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이 경악한 '아가씨'.. 깐느박 논란 재점화

강은영 2016. 5. 15. 17:1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식 상영회서 관객들 환호

동성애ㆍ잔혹성에 일부는 퇴장도

극찬ㆍ혹평 엇갈리며 최고의 문제작으로

집행위원장은 깊은 호감 보여

해외 언론들도 “큰 매력 발산”

황금종려상 등 수상 기대감

14일 밤 10시(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 공식 시사회에서 박찬욱 감독(가운데 안경 쓴 인물)이 영화가 끝난 뒤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수상의 길조일까 흉조일까. 한국영화로는 4년 만에 제6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박찬욱(53)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또 다시 칸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감독은 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올드보이’와 ‘박쥐’로 2004년과 2009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각각 수상했다. 동성애를 다루는 ‘아가씨’도 칸에서 화제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어 수상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가씨’는 14일 오전 8시30분과 오후 10시(현지시간) 언론 시사회와 공식 상영회를 각각 갖고 전 세계에 첫 공개됐다. 영국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일찌감치 ‘동성애 영화’로 알려지면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이 때문인지 언론 시사회와 공식 상영회가 열린 2,000석 규모의 뤼미에르 극장은 빈자리 없이 관객들로 꽉 찼다.

특히 박 감독과 김민희 하정우 김태리 조진웅 등이 레드카펫 행사를 가진 공식 상영회에서는 영화 상영이 끝난 뒤 2,000여명의 관객들이 기립박수로 5분여 동안 환호를 보냈다.

티에리 프리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상영 뒤 박 감독을 끌어 안으며 영화에 대한 호감을 나타냈고, 박 감독은 갈채와 응원을 보내는 관객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박 감독의 작품은 언제나 그렇듯 이번에도 극찬과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어 ‘칸의 문제작’으로 떠오를 조짐이다. 김민희와 김태리가 전라로 빚어낸 농도 짙은 동성애 장면이 여러 차례 스크린을 채웠고, 영화 후반부에는 남자배우의 신체 일부가 절단되거나 절단된 것처럼 묘사되는 장면도 있다. 박 감독 특유의 자극적이고 잔혹한 장면들이 논란의 불씨가 될 만하다.

14일 밤 10시(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영화 ‘아가씨’의 공식 상영회에 참석하기 위해 배우 조진웅(왼쪽부터)과 김태리, 박찬욱 감독, 배우 김민희 하정우가 레드카펫을 밟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보기에 마음이 불편할 수 있는 장면 때문인지 언론시사회와 공식상영회에서 자리를 뜨는 관객들이 눈에 띄었다. 영화 초반부터 등장하는 김민희와 김태리의 노골적인 동성애 모습에 한숨을 쉬며 상영 도중 자리를 뜬 외국인 남성도 있었고, 신체 절단 영상에선 경악을 금치 못하고 상영관 밖으로 나가는 여성 관객들도 여럿 보였다. 일부 변태적인 행위의 묘사와 잔혹성, 폭력성 등 강도 높은 표현이 주를 이루는 ‘아가씨’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영화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에서는 근친상간을, ‘박쥐’에서는 가톨릭 성직자의 성적 욕망을 각각 그려내는 등 사회적 금기로 여겨지던 소재를 다뤄 호평과 더불어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올드보이’와 ‘박쥐’가 칸영화제에서 화제를 일으키며 수상까지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아가씨’를 둘러싼 논란이 나쁘게만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관객들에게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영상으로 다가가긴 했지만 영화로 쉬 접근하기 힘든 소재를 개성 넘치는 연출력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호감과 반감이 엇갈린 상황에서 해외 영화제 고위 관계자들은 극찬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공식 상영회 이후 캐머런 베일리 토론토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너무나 인상적인 영화였다. 아직도 내 마음 속 울림이 사그라들지 않는다”며 칭찬했고, 엘레나 폴라끼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석 프로그래머도 “예상을 넘는 파격에 놀라움을 느꼈다. 특히 아름답게 담긴 영상미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고 찬사를 보냈다.

김민희(왼쪽)와 김태리는 영화 ‘아가씨’에서 파격적인 동성애 장면을 선보여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해외 언론도 앞 다퉈 ‘아가씨’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연예주간지 할리우드리포터는 “에로틱 스릴러와 로맨스가 혼합돼 2시간30분이 금방 지나간다”며 “적나라한 노출과 노골적인 대사가 나오지만 결코 저급하지 않다”고도 평했다.

스크린데일리도 “‘아가씨’는 장난기 가득한 유머와 포토제닉한 동성애 장면, 모범적인 의상 디자인 등을 갖춘 지극히 상업적인 영화”라며 “보수적인 아시아 시장에서는 제약이 따르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매력을 발산할 수 있어 큰 성공이 기대되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아가씨’는 칸영화제 폐막일인 22일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 등에 도전한다.

칸=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mailto:kiss@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