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시

한국일보 2016. 5. 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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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든 아이 - 어떤 졸업식

배창환

이달의 시 배창환씨.

사랑하는 아이야,

꽃을 든 네 사진 보니 눈물이 난다

활짝 웃는 네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눈물도 있다

미뤄 둔 시간이 있고

유예된 시간이 있다

고통을 건너 온 구겨진 길이 있다

그 길들이 우우 달려들어

네 머리칼 쥐어뜯듯이 달려들어

웅크리고 겁에 질린, 너를 낳았구나

꽃덩이 같던 네 얼굴엔

벌써 굵고 깊은 물살이 기어 다닌다

죽음의 긴 터널을 헤쳐 건너 온

네 품에 안긴 붉은 꽃 한 송이,

이렇게 속삭이는 소리 들린다

수고했어, 하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야

이제 겨우 한 고비 건넜을 뿐이야

시인소개

배창환은 1955년 경북 성주 출생하여 경북대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81 ‘세계의 문학’에 작품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분단시대’ 동인 활동을 했으며, 시집 ‘겨울 가야산’, 시선집 ‘서문시장 돼지고기 선술집’ 등이 있다. 시 교육 관련 ‘이 좋은 시 공부’, ‘국어시간에 시 읽기1’ 학생 창작시집, 학생 창작수필집 등 여러 권 쓰고 펴냈다.

해설 성군경 시인

인생은 싸움의 연속, 가장 어려운 건 '자신과의 싸움'.

때론 산들 바람(Breeze)도 서툴게 여겨지는 인생살이.

완벽할 수 없어 그렇게 살아가는 삶에도 아낌없이 구워낸 조각이 있다.

양지와 음지는 같이 자라고 서로 팽팽하게 묶여 있지만

꽃은 두 발을 양지에 딛고 밝은 쪽으로 걸어간다.

수없이 많은 별들 중 어딘가에는 분명 한 송이 꽃이

피어 있을 것이라 굳게 믿으며 들떠있는 어린 왕자.

꽃을 든 아이가 바로 어린 왕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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