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없으면 망하는 나라인가" 비난 여론 빗발

허경주 2016. 5. 13. 0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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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5, 10 조항 내수 위축 논리에

“기득권층 부패 때문에 나온 법”

온ㆍ오프라인서 비판 들끓어

“비싼 식사 접대 인원 부풀리고

고가 선물 여러 개로 나눠 줄 것”

네티즌 벌써 편법 등장 예측도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가 뇌물이 아니면 기능이 마비되는 국가인가.’

지난 9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령 발표 이후 내수 위축을 내세우며 법 시행에 부정적인 모습을 보인 재계와 일부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재계 등은 경제적 파장을 앞세웠지만 ‘고가 선물과 향응으로 반대급부를 챙기는 주고 받기식 기득권 문화를 유지하려는 의도’라는 온ㆍ오프라인 비판 여론과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김영란법 비판론자들의 논지는 ‘3·5·10 조항’으로 인한 내수 위축 가능성이다. 공직자와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련해 받아서는 안 되는 금품 기준이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제한되면 고급식사와 관련된 요식업, 한우 굴비 선물과 관련된 농축수산업, 경조사 화환과 관련된 화훼업이 무너질 것이란 논리다. 한 기업 관계자는 12일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해 소비 활성화를 시키는 상황에서 김영란법은 내수 경제를 위축시키는 시대역행적 법안”이라며 “업계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일부 보수 언론까지 가세해 김영란법 시행이 민생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경제가 휘청거린다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은 아니라는 반박이 나온다. 일부 기득권층이 법 시행과 내수 경제 침체를 연관 짓는 것이야말로 우리나라가 뇌물이 아니면 안 돌아간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CBS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지나친 고액 선물을 금지하고 있는 조항 때문에 우리나라 국가경제가 위축된다면 그 정도로 지금 대한민국은 뇌물공화국이란 말과 다름 없다”며 “국가경제에 심대한 지장을 줄 정도라면 오히려 강력하게 금품수수라든가 고액 선물을 단속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대학원생 윤제우(31)씨는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이 우리나라가 뇌물이 없으면 망하는 국가라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스스로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 서모(30)씨도 “기득권층의 주장은 뇌물 수수 등 부정 행위가 없으면 자신의 곳간을 채우기 어렵다는 항변처럼 들렸다”고 말했다.

온라인상 비판은 더 거세다. 트위터 아이디 @lee***는 “내수 위축을 핑계로 시행도 하지 않은 김영란법을 개정하자는 것은 꼼수”라며 “내수소비 진작보다 부정부패 척결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한 네티즌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과 접대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6만원짜리 식사를 하고 인원이 2배 더 있었던 것처럼 늘려 기록하든지, 고가의 선물은 5만원짜리 여러 개를 나눠 보내는 식으로 어떻게든 편법을 찾아낼 것”이라고 예측했다.

결국 김영란법을 통해 공직사회 신뢰도와 국가 청렴도를 높이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권한을 가진 기득권층의 잇단 부패 사건이 없었다면 애초에 김영란법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기득권층의 부정 부패가 사라지고 한국사회가 한 단계 도약한다면 오히려 경제도 더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유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치사회위원회 간사는 “관행적인 선물 향응 주고 이권 받기가 줄어들면 바닥에 떨어진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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