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터진 두산 김재환, '수비 되는 4번 타자' 꿈꾼다
[스포티비뉴스=인천, 김민경 기자] "야구를 하면서 홈런을 이렇게 많이 친 건 처음이다."
올 시즌 초반 투수들에게 가장 껄끄러운 타자로 떠올랐다. 22경기에서 홈런 10개를 때리면서 무서운 장타력을 자랑하고 있는 김재환(28, 두산 베어스)이 주인공이다. 그는 옆구리 통증으로 이탈한 오재일(31)을 대신해 타선의 중심을 잡고 있는데, 4번 타순에서 31타수 14안타(타율 0.452) 5홈런 15타점 3볼넷을 기록했다. 시즌 성적은 타율 0.388 출루율 0.446 장타율 0.910 10홈런 27타점이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김재환의 활약과 관련해 "이제 잘할 때도 됐다"며 웃었다. 이어 "타석에서 자신감이 있다. 지금 4번 타자로 나설 수 있는 선수가 (오)재일이가 돌아오면 재일이랑 (김)재환이 뿐"이라며 "재환이가 장거리 타자로서 자기 몫을 해 줘야 할 거 같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적장의 칭찬도 이어졌다. 김용희 SK 와이번스 감독은 10일 경기에서 김재환에서 8회와 9회 연타석 투런포를 얻어맞으면서 7-11로 역전패한 뒤 "우리 팀하고 할 때 잘 치는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김재환은 홈런 4개를 뺏은 한화 이글스에 이어 SK전에서 2번째로 많은 홈런 3개를 터트리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김용희 감독은 "원래 잠재력이 있었는데, 올해 완전히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투수와 싸움에만 집중한 게 효과가 있었다. 김재환은 "타석에 들어서면 오로지 투수와 싸우는 것만 생각한다. 어떻게 치든 뒷일을 걱정하면 생각이 많아지더라. 생각 없이 빨리빨리 결과를 보려고 한 게 도움이 됐고, 우연히 실투도 많이 들어왔다"며 많은 홈런을 터트릴 수 있었던 까닭을 설명했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김재환은 "지난해와 똑같이 기회를 얻고 있는데 마음가짐에 차이가 있다. 지난해에는 부담 아닌 부담을 많이 느꼈는데, 올해는 경쟁보다 제 것만 열심히 하자고 생각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재환은 지난해 포수 마스크를 벗고 낯선 1루 수비에 적응하려 애썼지만 몇 차례 실수를 저지른 뒤 1군 경기에 나설 기회가 줄어들었다.
"제 실수가 나오면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 위축되고 무너졌던 게 사실이다. 이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수해도 그 실수로 제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니까 다음에 실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
히팅 포인트를 앞으로 당긴 것도 주효했다. 김재환은 "뒤에서 맞으면 오히려 타구가 잘 안 나가고, 앞에서 맞으면 중심 이동이 달라져서 타구가 멀리 나간다. 야구를 하면서 처음 시도하는데, 못해도 후회 없이 스프링캠프 때부터 시작하면 한번 해 보자고 생각했다"며 변화를 꾀한 배경을 이야기했다.
좋은 팀 분위기 역시 좋은 타격감을 이어 가는 원동력이다. 김재환이 더그아웃에서 인터뷰하는 걸 지켜본 박건우(26)와 민병헌(28)은 장난기 가득한 말로 더그아웃에 웃음을 퍼트렸다. 박건우는 "좌익수 경쟁자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고, 민병헌은 "힘이 남는다"며 김재환의 장타력에 감탄했다.
김재환은 "진짜 다를 저를 이렇게 대해 주니까 덩달아 신난다. 지고 있어도 재미있게 하고, (양)의지 형은 뒤에 형이 있으니까 편하게 하라고 이야기해 준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수비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게 목표다. 김재환은 "어느 수비 자리든 처음 도전하는 거라 1루수든 좌익수든 둘 다 똑같이 긴장된다. 이제 긴장을 즐기려 한다. 지명타자를 하기에는 어린 나이다. 제 수비 자리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바라기만 하면 욕심이고 열심히 해서 인정 받으면 도움이 될 거라 믿는다"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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