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 전성시대②] 로코 캐릭터 계보, 삼순이부터 오해영까지

2016. 5. 1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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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 속 여주인공 캐릭터는 오랜 시간 변화와 진화를 거듭했다. 잘 된 드라마속 여주인공에겐 공통점이 있다. 시대를 사는 평범한 사람들을 닮은 현실적인 캐릭터로 공감의 폭을 넓힌다는 점이다. 시대별 인기를 모은 로코 속 여주인공 캐릭터가 그랬다.

원조 로맨틱 코미디의 여신은 삼순이다. 촌스러운 이름, 뚱뚱한 외모가 콤플렉스인 30대 노처녀. 예쁘고 날씬하고 ‘어린’ 여주인공이 아닌 우리 주변의 평범한 여성이 브라운관에 전면 등장했다. 2005년 방송된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은 예쁜 여주인공이라는 공식 없이도 흥행에 성공했다. 주인공 삼순이를 맡은 배우 김선아는 촬영을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우기도 했다. 당시는 바로 여성들의 혼기가 늦춰지는 시대기도 했다. 통통한 30대 노처녀의 당당한 성격이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 ‘내 이름은 김삼순’ 방송캡쳐]

다음해인 2006년 MBC ‘환상의 커플’이 삼순이를 이을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한예슬이 맡은 캐릭터, 나상실이다. 나상실은 오만하고 건방진 리조트 재벌에서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하루 아침에 빈털털이로 장철수 집의 식모가 된다. 평생 살아오면서 한번도 먹지 않았던 짜장면에 반해 검은 짜증 소스를 여기저기 묻히고 먹방을 찍는가 하면 아줌마 옷 차림을 감수하는 등 망가진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여배우 한예슬이 모든 걸 내려놓은 극이었다. 까칠한 재벌집 딸이 구수한 서민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은 통쾌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냈다.

[ ‘환상의 커플’ 방송캡쳐]


[ ‘그녀는 예뻤다’ 방송캡쳐]

2011년에는 MBC ‘최고의 사랑’이 다시 그 계보를 이었다. 주인공은 선남 선녀 연예인 커플이 아니라 예쁘지 않은 비호감 여자 연예인 구애정과 톱스타지만 알고 보면 완벽하지 않은 허당 독고진이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하지만 한 물 간 여자 연예인이 가장으로의 역할을 해야하는 구애정의 비애와 선한 마음이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여기에 피도 눈물도 없던 톱스타 독고진이 구애정을 만나 따뜻한 남자로 변해간다는 설정은 독고진의 독특한 캐릭터와 맞물려 대박을 터뜨렸다.

[ ‘또오해영’ 방송캡쳐]

케이블 채널 tvN이 내놓는 로코 속 여주인공들은 더 소소해졌다. 2012년 시작한 ‘로맨스가 필요해’ 시리즈 속 여주인공들은 20~30대 여성들의 일과 사랑, 관계에 대한 고민들을 현실적인 대사와상황을 그려 공감을 샀다.

지난해 MBC에서 방영한 ‘그녀는 예뻤다’는 새로운 로코 캐릭터를 만든 대표작이다. 폭탄머리에 주근깨 투성이인 황정음은 과거 삼순이와 나상실을 이을 만한 여주인공이었다. 한 때는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불릴 만큼 빼어난 미모였으나, 가세가 기운 이후 소녀가장 역할을 하느라 외모도 스펙도 돌보지 못한 ‘못생긴’ 여주인공이었다. 성실하게 다진 실력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외모보단 내면이 빛나 남자 주인공들의 사랑을 받는 여성 캐릭터의 등장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현재 방송 중인 tvN ‘또 오해영’과 14일 방송 예정인 SBS ‘미녀 공심이’까지 로코의 계보는 현재 진행형이다. ‘또 오해영’의 주인공은 이룬 것 하나 없는 평범한 노처녀라면 SBS ‘미녀 공심이’의 주인공 공심이는 못생긴 20대 취준생이다. 두 주인공 모두 현실의 평범한 사람을 대변하고 있다. 얼굴도 안 예쁘고 취직도 안 되는 취준생, 서른 넘어 결혼 전 차이고 회사에는 승진도 못하는 현실적인 캐릭터는 현 시대를 적중한 ‘시대 맞춤형 캐릭터’다.

시간을 거듭할 수록 로코는 예쁘고 완벽한 청순 가련의 여주인공, 멋있는 척 폼 잡는 남주인공과 결별해 왔다. 다만 시대에 맞는 평범한 사람을 모델로 현실적인 캐릭터를 끌고 왔다. 있을 법 한 얘기, 내 얘기같은 캐릭터와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채널을 고정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로코라는 장르를 벗어나 캐릭터는 계속해서 변해왔다”며 “예전에는 우아하거나 예쁜 척하는 여자 캐릭터들이 많았다면 노처녀가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털털하면서도 망가지는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요즘은 일이 중심이 된 이야기가 많아졌다. 여성이라고 하더라도 사랑에 목 매는 부분들 보다는 개인적인 일이 중요해서 그걸 성취해 나가는 모습들이 사랑과 엮어져 나갈 때 공감대를 형성한다”며 “‘그녀는 예뻤다’가 성공한 이유도 그 안에 들어 있는 스팩 사회를 뒤집는다든지 워킹우먼의 캐릭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로맨틱 코미디가 성공하려면 여자 주인공에 쉽게 빙의 되고 몰입해야 된다”며 “여자 주인공이 나보다 조금 떨어진 듯하면서도 스스로 많이 망가지고 하는 그런 모습들로 들어왔을 때 여성 시청자들한테는 훨씬 더 친숙하게 다가간다”고 분석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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