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증가원인 환경부는 모른다

이승윤 2016. 5. 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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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매우 높아졌지만 환경부 등 정부에서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이 때문에 해결책도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게다가 '책임 주체'가 중앙정부인지 아니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인지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한 채 허둥대고 있다.

정부는 서울의 미세먼지(PM-10) 농도가 2012년 이후 다시 증가하고 있다는 문제의식하에 지난 3월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2016년 미세먼지 전망 및 대응 방안을 논의·확정했다. 하지만 원인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온 대책이 미세먼지 저감에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미세먼지 데이터가 없다

국민이 가장 궁금해하는 문제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가' 하는 부분이다.

환경부는 2012년 자료를 토대로 미세먼지 중 국외에서 유입되는 양이 30~50% 정도이고 나머지는 국내 화력발전소,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시설 등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전국 단위로 통합한 정보가 국립환경과학원이 2012년에 내놓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가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종 정책적 지원이 집중된 수도권 지역은 2012년까지 미세먼지량이 감소한 후 최근까지 오히려 소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 부분의 원인을 규명할 데이터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사정이다 보니 2012년까지는 수도권 대기관리기본계획 정책의 성과로 홍보됐지만 이후 미세먼지 증가 요인에 대해서는 누구 하나 뚜렷한 분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세먼지는 기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특정 하나의 요인을 문제로 꼽기가 쉽지 않다"며 "최근 미세먼지 증가는 중국에서 오는 기류 변화와 국내 경유차 등 요인이 맞물린 복합적 결과"라고 말했다.

◆ 경유차가 친환경차?

원인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다 보니 정부 대책도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감사원은 지난 10일 수도권 대기에 많은 영향을 주는 충남의 화력발전소 관리 방안이 빠져 있어 수도권 대기오염 대책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석탄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등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또는 초미세먼지가 남동풍이 부는 7~10월 수도권 대기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충남 지역 발전소가 수도권 대기오염에 미치는 기여율이 미세먼지의 경우 3∼21%, 초미세먼지는 4∼28%에 이르는데 이에 대한 환경부 조치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전체를 놓고 보면 2012년 기준 제조업 공장에서 나오는 미세먼지(PM-10)가 전체의 64.9%(7만7833t)에 달한다. 초미세먼지(PM-2.5)도 52.0%(3만9700t)에 달한다. 자동차 요인은 각각 10.8%, 15.6%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지난 주말 부산, 울산 등지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게 나온 것은 공장 요인이 큰 셈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대부분 수도권 경유차를 줄이는 데 집중돼 있다. 2013년에 수립된 2차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환경부는 10년간 4조5581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자동차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이 81.2%(3조7018억원)에 달하고 나머지가 생활오염원 관리(9.3%), 배출시설 관리(7.9%) 등에 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월 "화력발전소 이런 것이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저감대책 예산 대부분이 자동차에만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자동차 관련 예산은 2014년까지도 10년간 2조 8971억원이 투입됐지만 결과적으로 미세먼지를 만드는 질소산화물(NOx) 저감에는 실패했다. '과연 효과적인 집행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경유차 인증 기준을 유로5, 유로6로 강화하면서 미세먼지 저감 실적을 높였다고 홍보했지만 경유차들이 실제 도로상에서는 실내 시험보다 몇 배나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부랴부랴 실도로 인증기준을 2017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폭스바겐 구형 엔진(EA189)을 장착해 국내에서 운행 중인 12만5522대 차량은 실제 도로 주행 시 유로5 실내 인증기준 대비 9배(0.83g/㎞)~31배(1.38g/㎞)의 NOx를 배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경유차들도 실도로 주행 시에는 인증기준 대비 최대 10배까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상황인데도 경유차는 이명박정부 시절 '저탄소 녹색성장'의 대표주자로 꼽히면서 2009년 클린디젤차가 친환경차 범주에 포함된 데 이어(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 2010년 하반기부터 유로5 이상 기준을 만족하는 디젤차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받는 등 정부 지원이 더해졌다. 지난해 10월에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찬열 의원이 디젤차를 친환경차에서 제외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뜻이 관철되지 못했다.

◆ 노후경유차 진입금지 유명무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엇박자가 문제로 제기된다.

몇 년째 논의만 되고 있는 노후 경유차 운행 금지 구역(LEZ)만 해도 지자체에는 조례가 있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구체적인 기준에 대해 합의하지 못해 시간만 계속 흘러가는 중이다. 실제 LEZ를 실행해 노후 경유차를 막았을 때 구체적으로 수도권 미세먼지가 얼마나 줄어들지 비용 대비 효과가 불명확한 점 또한 논의 진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도입 목소리가 높은 LEZ 문제는 조율하지 않은 채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 현재 50대50으로 매칭되는 경유자동차 배출가스 저감 사업 관련 예산을 더 타내기 위해 지자체는 국비 지원 비율을 70%까지 높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해당 사업에 430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내년에는 700억원을 지원하려 하고, 경기도는 국비 비율을 현재 50%에서 70%로 상향 조정하려 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반면 중앙정부는 지난해 지자체가 지방비도 제대로 맞추지 않아 사업을 마치지 못했는데 중앙정부에 손만 벌리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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