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제도 끊었다"..확산되는 '화학제품 포비아'

사건팀 입력 2016. 5. 15. 07:00 수정 2016. 5. 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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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여파로 대부분 사용 꺼려.."천연원료도 못믿어" 아예 만들어 쓰기도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사건팀 = 5년 만에 수면 위로 떠오르며 '안방의 세월호사건'이라고 지탄받고 있는 '가습기살균제 사망사건'을 계기로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가습기살균제를 비롯한 모기향이나 섬유탈취제 등 화학제품을 사용하던 이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화학제품 사용을 줄이고 있다.

◇"제품 사용 안해…해외에서 판매하는 제품 사야하나"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만난 김형표(72)씨는 "최근 태어난 손녀가 마음에 밟혀 옥시 제품이 아닌데도 늘 쓰던 담배냄새 제거용 탈취제를 끊었다"며 "스프레이형 제품이 가장 꺼려진다"고 말했다.

이형일씨(67)는 "제조업체 같은 세세한 부분은 잘 알아보고 사지 않았는데, 옥시 논란 이후로 방향제나 모기퇴치제는 제조업체를 꼭 보고 사게 됐다"며 "약국에서부터 옥시 제품을 불매한다고 하니 '진짜 심각하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어린 딸을 유모차에 태우고 쇼핑에 나선 여현경씨(29·여)는 "화학 성분 보는 법을 몰라서 브랜드만 믿고 사는데 옥시 제품마저 논란이 돼 딸 가진 엄마로서 마음이 좋지 않다"며 "아이가 태어나고 난 뒤로는 '살균'마저 독할까봐 섬유탈취제조차 잘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아름씨(37·여)는 "옥시 논란 이후에 천연원료로 만들었다는 어린이용 세제를 샀는데 이것도 진짜 천연인지, 안전한지 믿을 수가 없다"며 "옥시가 한국에서만 가습기살균제를 팔았다는데 그럼 이제 한국에서 파는 제품은 무조건 피하고 해외에서만 판매하는 제품을 사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윤모씨(53·여)는 "옥시 사태 이후 화학 성분이 들어간 제품 자체를 사용하는 게 조심스럽다"며 "화장품 같은 경우도 구성 성분을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알아본 다음 구매한다"고 말했다.

◇대체품 찾기 어려워…수건 적시고 숯 깔고, 직접 만들기도

영상제작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29)는 와이셔츠 목 부분의 때를 제거하는 표백제를 사용해왔다. 김씨는 "뉴스를 보고 표백제를 바로 버렸다"면서도 "다만 친환경 표백제를 찾아보고 있는데 아직 대체품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태어난 지 백일이 채 되지 않은 아들을 둔 구모씨(31)는 가습기를 사용하는 대신 수건에 물을 적셔 방 곳곳에 걸어놓는 식으로 실내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 구씨는 "죄 없는 부모들이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데 책임이 없다고 발뺌하는 정부나 옥시 관계자들을 보면 화가 난다"며 "문제가 있는 제품이 널리 유통될 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나"라고 토로했다.

원룸에 살고 있는 직장인 박모씨(28·여)는 "가습기살균제 대체제가 마땅치 않다"면서 "가습기에 그냥 물만 넣어 사용하는 대신 공기를 정화하는 숯을 방 곳곳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 베트남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직장인 이모씨(28·여)는 여행을 앞두고 지카바이러스가 걱정돼 모기기피제를 구입하려다 아예 모기기피제를 직접 만들기로 했다. "모기기피제마저 화학물질이라는 생각에 신경이 쓰였다"는 이씨는 "인터넷에 박하잎 등 천연재료로 모기기피제를 만드는 방법이 많이 나와있어 직접 만들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직장인 백모씨(29·여)는 "어머니가 향초 피우는 걸 좋아했는데 향초도 인위적인 향이라고 생각해 예전에 모아둔 것까지 다 버렸다"면서 "레몬물을 분무기에 넣어 소파나 침대에 뿌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명언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일종의 포비아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한 가지에 대해 불안해지면 그것과 유사한 것에 대해서도 불안심리가 퍼진다"며 "검찰이 악플에 대해서 철저히 하니까 악플이 급감한 것처럼 정부의 확실한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가 사회적 징벌을 강화해야 국민들도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부의 조치에 대해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flyhighr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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