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10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과 관련해 네이처리퍼블릭과 대표의 법률고문으로 활동한 H변호사의 사무실과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H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취재진이 압수수색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지난 9일 정 대표와 ‘수임료 50억원’ 공방을 벌인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46) 변호사를 체포한 데 이어, 10일 검사장 출신 H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H 변호사 사무실과 자택 등에 수사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 장부 등 사건 수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날 H 변호사는 사무실에서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을 지켜보다가 1시간쯤 지나 사무실을 나갔다. H변호사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검찰 재직 당시 검찰 내 대표적 특수통 검사로 유명했던 H변호사는 네이처리퍼블릭과 정운호 대표의 법률 고문을 맡았다. H변호사는 정 대표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법조 브로커 이모(56)씨의 고교 선배이다. 브로커 이씨는 정 대표 사건의 2심 부장판사와 저녁 식사를 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 H변호사는 정 대표가 2014~2015년 상습도박 혐의로 수사받을 때 2차례 무혐의 처분을 받고, 정 대표가 기소됐을 때는 처벌 수위를 낮추도록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H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및 탈세 혐의에 대해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지난 4일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서울지방국세청 등을 압수수색해 H 변호사의 수임 내역과 납세 자료를 확보했는데, 이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법원에서 H변호사에 대한 계좌 추적 영장도 발부받아 금융 거래 내역을 조사 중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판·검사와 교제(로비) 목적으로 돈을 받거나 받기로 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검찰은 H변호사가 정 대표 사건을 맡으면서 받은 돈 중 로비 자금 성격의 돈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 3일 최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지 일주일 후 H변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H변호사가 주요 자료를 폐기할 시간을 줬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끝나야 증거 인멸 여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9일 오후 9시쯤 전북 전주에서 최 변호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체포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해 조사했다. 검찰은 전주에서 최 변호사 사무실의 사무장 권모씨도 증거인멸 혐의로 체포했다.

최 변호사는 100억원대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정운호 대표의 2심 사건을 맡으면서, 보석(保釋) 대가로 50억원을 받기로 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가 받기로 한 돈이 정상적인 변호사 비용을 넘어서 구명 로비를 위한 자금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 변호사와 정 대표의 대질 신문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