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중혁 "몸엔 전 생애가 반영, 자신의 몸 긍정해야"

김유태 2016. 5. 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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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17년차 소설가 김중혁, 에세이집 '바디무빙' 출간
몸(body)의 뜻은 '사람의 형상을 이루는 전체'다. 형상(形象)은 국어사전에서 '사물의 생긴 모양이나 상태'다. 존재의 바깥을 일컫는 몸에서 소설가 김중혁(45)은 존재의 안을 들여다보려 했다. 습관은 몸의 안쪽에 증거로 쌓이고, 축적된 증거는 몸의 바깥쪽으로 드러나며, 몸의 안팎으로 인간은 완성된다.

인간의 몸에서 인간을 읽은 독특한 시선(視線)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다섯 번째 산문집 '바디무빙'(문학동네 펴냄)을 쓴 김중혁 소설가와 12일 이야기를 나눴다. 김중혁 작가는 "사람의 동작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니고, 오랜 시간 습관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운을 뗐다.

"심지어 주름조차 습관으로 생긴 몸의 일부"라는 그는 "나이가 불혹 중반에 이르니 몸의 노후화가 시작되는 느낌이었고, 사람을 만나면 상대의 몸에 남은 행동의 흔적을 보게 된다. 그래서 몸에 관련된 책과 영화를 보고 글을 썼다"고 말했다.

유쾌한 산문을 관통하는 주제는 '몸은 삶의 증거'라는 김중혁표 철학이다. 인간을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층위가 차곡차곡 쌓인 비밀스럽고도 불가해하며 신성한 장소"로 규정한 사회학자 마르셀 모스의 전언으로 그는 책 서두를 연다.

김 작가는 "몸이 삶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몸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썼다.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뚱보'의 주인공 복부든, 영화 '그래비티' 여주인공 라이언 스톤의 탄탄한 허벅지든, 삶은 한 형태로 간직된다.

몸을 긍정하자는 건 소설가 김중혁의 화두다. "몸과 정신이 균형을 갖출 때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그는 "이른바 '몸의 시대'라고 불릴 만큼 다이어트와 성형으로 몸을 변형해 타인이 되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는데, 자신의 몸은 다 이유가 있는 몸인 만큼 몸을 부정하는 시대에 몸을 긍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영화에서 '몸'의 코드를 추린 이번 산문집은 영화나 소설, 드라마 단상으로도 손색이 없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버드맨', 미드 '빅뱅이론', 이언 매큐언의 '속죄' 등의 콘텐츠 코드가 문장을 종횡무진한다.

"영화는 신작을 포함해 한 달에 10편쯤, 책은 이것저것 20권쯤 읽는 게 보통"이라는 김 작가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플롯이나 캐릭터를 평론가와 다른 차원의 방식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소설과 산문의 차이에 대해선 "소설가이면서도 산문은 늘 쓴다"며 "정보나 이야깃거리가 들어오면 소설로 쓸지, 산문으로 쓸지를 결정하는데 기록하고 정리하는 노트가 다르다"며 "소설로서의 글과 에세이로서의 글을 쓸 때의 작가적 '모드'가 다르다"고 웃었다.

'바디무빙'에서 다뤄진 하나의 주제는 '좌뇌와 우뇌'다. 김중혁은 사람들의 이분법적 사고를 다루며 "나에겐 두 종류의 문학이 있다. 내가 쓴 작품, 그리고 내 작품이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작품"이라는, 자신감 가득한 말을 남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를 소개한다.

소설가 김중혁에게 '문학, 혹은 소설을 단 두 종류로 나눈다면 어떻게 나누겠느냐'고 묻자 등단 17년 차 소설가는 단 한순간의 지체 없이 말했다. "쓸 수 있는 소설과 도저히 쓸 수 없는 소설. 도저히 '그렇게 쓸 수 없는' 소설이란 게 있죠. 이언 매큐언, 움베르트 에코, 살만 루슈디와 같은 소설은, 마치 제가 쓰는 소설의 '강 건너편'에 있는 듯한 소설처럼 읽힙니다. 하지만 저는 제가 쓰고 싶은, 또 쓸 수 있는 소설을 쓸 겁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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