 이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이들 위반 공고마다 '워크넷 인증 마크'를 붙여 '등록된 채용정보의 신뢰성을 높이고 허위정보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하여 취업 알선기관 담당자의 확인 및 검토를 거친 정보'라고 소개하고 있다. 구직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려는 듯 게시물 하단에는 지역 고용센터 관계자 연락처와 인증 번호까지 게재돼 있다.
최저임금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등 최저임금을 감독·관리하는 소관부처가 고용노동부임에도 도리어 최저임금 위반 사례를 인증해주는 황당한 풍경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는 A스킨케어, B어린이집, C어린이집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에 대한 본지 질의에 '모두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라고 회신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측은 "워크넷 담당 직원이 최저임금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위반 사례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워크넷 프로그램은 주 소요 근로시간이 40시간, 44시간에 맞춰져 최저임금 이하인 채용정보를 프로그램에서 자동으로 걸러낸다. 하지만 주40시간 미만의 근로시간은 주40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을 환산해 담당 직원이 이를 확인하고 승인하는 형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적한 사례들은 최저임금 미만이 맞다"며 "40시간 미만 근로시간의 채용정보가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자동으로 입력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보완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답했다.
워크넷은 앞서 2014년 국정감사 때도 근로기준법에 위반되는 내용이 게시됐다는 이유로 시정요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55시간·48시간· 44시간 등 법외 근로시간이 소정 근로시간에 포함된 공고 △소정 근로시간을 표시조차 하지 않은 공고 △교대근무의 경우 교대시간이 불명확하게 포함된 공고 등 위반 사례를 대거 지적했다.
[유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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