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 아빠의 죽음, 삼성중공업이 책임져야"
[오마이뉴스 글:윤성효, 편집:박혜경]
"지금 세 아이(9살, 7살, 5살)는 남편이 왜 죽었는지 모른다. 그냥 욕실에서 사고로 다쳐 돌아간 줄 안다. 나중에라도 아이들 아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고, 남편의 가는 길이 편안하기를 바란다."
지난 11일 아침 경남 거제 아파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노동자 정아무개(38)씨의 부인은 남편의 영정을 가슴에 품고 눈물을 쏟아내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보직변경과 임금삭감으로 사표를 낸지 하루 만에 정아무개(38) 노동자가 자살한 가운데, 거제통영고성조선소하청노동자살리기대책위원회와 경남민주행동, 정의당 경남도당, 노동당 경남도당은 13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고인의 부인이 참석해 눈물을 흘리며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
ⓒ 윤성효 |
8년간 삼성중공업 하청업체 취부반에서 일해 온 정씨는 지난 10일 회사에 사표를 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직책 강등하고, 보직 변경에다 임금 삭감을 했고, 이에 정씨는 심한 모멸감과 인간적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고인의 부인은 "남편은 열심히 일만 해왔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지난 연휴 첫날인 5일 어린이날도 일했고, 그 뒤 사흘간 세 아이와 함께 캠핑하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다"며 "남편은 그동안 일한다고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지 못해 늘 미안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9일 출근했더니 회사로부터 부서 통폐합에 따른 직책 강등과 보직 변경 통보를 받았다, 직책 강등에 따른 임금 삭감을 요구받았다"며 "남편이 일을 잘 하니까 회사는 계속 쓰고 싶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부인은 "어제 회사 사람이 빈소를 찾아왔는데,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밥그릇세트가 필요하면 갖다 주겠다고 하더라, 그 말 하려고 왔느냐고 했다"며 "남편이 왜 죽었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보직변경과 임금삭감으로 사표를 낸지 하루 만에 정아무개(38) 노동자가 자살한 가운데, 거제통영고성조선소하청노동자살리기대책위원회와 경남민주행동, 정의당 경남도당, 노동당 경남도당은 13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고, 고인의 부인이 참석해 눈물을 흘리며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
ⓒ 윤성효 |
"회사는 인원 감축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 대책위 이김춘택씨는 "고인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삼성중공업은 상시 구조조정이다, 다른 대형조선소가 몇 천 명 자르겠다고 하는 방식과 다르다"며 "그렇다 보니 항시 현장은 불안하고 고용위기다, 회사는 임금 삭감되어 일을 할 것인지 아니면 나가라고 하는 식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아무개씨 자살 사건이 터진 뒤에 비슷하게 당한 동료 노동자들의 진술이 있다"며 "결국에는 회사에 견디지 못하게 해서 나가도록 만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책임 인정하고 유족 앞에 사죄하라"
▲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보직변경과 임금삭감으로 사표를 낸지 하루 만에 정아무개(38) 노동자가 자살한 가운데, 거제통영고성조선소하청노동자살리기대책위원회와 경남민주행동, 정의당 경남도당, 노동당 경남도당은 13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중공업은 노동자 죽이는 구조조정 중단하라. 하청노동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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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정씨는 한 달 360시간은 기본이고 400시간 넘게 일할 정도로 회사가 우선인 노동자였다"며 "그렇게 몸 바친 회사에 사직서를 낸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난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왜 사직서를 냈을까,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삼성중공업은 일언반구 없이 묵묵부답이다, 일감이 충분해 인력을 감축할 상황도 아니었고 구조조정 계획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며 "사직을 강요하지 않았고, 오히려 사직서 내는 것도 적극적으로 말렸다고 한다, 거짓말이다, 뻔뻔한 거짓말이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삼성중공업 하청 노동자의 죽음은 '사람 자르는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그 고통을 하청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정부와 자본에 의한 사회적 타살이다"며 "우리는 구조조정 대량 해고의 광풍 속에서 또 다른 죽음들을 막기 위해 '사람 자르는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하며 싸울 것"이라 밝혔다.
고인의 시신은 현재 거제 백병원 장례식장에 냉동보관되어 있다. 유족들은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회사의 사과와 배상 등이 합의되지 않으면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중공업은 이에 대해 "원청업체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 삼성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보직변경과 임금삭감으로 사표를 낸지 하루 만에 정아무개(38) 노동자가 자살한 가운데, 거제통영고성조선소하청노동자살리기대책위원회와 경남민주행동, 정의당 경남도당, 노동당 경남도당은 13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중공업은 노동자 죽이는 구조조정 중단하라. 하청노동자 사망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유족 앞에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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