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궁중 장신구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로 전파하는 김민휘 작가

2016. 5. 1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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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 궁중 유물로 이태리 골드 대회 1등, 유네스코 씰 수상한 김민휘 작가

- ‘사임당’, ‘보보경심:려’, ‘화랑’…한중 합작 사극으로 품격 높은 궁중 문화 현대에 되살려

- 한국 고유의 것을 바탕으로 세계인이 공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국가 브랜드 가치 높이고파

한국에서만 활동하며 한국적인 스타일의 디자인을 발표하는데도 글로벌한 관심과 사랑을 받는 주얼리 브랜드가 민휘아트주얼리 말고 또 있을까?

우리 고유의 멋을 새롭고 세련되게 재구성한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들은 한국 고유의 정통성은 유지하면서도 시대성을 충족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전통을 계승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시대감에 맞게 발전시킨 작품들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보기에도 지루하지 않고 아름답다. 우리 전통을 잘 모르는 서구인들마저 최고의 찬사를 보낸다.

이탈리아, 일본, 중국, 유네스코 등 세계의 권위 있는 유명 시상식에서 1등상들을 휩쓸며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은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작가는 한국적인 색이 짙은 장신구 디자인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가 감탄하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고증을 바탕으로 한 전통 장신구부터 기존 제작기법과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세팅한 하이엔드 주얼리까지 구현되는 형태는 다르지만 언뜻 보더라도 범접할 수 없는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퀄리티에 집중하는 장인 정신을 가진 주얼리 전문 브랜드는 무엇을 만들더라도 접근 방식부터 완성도까지 다를 수밖에 없다.

“대대손손 물려줄 수 있는 타임리스 주얼리 피스”를 만들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처럼 단 하나 뿐인 고귀한 원석들은 각각의 자연적인 생김새에 맞는 디자인 작업 공정을 거치는데 어느 한 단계도 단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세계 최고 권위의 G.I.A 국제 보석 감정사 자격증을 지닌 전문가가 까다롭게 원석의 퀄리티를 체크하고, 50년 경력의 세공 명인들이 수공예 작업으로 섬세하게 완성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김민휘 작가는 전통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부심과 뚝심으로 잊혀져가는 우리의 궁중 유물들을 끊임없이 현대에 되살려 놓고 있다. 그녀의 장인정신으로 재탄생한 작품들은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빛나고 전 세계 한류 팬들은 국적을 초월하여 마니아층을 형성하게 됐다. 중국의 갑부와 중동의 왕족들은 프라이빗 투어로 민휘아트주얼리를 방문하여 주문 제작을 맡기기도 한다.

사극, 시대극, 현대극, 그리고 K팝을 넘나들며 한류 콘텐츠들을 통해 늘 최고의 디자인을 선보이는 민휘아트주얼리지만 우리 고유의 왕실 유물들로 세계의 권위 있는 대회들을 휩쓴 만큼 특히 사극에서 그 진가가 빛을 발한다. ‘선덕여왕’, ‘계백’, ‘장옥정, 사랑에 살다’, ‘조선총잡이’, ‘야경꾼일지’등 아름다운 장신구가 눈에 띄면 어김없이 민휘아트주얼리의 작품이니 말이다.

‘선덕여왕’고현정의 보라색 미실 나비 자수정 장식, ‘동이’ 한효주의 붉은색 진주 산호가지 머리꽂이, ‘해를 품은 달’ 한가인의 녹색 비취 반지 등 화제의 드라마 속 왕후 캐릭터와 함께 떠오르는 품격 있는 장신구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캐릭터의 이미지를 대변하면서 캐릭터에 신비로움을 더한다. 이는 장신구의 작은 디테일에도 배우의 이미지와 캐릭터의 개성을 조화롭게 담아내 섬세하게 수제작 한다는 민휘아트주얼리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Q. 주얼리 작가로 활약 중인데 서울대학교에서 첼로를 전공했다는 이력이 독특하다.

A. 음악을 하는 집안 분위기가 있었고, 다들 음악에 천부적인 끼가 있었다. 둘째 언니도 서울대학교 피아노과를 졸업해서 현재까지 아트홀을 운영하고 있다. 언니의 세 딸은 서울시향의 첼로 수석과 바이올린 부수석으로 있기도 하다. 결혼해서도 언니와 함께 연주하고, 후학을 양성했다. 그러던 중 콩쿠르에서 우승한 제자의 학부모님께서 신라 유물 재현 작품을 선물로 주셨는데 그 때 한국 왕실 장신구에 빠지게 됐다. 적극적으로 응원해 준 남편 덕분에 체계적으로 공부하게 됐고 지금까지 일을 하고 있다.

Q. 첼리스트로서의 안정된 삶을 살다가 보석 디자이너, 그리고 미술 작가로서 성공적인 제 2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멋지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일생 동안 2,3가지의 일을 가지는 것이 일반화 되는 추세다.

A. 디자이너로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그저 좋아서 하게 됐고 공부 하면서도 아내로서 내조를 잘하고, 엄마로서 자식을 잘 돌봐야겠다는 마음이 먼저였다.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내가 착용하고 싶은 쥬얼리를 만들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반응들이 쇄도하면서 일이 커지게 됐다.

Q. 여리고 소녀 같은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사업을 크게 하고 있다. 한 공간에 매장과 디자인실, 그리고 자체 공방까지 갖추고 있다.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직접 하려면 일이 많겠다.

A. 크게 하고 있지 않다. 폭넓게 이것저것 많이 하고는 있다.(웃음) 벌써 20여년이 됐다. 내가 일을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서울대학교 동창회보의 ‘화제의 동문’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한 말들이 있는데, 지금 와서 보니 그 때 말했던 꿈들이 지금 많이 이뤄져 있다. 딸이 함께 하게 되면서 그 버킷 리스트들을 더 빨리 이루게 됐는데 신기하다. 생각과 말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 난 지금도 늘 꿈을 꾼다. 십년 후에는 지금 꾼 꿈들이 또 이뤄져 있길 바란다.

Q. ‘지금도 늘 꿈꾼다’는 말이 멋지게 들린다.

A. 젊은 딸과 함께 하다 보니 더 젊게 살게 된다. 딸이 엄마를 잘 챙긴다. 우리가 협찬하는 아이돌에 대한 공부도 시켜주고, 콘서트 티켓을 받으면 내 티켓까지 챙긴다. 덕분에 나도 그 감각을 유지하고 있다. 20대 고객도 많다 보니 이렇게 생각을 젊게 하는 것이 좋다고 느낀다. 스스로 늙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늙어서 못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다.

Q. 첼로를 켰던 일부터 주얼리 디자이너, 미술 작가까지 딸 정재인씨가 김민휘씨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딸이 본인과 같은 길을 걷게 되기를 원했나?

A. 나와 남편은 어떤 것에 대한 선택을 강요한 적이 없다. 잔소리도 거의 안한다. 워낙 본인이 알아서 잘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행복해 하는 일을 존중하고 응원해주는 것을 부모의 몫으로 여긴다. 나보다는 주변에서 엄마와 같은 길을 가라는 권유가 있었다. 근데 재인이가 보석은 사치품인 것 같다며 흥미를 안 보였다. 의상을 전공하겠다고 했는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아이라 자연스러운 선택이라고 여겼다. 본인이 의상을 공부해보면서 의상에서 장신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스스로 깨우쳤다. 재인이는 처음부터 숲을 보고 주얼리에 접근해서인지 보통 주얼리 디자이너보다 입체적인 시각으로 장신구를 바라본다. 장신구에 여러 가지 기법을 적용해서 새로운 디자인을 해내기도 하고 주얼리부터 모자, 가방, 구두 등 액세서리 전반에 걸쳐 폭넓게 관심을 가지고 전체적인 룩을 본다. 딸이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고 또 잘하기 때문에 나도 영감을 많이 받는다. 가장 놀랐던 것이 소품팀과 일 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품팀과의 교류가 꾸준하다. 소품팀과 일하게 되면서 디자인의 폭이 확장됐다. 소품팀에는 경력이 오래된 분들이 많아 배우는 부분도 크다. 장신구 디자이너 중에 소품팀과 적극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다고 들었다. 생각의 폭이 남다르다고 느낀 부분이다.

Q. 정재인 디자이너의 활약이 크다. 섬세하면서 강인한 성격과 남다른 디자인 감각을 빼닮은 딸과 함께 하니 든든하겠다.

A. 디자인은 심미안이 중요한 분야인데 재인이가 어려서부터 좋은 것들을 많이 봐오고 경험해서인지 타고난 안목이 있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열심히 한다. 옆에서 봐도 대단하다고 느낀다. 내가 이 일을 큰 목표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다. 그 때마다 재인이가 늘 힘이 되어줬다. 그리고 힘들만한 일들을 본인이 하려고 한다. 고마운데 생색도 많이 낸다. “엄마는 나 없었으면 큰일 났겠다. 나도 나중에 나 같은 딸 낳고 싶어”라고 한다. 하하.

Q. 효녀인가 보다.

A. 정말 효녀다. SBS 드라마 ‘잘 키운 딸 하나’에 참여 했을 때, 관계자 분들께서 잘 키운 딸이 바로 재인이라며 껄껄 웃으셨다.(웃음) 평소에도 좋은 것들을 내게 다 양보한다. 재인이 앞으로 방송 출연 제안이 많은데 엄마 이름이 먼저 더 빛나야 한다며 작가님께 엄마로 방송하자고 한다. 마치 내 스타일리스트처럼 내가 어떻게 나오는지 모니터링 해주고, 매니저처럼 내가 말을 잘못하면 바로 잡아주고는 하는데 전생에 내 엄마였나 싶다.(웃음)

Q. 이전에도 김민휘 디자이너의 경력은 화려했지만, 정재인 디자이너가 큰 활약을 펼치면서 김민휘 디자이너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됐다. 딸이 아닌 디자이너로서 정재인 씨의 강점을 뭐라고 보는가?

A. 큰 그림을 볼 줄 알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고마움을 안다는 점. 도움 받은 일들은 다 기억해뒀다고 꼭 갚으려는 마음이 있는 아이다. 새로운 드라마에 들어갈 때도 누구는 이전 작품에서 이런 일에 도움을 줬으니 특별히 신경 써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재인이가 사회 경험이 많이 없기에 실수가 많을까봐 걱정했다. 근데 사람들이 신기할 정도로 재인이를 예뻐한다. 우리 숍 뒤에 있는 편의점 아주머니부터 같이 일하는 분들도 나를 볼 때마다 예쁜 딸 잘 있냐는 안부를 꼭 물어본다. 얼마 전에 ‘보보경심: 려’ 작가님께서 힘든 일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재인이를 보고 하신 첫 말씀이 재인이는 좋고 예쁜 것만 봐야 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동안도 재인이를 잘 챙겨주셨는데 그렇게 힘든 일이 있으신 중에도 세심하게 돌봐주신 줄은 몰랐다. 알고 나니 더 감사했다. ‘사임당’ 작가님께서도 재인이를 잘 챙겨주신다. 요즘에는 재인이가 작가님께서 내주신 숙제를 정말 잘해내고 싶다며 잠도 안자고 열심이다. 중요 주얼리에 대한 촬영 스케줄이 미뤄지고 있는데, 한 시라도 허투루 보내지 않는다. 실을 하도 감아서 손끝이 다 벗겨지고 물집이 잡혔다. 좀 더 잘해내야 된다며 각 분야에 명장으로 손꼽히는 선생님들을 찾아가기도 한다. 원래 명장님들이 급박한 스케줄에는 도움을 안 주신다. 짧은 시간 내에는 완벽한 작품을 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근데 재인이가 하도 간곡하게 부탁을 하니 명장님들께서도 도움을 주고 계신다. 한 아이템에 대하여 다 방면의 전문가에게도 조언을 구하며 여러 가지 버전을 제작하고 있는데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저렇게 열심히니 좋은 작품들이 탄생하고 있구나’ 새삼 느꼈다.

Q. 모녀가 같은 일을 하면 많이 다툰다던데, 더군다나 디자인 일이라 더 그럴 것 같다. 함께 일하다 보면 다투지는 없나?

A. 많이 다툰다. 우리는 기본 성향이나 성격이 많이 다르다. 그래도 끊임없이 대화를 통해 조율해나간다. 우리는 싸울 때 열심히 싸운다. 그래야 문제를 알고 푼다. 뭔가 이상한데 덮어놓고 지나가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생긴다.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다 보면 안 풀릴 일이 없다. 둘 다 할 말은 다 하는 성격이다. 단순하고 담아두지 않는 편이라 다투고 1분 뒤에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이야기를 하고는 한다.(웃음)

일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많이 다퉜다. 내가 일 해왔던 방식과 재인이가 일하고자 하는 방향이 많이 달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해를 잘 못 해줬다. 나는 내가 어떤 것으로부터 영감 받아서 디자인 개발을 해 놓으면 그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이 구매를 하거나, 드라마에 잘 맞아서 쓰이게 되거나 하는 식으로 일했다. ‘아니면 내가 착용하고 말지’라는 식이었다. 표현이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디자인을 제시하는 방향에 서 있었고 재인이는 소통하는 디자이너가 되길 원했다.

재인이는 처음부터 본인이 적극적으로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면서 그 사람과 그 상황만을 위한 디자인을 하려고 했다. 감독님, 미술팀, 배우들의 이야기를 다 들으려고 했다. 그렇게 일하는 디자이너가 없기 때문에 재인이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왜 그렇게 열심히 해? 그렇게 열심히 할 만큼 성과가 있을 일은 아니니 힘 빼지마”,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야?”라는 소리도 들었다. 그래서 재인이가 “내가 참여하면 동시에 내 일이 되는 것이기도 한데 왜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이 이상해? 나는 그냥 내가 맡은 일을 최대한 잘해내고 싶을 뿐이야”라며 속상해 하기도 했다. 그래도 재인이의 진심을 알아주고 도와 준 사람들이 더 많았기에 일이 잘 될 수 있었다.

사실 나 역시도 처음에는 재인이가 그렇게 하는 방식이 못마땅했다. 비용과 시간 면에서 소모되는 일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인이는 소품팀과도 폭넓게 일을 하면서 USB나 만년필, 인테리어와 관련된 미술 작품 같은 일들도 맡아서 하니까 처음에는 ‘무엇 하러 전문 분야(주얼리)가 아닌 일까지 하나’고 생각했다. 근데 반대 하더라도 본인의 고집대로 밀고 나가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다. 예를 들어 ‘별에서 온 그대’의 비녀와 USB를 만드는 일도 내가 처음에는 반대했던 일이다. 비녀는 유물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 까다로운 작업에 비해 파급력은 많지 않을 것 같았고, USB는 주얼리 디자인과는 다른 분야라고 여겼다. 그렇게 내가 반대했던 작품들이 지금은 한류 드라마 장신구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됐다. 디자인이 발표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 작품들을 실물로 보고 싶어 하는 관광객들이 있고, 꾸준히 전시가 잡혀 있다. 내년에도 중국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Q. 반대해서 못하게 됐다면 큰일이었겠다. 그 비녀가 전시된 뒤 관광객이 월 삼천 명 이상 늘어났다는 박물관 측의 공식 보도 자료가 있었다. 얼마 전에는 대규모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먼저 방문한 장소로 꼽히기도 했는데 약 120 억 원의 경제 효과가 있는 일이라고 한다. 그 비녀가 없었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었을 것이다.

A. 김수현씨가 그 비녀를 들고 산 속을 다니다가 깨지는 설정이 있어서 원래는 고가의 수정이 아닌 플라스틱으로 제작됐었다. 근데 400년을 이어준 비녀가 플라스틱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몇 번씩 수정을 하더니 기어코 완벽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세 달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마지막에 장태유 감독님께서 좋다고 하셨을 때 재인이가 정말 기뻐했다.(웃음) 재인이가 본인의 생각대로 큰일들을 이뤄내는 것들을 많이 보고 나서는 지금은 반대를 안 하게 됐다. 나도 더 적극적으로 함께 하고 있다. 좀 더 그 상황과 사람에 적합한 디자인을 하기를 바라는 딸의 마음에 공감이 되기 시작했다. 사극부터 시대극, 현대극 등 다양한 극을 통해 다양한 주얼리 디자인을 해보고 있는데 재밌는 작업들이 많다.

결혼반지의 경우에도, 큰 디자인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지만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지금 진행하는 드라마 ‘마녀의 성’이나 ‘내 사위의 여자’는 담당자 분들께서도 이렇게 결혼반지가 많이 나오는 드라마는 처음 본다고 하실 정도로 결혼반지와 프러포즈 반지가 많이 등장한다. 상황과 대사 맞게 새로 디자인해서 보내는 것들도 많다. 유인식 감독님의 작품 ‘너희들은 포위됐다’, ‘미세스캅’에 이어 ‘미세스캅2’에도 세 번 연속 참여하게 됐는데 작품마다 중요한 주얼리들이 꼭 있다. 이번에도 목걸이와 반지가 주요 주얼리로 등장하여 협조 중이다.

Q. 민휘아트주얼리는 전통 장신구부터 모던한 하이엔드 주얼리, 결혼 예물까지 모든 분야의 장신구를 다루는 보석 브랜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신경 쓰는 쥬얼리 분야가 있다면?

A. 어느 하나도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없다. 분야에 따라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주얼리에는 장인 정신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는 생각에 100% 핸드 메이드 작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결혼반지는 영원한 사랑을 의미하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그 소중한 의미를 잘 담을 수 있도록 작은 디테일에까지 정성을 다해야 한다. GIA 다이아몬드와 PGI Pt 마크 인증 시스템의 심사를 받은 최고 품질의 소재만을 사용해 재료부터 마무리까지 완벽을 기하고 있다.

하이엔드 주얼리는 각각의 피스마다 하나만 존재하도록 만든다. 하나밖에 없는 재료를 우리만의 특수한 수공예 제작 기법으로 구현하다 보니까 같은 것을 다시 만들 수는 없다. 그리고 특별 주문의 경우, 아무것도 외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옥, 호박, 산호 등의 섬세한 재료를 조심스레 다뤄 만드는 전통 장신구는 기법 상 만든 이의 손길이 그대로 드러나는 까다로운 작업이 동반된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 전통의 의미를 해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트 주얼리 라인에는 새롭고 다양한 기법을 시도해보고 있다. 일본 국제 진주 대회에서 걸작상을 수상한 진주 목걸이는 나뭇잎을 금속화해 자연의 섬세함을 금속에 그대로 구현한 작품이다.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새롭게 제작했기 때문에 실용화해도 문제가 없는지 까다롭게 체크하고 있다. 2005년도 작품인데 작품에 변형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전시관에 넣어 꾸준히 그 변화를 지켜보는 중이다. 올해로 11년째인데 아직은 괜찮은 것 같다. 이처럼 새로운 방식으로 제작하는 작품들은 적어도 10년은 지켜보고 이상이 없으면 실용화 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Q. 작품을 제작할 때 김민휘 디자이너만의 철학이 있다면?

A. 항상 기본과 약속을 꼭 지키려고 한다. 무엇을 하든 성실하게, 그리고 진심을 담아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꾸준히 일이 이어지는 분들이 많다. 10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분들도 많다.

Q. 일하면서 그렇게 오랜 기간 인연이 이어지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A. 옆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하나라도 더 소개시켜주려고 하시고 신경 써주려고 하신다. 원래 연예인 분들이나 스타일리스트 분들은 항상 새로운 패션 아이템을 찾기 때문에 본인만 다니는 아지트 같은 곳은 타인에게 소개시키지 않는다고 들었다. 근데 우리 쇼룸에 오시는 연예인 분들과 스타일리스트 분들은 꼭 친구를 데리고 오고, 소개도 많이 시켜주시고는 한다. 우리는 따로 홍보나 마케팅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소개들로 일이 성사된 것이 대부분이다. 하나의 일에도 여러 팀으로부터 연락이 오기도 한다. 재인이가 일을 시작하고는 이렇게 챙겨주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아졌다. 우리 아니면 일을 안 하겠다고 하시기까지 한다. 요새는 재인이가 일이 많아서 업무 시간에는 시간이 잘 안 나는데 새벽에라도 재인이를 기다리겠다고 하는 스타일리스트 팀들도 있더라. 그러면 재인이는 또 감동받고 밤을 새서라도 좋은 작품을 만들어낸다. 서로가 생각해주는 마음들이 모여서 좋은 결과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Q. 김민휘 디자이너는 한국 전통 장신구 디자인으로 이태리와 일본 등 세계적인 보석 대회에서 큰 상을 받았다. 유네스코에서 작품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인정해 국제적인 인증서(UNESCO Seal)를 수여하기도 했다. 한국적인 주얼리의 아름다움이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보여준 가장 선구적인 디자이너인데 한국 주얼리를 세계화하겠다는 꿈은?

A. 한국 장신구를 세계화 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될 수 있다는 확신도 있다. 내가 직접 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외국에서 그런 큰 상들을 받아 봤으니 더 그렇다. 세계에 한국 장신구의 저력을 알리고 싶다. 전 세계 어느 장신구와 비교해 봐도 우리 고전 장신구에는 그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그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현대에 되살리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다. 정통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에도 잘 어우러지도록 디자인한 작품으로 국제사회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일에 기여하고 싶다.

Q. ‘사임당’, ‘보보경심: 려’와 ‘화랑’ 작업에 한창이라고 들었다.

A. 사극에서는 바스트샷이 잡히면 배우의 얼굴과 장신구가 같이 보여 지기 때문에 장신구가 더욱 중요하다. ‘선덕여왕’고현정씨께서 착용한 보라색 자수정 나비 장식, ‘동이’ 한효주씨께서 착용한 붉은색 진주 산호가지 머리꽂이, ‘해를 품은 달’ 한가인씨께서 착용한 녹색 비취 반지 등은 배우 분의 느낌과 캐릭터 모두를 고려하고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들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장신구만 봐도 그 캐릭터를 떠올려주시고, 캐릭터만 떠올려도 그 장신구를 함께 떠올려주신다. 그렇게 딱 맞는 작품을 만들려면 많은 소통과 연구가 필요하다.

Q. ‘사임당’, ‘보보경심: 려’, ‘화랑’ 모두 사전 제작 드라마다. 기존에 작업하던 방식과 많은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A. 아무래도 좀 더 여유가 있다. 드라마 제작 환경이 점점 좋은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 눈에 보여서 기쁘다. 우리보다도 현장 스태프 분들께서 고생이 많으시다. 사전 제작 드라마는 영화 준비 과정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촬영 순서가 바뀌거나 대본이 수정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급하게 만들어야 되는 경우도 여전히 많기는 하다. 연결 장면으로 찍는 부분도 있어서 준비를 미리 미리 해놔야 한다. 드라마 장신구나 소품은 시간에 맞춰서 제작되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가 직접 운영하는 공방 안에 제작에 필요한 모든 기구들이 다 갖춰져 있어서 완성도 있는 작품이 시간 내에 나온다. 일정이 갑자기 바뀌어도 한 번도 시간에 못 맞춘 적이 없다. 또한, 세 작품 모두에 상품화를 염두에 둔 아이템들이 있다. 우리가 임의로 설정한 것은 아니고 제작사의 요청에 의해 정해진 아이템들인데 상품적으로 가치가 있는 디자인과 작품적으로 가치가 있는 디자인은 조금 다르다. 많이 고민하면서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있다.

Q. 김민휘 작가는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선덕여왕’고현정의 미실 장신구로 유명세를 떨쳤다. ‘보보경심: 려’ 와 ‘화랑’ 역시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기대가 크다.

A. 내가 처음 주얼리를 시작한 것도 신라시대 유물 때문이었고, 내게 국제적인 큰 상들을 안겨 준 작품도 신라시대 유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었다. 내가 여태껏 작업했던 작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역시 ‘선덕여왕’이다. 신라시대 장신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는데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에 참여하게 되어 반갑다. 감독님들께서 재인이를 잘 챙겨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작업하고 있다. ‘화랑’ 윤성식 감독님께서 재인이에게 어떤 장신구를 중요하게 생각하냐고 여쭤보셨다. 재인이가 반지라고 하자 감독님께서 바로 현장에서 반지 담당하는 사람이 누구냐며 찾으시더니 반지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게 진심으로 챙겨주시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 ‘보보경심: 려’ 김규태 감독님께서도 풀샷으로 들어간 장면에 귀걸이가 잘 안 나왔으니 다른 장면에 한 번 더 착용하고 찍자며 챙겨주셨다. 그리고 재인이가 무슨 이야기를 하면 ‘앞으로 이런 장면이 나올 것인데 거기에 쓰면 되겠다’며 하나도 흘려듣지 않으신다. 감독님들께서 그렇게 세세한 것 까지 잘 담아주려고 하시는데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감사하고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Q. ‘보보경심: 려’와 ‘화랑’은 이전까지 작업했던 작품들에 비해 남자들의 장신구가 중요해 보인다.

A. 두 작품 모두 거의 모든 남자 캐릭터에 장신구가 설정되어 있다. 왕족이기 때문에 장신구가 더 중요하다. 사극에서는 장신구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배우 분들께서도 장신구에 대한 욕심을 많이 내주신다. 이전까지 사극을 할 때는 여자 배우 분들께서 오셔서 디자인에 관한 의논을 하시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두 작품을 하면서는 남자 배우 분들의 방문이 늘었다. 주얼리는 주인이 따로 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각자 어울리는 스타일이 따로 있는데 조율 과정을 거치면서 점점 더 캐릭터에 맞는 멋진 작품이 나오게 된다. 자신이 착용할 주얼리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에게 제시해주는 배우 분들을 보면 그 열정이 멋지게 느껴지고 기꺼이 협조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Q. 두 작품을 작업하면서 인상 깊었던 배우가 있나?

A. 아무래도 장신구 착용이 많은 사람을 신경 쓰게 된다. 지금까지로 보면 소통을 가장 많이 한 아이유씨가 기억에 남는다. 아이유씨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같이 일해 보니 생각보다도 더 좋다. 조금 예민할 수 있는 일이라도 본인이 안 된다고 한 적이 없다. 우리를 믿어주는 느낌이 들어서 우리 입장에서도 뭐 하나라도 더 예쁜 것들을 제작해주고 싶은 좋은 마음이 든다. 장신구 착용 사진들을 계속 받고 있는데 아이유씨가 장신구도 가장 많이 착용하고 있다. 볼 때마다 얼마나 예쁘고 고마운지 모른다. 아이유씨의 스타일리스트팀에서도 자주 오고 있는데 그 팀과도 소통이 잘 돼서 현대 주얼리도 함께 하고 있다. 계속 좋은 기분으로 함께 하기 있기 때문에 현대 주얼리부터 전통 장신구까지 모두 좋은 작업들이 나오고 있다.

Q. 드라마와 영화, K팝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서 일하고 있다 보니 한 연예인이라도 현대 주얼리와 전통장신구 동시에 작업하는 일이 많겠다. 민휘아트주얼리만이 할 수 있는 재밌는 부분 같다.

A. 매장에 와보시고는 현대적인 주얼리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들 하신다. 아무래도 작업이 겹치면서 계속해서 만나면 더 반갑다. 이번에 만난 분들 중에서는 강하늘 씨와 소녀시대 서현 씨, 박형식 씨, 고아라 씨는 스타일리스트 팀을 통해 먼저 연이 닿았다. 박형식 씨는 전 작품인 ‘상류사회’에서 우리 결혼반지를 착용하셨고, 고아라 씨는 드라마 ‘너희들은 포위됐다’, ‘맨땅에 헤딩’, 영화 ‘조선 마술사’에 함께 했고 스타일리스트 팀과 화보를 진행한 적이 있다. 재인이가 조윤우 씨께서 ‘가면’ 때 주얼리가 잘 나오도록 신경을 많이 써줬다며 이번에 신경을 많이 쓰자고 했다. 내가 고마웠다고 인사드리자 재인이와 잘 지내고 싶었다며 말씀도 예쁘게 해주셔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웃음) 특수 장신구를 착용하는 설정이 생기셨는데 감독님께서도 그 장신구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하셔서 여러 버전으로 제작 중이다.

Q. 민휘아트주얼리의 매장도 TV에 자주 나온다. 특히, MBC ‘아름다운 당신’에는 민휘아트주얼리 매장이 몇 번이나 등장했다.

A. 매장에서 촬영은 두 번 했는데 나뉘어서 방영되면서 몇 번 나오게 됐다. ‘아름다운 당신’ 스태프 분들 다들 너무 좋으셔서 기분 좋게 촬영했다. 설정된 주얼리들이 아닌데도 화면에 담아주시겠다며 이것저것 말씀해주셔서 다른 주얼리들도 화면에 많이 잡혔다. 우리 숍에 큰 다이아몬드 반지가 많다며 ‘다이아 반지는 5캐럿 정도 어때요?’라는 대사도 현장에서 만들어주셨다. 가실 때 박상훈 감독님께서 곧 또 볼 것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래서 다음 작품 때 만나게 되나 했는데 얼마 뒤에 촬영이 한 번 더 잡혔다. 그 날 대사는 ‘포장해주세요. 결제해주세요.’ 두 마디였는데 구매하는 장면까지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이 감동이었다. 주요 소품이 신용카드였다.(웃음) 제작사에서 장소 촬영비도 설날 선물이라며 챙겨주시고, 일주일간 단독 자막도 해주시겠다며 여러 가지로 챙겨주셨다.

Q. 요즘에는 민휘아트주얼리와 김민휘 대표만의 이야기도 잡지와 TV 등의 매체를 통해 많이 접하게 된다.

A. 요즘 들어서 인터뷰나 취재 요청이 더 많아졌다. 작업하는 일이 우선이라 다 응하지는 못한다. 한 촬영 당 하루를 꼬박 써야 하는데 우리는 하루에도 많은 일들을 하기 때문에 하루를 빼 버리면 일 손실이 너무 크다. 그래도 짧은 것들은 대부분 하려고 한다. 얼마 전에 매장에서 신세계백화점 매체 그리고 KTV 인터뷰, MBN ‘최고의 결혼 예물’ 편 촬영을 했다. 한복 잡지 인터뷰 및 화보 촬영도 했다. 다음 주에는 토크쇼 촬영도 잡혀있다. 신세계 백화점 매체 촬영은 우리 공장장님과 같이 했다. 주제가 세계적인 하이엔드 주얼리여서 민휘아트주얼리의 소개와 함께 세계적으로 최고가로 랭크된 주얼리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장장님은 고가의 다이아몬드 반지를 직접 세팅하는 과정을 보여주셨다.

신세계 측에 신세계백화점에 입점 되어 있는 보석 브랜드가 많은데 왜 굳이 입점도 하지 않은 민휘아트주얼리를 촬영하자고 하는지를 물어봤다. 내 질문에 아무리 봐도 ‘세계적인 하이엔드 주얼리’라는 주제에 적합한 회사는 민휘아트주얼리밖에 없다고 답해주셨다. “디자인도 독보적으로 훌륭하지만 직영 공방에서 그 정도로 퀄리티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특별하다. 그래서 꼭 대표 인터뷰와 작품들, 그리고 세팅 과정까지도 모두 담아 민휘아트주얼리를 촬영하고 싶다.”고 하셨다.

한복 화보 촬영도 즐거웠다. 원래는 내가 입는 한복은 내가 직접 디자인하기 때문에 한복 화보 촬영 때는 내가 만든 한복을 입을 때가 많다. 근데 이번에 한복 선생님께서 나만을 위한 한복을 디자인해놓으셨다고 해서 내가 만든 한복을 따로 준비해가지 않았다.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던 분인데 내 이미지에 맞는 아름다운 한복을 제작해주셨다. 치마가 세 겹으로 되어 있었는데 내 스타일의 한복이여서 더 좋았고 감사했다. 디자인 철학이 나와 비슷하다고도 느꼈다.

Q. 함께 일하지 않은 한복 디자이너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모든 한복 디자이너 분들의 의상과 함께 장신구를 작업 했다.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G20 갈라 패션쇼에서는 김민휘 디자이너가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선정된 것은 물론, 고대 한복부터 퓨전한복까지 20여명의 한복 디자이너의 의상들에 장신구들을 매치한 유일한 장신구 디자이너기도 했다. 전통 장신구 안에서도 전래 제작법도와 정통 디자인의 틀을 지킨 고전 장신구부터 현대 의상에 착용해도 손색이 없는 퓨전 장신구까지 폭넓게 작업하고 있다.

A. 전통 장신구라도 의상과 콘셉트에 따라 다 다르게 만든다. 정통으로 제작하기도 하고, 퓨전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나는 전통의 현대화에 관심이 많다. 전통 문화를 고수하는 것은 소중하다. 하지만 전통의 품격을 계승하되 일상적으로 즐겨 사용할 수 있도록 창의적으로 변형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신라시대와 조선시대를 비교해 봐도 복식과 장신구에 많은 변화가 있지 않나. 먼 훗날 다음 세대가 지금 세대를 되돌아 볼 때, 지금 세대를 대표할만한 디자인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드라마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한복 업체가 ‘해를 품은 달’, ‘선덕여왕’, ‘계백’. ‘대장금’, ‘마의’, ‘미스코리아’, ‘보석비빔밥’ 등 그동안 많은 드라마에 함께 했던 업체다. 일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계속 만나게 되는데 함께 하는 사람들과 지금 세대를 대표할만한 우리만의 디자인들을 선보이고 싶다. 다만, 내가 보수적인 면이 있어서 그런지 한국적인 것을 희화화 시킬 수 있는 작품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렇게 해석할만한 조그마한 여지가 있는 작품도 싫다. 퓨전과는 또 다른 느낌인 것이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점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Q. 얼마 전에는 어느 대학교와 MOU를 체결했던데.

A. 학교 측에서 우리의 작업들이 독보적이라고 평가해주셨다. 디자인실, 공방, 쇼룸이 한 공간에 있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점과, 영화계와 가요계 등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다채로운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는 점을 높게 사셨다고 한다. 내가 국제 전문 자격증을 소지하고 해외 수상 경력이 많다는 점도 학교와 MOU를 체결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고 있는 일들이 많아 처음에는 망설였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니 가능성이 있는 학교였고, 우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재능 있는 작가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생긴다면 아낌없이 도와주고 싶다.

Q. 후학 양성에도 관심이 있나?

A. 오랜 세월 전통 장신구와 함께 해 오면서 그에 대한 애정이 어떤 사명감으로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옛것의 가치가 담긴 우리만의 전통 문화를 오래도록 지켜 나가고 싶다. 요즘에는 삼포세대라며 꿈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꿈을 심어주고 열정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기회와 여건을 마련해주는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한민족은 재주가 많고 타고난 감각을 가진 민족이다. 내가 첼로를 가르칠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해왔다. 한국 패션이 나아갈 길도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많은 한국판 명품 브랜드들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얼마나 시간을 단축하느냐의 문제다. 한국판 명품 브랜드들이 나온다면 국가 브랜드 또한 향상될 것이다. 나 역시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Q. 한국 주얼리 트랜드를 선도하는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명품' 반열에 오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A. 경쟁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서로 협력하며 함께 공생하는 문화가 더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앞으로 더 큰 일들을 해낼 수 있다. 그리고 개개인은 꿈과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서 베풀 수 있는 부분들은 기꺼이 베풀어야 한다. 이 좁은 땅 안에서 한민족끼리 다투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이 시점에 모두가 힘을 합쳐서 더 큰 일을 해내야 한다. 우리 문화유산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후세에도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우리 세대에서 이뤄지지 못하더라도 이런 노력들이 쌓여 다음 세대, 그 다음 세대들이 더 큰 결실을 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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