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강동원의 스펙터클한 숨고르기

2016. 5. 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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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thless Ⅱ

새로운 영역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며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강동원은 차기작을 앞두고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한 편의 영화 같았던 LA에서의 시간과 영화, 연기, 꿈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늘색 레더 셔츠와 플라워 프린트의 팬츠는 Valentino. 프린트 슬립온은 Valentino Garavani.

자수 장식이 화려한 실크 스카잔 재킷과 이너 웨어로 입은 그레이 실크 집업 셔츠, 네이비 팬츠는 모두 Louis Vuitton.

지퍼 디테일의 네이비 수트와 핀 스트라이프 셔츠는 모두 Dior Homme.

‘브로맨스’는 한국영화 속 소재로도 우리에게 익숙해졌죠. 그 속에 대표적으로 강동원이라는 배우도 있어요. 강동원의 최근작엔 멜로는 없고 형제와 적만 가득한데 이유가 있나요 이번에 멜로 나오잖아요. <가려진 시간>. 영화 톤은 미스터리 판타지인데 그 안에 녹아 있는 기본 감성은 멜로예요. 초등학교 6학년 감성의 멜로인 거죠. 초등학교 6학년에서 시간이 멈춰 성인이 되어 되돌아오는 내용인데, 순수한 사랑을 얘기하고 있어요.

실제로 강동원의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어떤 멜로가 있었나요 저는 좀 순진하긴 했는데…. 당시 좋아했던 애도 있었죠. 초등학교 6학년 때 그 친구랑 잘 안 되는 것 같아 가슴 아프기도 했고요. 그 나이에 이미 그랬던 것 같아요. 아…. 가슴 아픈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여자애가 좀 더 아파했던 것 같긴 하네요, 제 기억엔. 그 여자애한테서 계속 편지 오고 그랬으니까요.

어떤 이는 강동원을 ‘강동원이라는 장르’라고 표현하던데, 특정 장르로서 자신이 구분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요새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게 좋은 얘기에요?’ 하고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너무 좋은 얘기 아니냐 그러는데, 전 모르겠어요. 배우가 영화 안에 녹아들어 있는 게 좋지요. 별로 신경 안 써요. 아마도 제가 지금까지 쌓아온 장르나 필모그래피가 좀 특이했나 보죠. 기존에 있던 필모그래피가 아니잖아요. 이상한 작품도 많이 했는데,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해 왔던 것들이고. 원래 성격이 그래요. 상업적인 건 싫고, 그렇다고 너무 비상업적인 것도 싫은 성격이라, 항상 경계 노선을 타고 왔어요. 작품 선택은 100%까진 아니더라도 90% 정도는 직접 선택했죠. 물론 주변에서 도움도 많이 주니까 상의도 하면서.

<검은 사제들>에서 뛰어가는 장면의 사제복 뒤태가 주는 피팅감이나 <검사외전>의 워싱 데님 셔츠는 물론이고 매일 새것 같은 화이트 티셔츠 등 스타일에 엄청난 디테일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캐릭터를 준비할 때 의상에 의견을 제시하는 편인가요 저는 영화 속 의상이 너무 패셔너블하게 가면 그건 얘길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거의 얘기 안 해요. <검은 사제들>에서 사제복에 대해서는, 이게 얼마만큼 무거운 직업인지에 대한 인식이 충분히 있어서인지, 이미 제가 캐릭터 준비를 많이 해서인지 옷 자체에 대해서는 큰 느낌이 없었어요. <검사외전> 때는 다 똑같은데 저는 그냥 롤업만 한 거였어요. 다 똑같았어요. 사이즈만 달랐고, 제가 단추를 잘 안 잠그긴 했죠. 단추를 잠그지 않은 사람도 많았어요. 포스터만 봐도 같은 옷을 다 다양하게 입었잖아요. 자 보자…(포털에서 이미지를 검색하더니) 여기 보시면, 포스터에도 다양하게 입었어요. 어! 롤업한 사람도 있네요! 저분은 양말을 신었네.

플라워 자수를 놓은 그레이 수트와 플라워 프린트 셔츠는 모두 Dior Homme.

아이보리 컬러 셔츠와 톤다운된 핑크 컬러 팬츠, 로고 프린트가 새겨진 실크 슬림 스카프는 모두 Louis Vuitton.

오늘 인터뷰할 때 보면 긴장하는 모습 없이 편하게 말을 잘해요. 최근 이슈 중에서 JTBC <뉴스룸> ‘일기예보’ 사건(?)을 빼놓을 수 없겠어요. <뉴스룸> 출연이 이렇게 이슈가 될 줄 알았나요 (큰 웃음) 생방송 뉴스니까 말 실수하면 절대 안 된다, 뭐 그런 생각이 컸어요. 제가 새로운 사람들 많은 데 가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약간 공황장애 같은 게 와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있으면 가끔 식은땀이 날 때가 있어요. 그날도 긴장 안 하려고 1시간 먼저 스튜디오에 가 있었거든요. 그래도 긴장되더라고요. ‘아, 내가 미쳤지. 제정신이 아니었어!’ 출연하기로 한 게 어찌나 후회되던지. 제가 손석희 앵커님 되게 좋아했어요. <뉴스룸>에 출연한 것도 손석희 앵커님 때문에 출연한 거고요. 제 인생에서 가장 긴장된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아, <응팔>에서 <늑대의 유혹> 우산 장면이 재현됐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문득 궁금해졌어요 예, 봤어요. 웃기더라고요(웃음). 그 친구 되게 웃기던데요. 안재홍 씨. 본 적은 없는데, 연습을 열심히 한 것 같더라고요. 입을 조금만 더 벌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분은 입을 다물고 웃더라고요. 저는 입을 벌리고 웃었는데.

배우 그리고 사람 강동원의 인생은 예감한 대로 흘러가고 있나요? 아니면 예상 밖의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은 통제 가능한 범위에서 살고 있나요 언제나 제 목표는 최고의 배우가 되겠다는 것밖에 없었어요. 목표대로 가고 있는 것 같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앞으로 갈 길도 많이 남아 있죠. 저도 20대 때랑 30대랑은 확연히 다르거든요.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도 많고요. 이런 걸 예상 범주 내의 변화라고 해야 될지…. 예전보다 조금 더 큰 그림을 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하찮은 건 버리게 돼요. ‘왜 이렇게 아웅다웅거리지?’라는 생각도 생기고 ‘아니 왜 작은 걸 가지고 이렇게 열심히 고민하나?’ 싶기도 하고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제 성향이 바뀌는 건 아니니까요. 가끔 돌아봐요. ‘내가 예전이랑 많이 달라졌네? 그럼 내가 항상 추구했던 꿈이나 이상적인 것들 혹은 내 근본이 바뀌었나? 난 지금 어떻게 하고 있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직은 돈을 좇아가는 사람은 아니니까.’ 이런 생각들을 하죠.

LA에서 <엘르> 화보 촬영하는 날 아침, 갑자기 할리우드 영화 캐스팅 디렉터를 만났죠. 에이전트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걸로 알아요 저를 20대 초반으로 보더라고요. 근데 저는 그 피드백이 굉장히 맘에 들었어요. 젊다! 앞으로 내가 할 일이 많겠군(웃음)! 지금 30대의 경험을 20대 모습으로 가져갈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이번에 굳이 화보 촬영이 있던 그날 안 가고 비디오 녹화만 해서 보내도 되는 거였는데…. 음. 그런 거 있잖아요. 부딪쳐봐야 된다. 기회가 있을 때 한 번은 부딪쳐봐야지. 이거 언제 부딪쳐봐요. 깨지든 말든. 사실 깨질 거라는 걸 생각하고 갔어요. 시나리오도 전날 받았으니 준비할 시간도 없었어요. 심지어 영어로 연기해야 되고. 그래도, 어차피 이 나라 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건데 밑바닥부터. 지금 오디션 봐놓아야 앞으로 쉽게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처음이 어렵잖아요.

그래도 할리우드 영화 오디션은 처음이었을 텐데 긴장되거나 떨리지 않았나요 예전에 바르셀로나에 갔는데 스케이트보드 타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지금 아니면 스케이트를 배울 수 없겠구나 싶어서 무작정 스케이트보드를 샀어요. 이왕 산 김에 보드 숍에 얘기해서 선생님도 추천받아 배웠는데 연습하니 금방 타게 되더라고요. 선생님이 이제 점프를 연습해 보자고 해서, 몇 번 점프하다가 크게 자빠졌어요. 팔꿈치가 거의 깨지는 줄 알았죠. 선생님도 뛰어와서 괜찮냐고 그러는데, 저는 바로 벌떡 일어나 다시 뛰었거든요. 괜찮다고, 지금 뛰어야 된다면서. 하와이에서 처음으로 서핑 배울 때도 그랬어요. 파도가 너무 센 곳에서 타서 물속에 처박혔죠. 보드는 이미 해변가로 밀려나가 있고 주변에서 놀라서 다들 도와주더라고요. 제가 수영은 잘해요. 사람들은 제가 수영을 못하는 줄 알고 자기 보드를 주길래, 일단 받아서 좀 쉬었어요. 그런데 그대로 물 밖에 나가면 트라우마가 생겨서 다신 하기 싫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바로 보드를 들고 다시 바다에 들어갔어요. 원래 부딪쳐서 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요. 이번 오디션도 그런 측면에서 한 거예요.

지퍼 디테일의 네이비 수트와 가슴에 장미 프린트와 자수 장식을 더한 스트라이프 셔츠는 모두 Dior Homme.

프린지 장식의 집업 블루종과 스트라이프 티셔츠, 레오파드 벨트, 블랙 진은 모두 Saint Laurent by Hedi Slimane.

그런 중요한 순간을 앞두고, 혼자 마음속에 곱씹는 슬로건이 있나요 해 보자. 그냥 일단 해 보자. 만나보자. 만나보고 아니면 다음엔 안 보면 되지. 일단 시작해 보자. 아니면 안 하면 되지. 그런 게 있어요. 그래도 오디션 때, 좀 즐겁고 고무적이었던 건 영어고 뭐고 막상 연기하니까 긴장은 안 되더라고요. 해 보니까 ‘어! 할 수 있겠네!’ 싶더라고요.

연기가 언제부터 그렇게 즐거웠나요. 강동원에게 연기란 무엇이길래 지금껏 달려오고 있는 걸까요 연기수업 받은 첫날부터 ‘이게 내 직업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독백 수업을 하는데, 순간 몰입이 잘되더라고요. 처음엔 앞이 하얘지더니 금새 저의 세계 속으로 몰입이 되더라고요. 끝나고 나니까 개운한 거예요. ‘아, 이걸 내 직업으로 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해서 준비했고, 막상 해 보니까 훨씬 즐겁고 잘 맞았어요. 연기자가 대단한 직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예술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이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조금 특수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특정 팬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요. 그리고 연기는 상상력이에요. ‘진심으로 하는 게 연기’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해 보니 ‘연기가 과연 진심인 걸까?’ 싶었고, 아닌 것 같더라고요. 내가 진심이라 해도 보는 사람이 진심이 아니면 아무 소용없는 걸요. 결국 연기란 상상력이고, 내가 생각하고 디자인한 대로 몸이나 표정, 감정으로 구현해 내는 거죠.

앞으로 꼭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내년에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게 있어요. 올해엔 그게 계획대로 잘됐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영어, 중국어를 꾸준히 잘하게 됐으면 좋겠고, 발성하던 것도 잘했으면 좋겠고요. 이번 <마스터>에서는 조금 더 소리에 집중해 보자는 게 제 목표예요. 다른 분들은 비주얼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저는 이번 작품에서 소리가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 좀 재미난 프로젝트가 또 하나 있는데 아직 오픈할 단계는 아니지만, 조금 글로벌한 프로젝트가 될 수도 있어요. 시간 되면 외국 작품들도 많이 찍어보고 싶어요. 배우들이 글로벌하게 나가줘야 우리 영화도 알리고, 글로벌한 프로젝트들도 만들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앉아 있는 새 가죽 소파의 색깔이 멋지게 바래질 때쯤이면 어떤 배우가 돼 있을까요 이거 진짜 가죽인 거죠? 엄청 오래 써야 될 것 같은데…. 한 10년은 써야 멋있어지겠는데요. 이 소파가 멋있어질 시점이라면 앞으로 10년은 넘게 해야 될 것 같네요. 10년 후의 제 목표는 글로벌한 배우가 돼 있는 건데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자신감이 조금씩 생기긴 하는데.

강동원의 숨막힐 듯한 모멘트

눈부신 햇살에서 저녁 어스름 풍경까지 LA에서 함께 했던 강동원과의 하루, 그 ‘심쿵?한 순간의 모음들을 감상하세요

PHOTOGRAPHER 유영규

STYLIST 김현경

EDITOR 최순영

HAIR STYLIST 이혜영

MAKEUP ARTIST 안성희

PRODUCTION RPOV

FASHION ASSISTANT 윤은주

DIGITAL DESIGNER 전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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