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권리 있다> ③ "동물학대는 살인사건 같은 주요 범죄"
인간 아닌 동물 입장에서 생각해야…동물학대 처벌 미흡 지적도
(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반려동물 시장은 해가 갈수록 성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사육하는 인구는 1천만명 정도 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산한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한국의 2천96만 가구 중 21.8%인 457만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육 가구 비율이 2010년 17.4%, 2012년 17.9%에서 계속 올라가고 있다. 시장 규모만 2조원에 이른다. 2020년이 되면 지금보다 3배가량 커져 한 해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동물복지 인식은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에만 작년 한 해 제보된 동물 학대가 1천836건에 이른다.
가장 큰 문제는 사육자의 책임감 결여와 동물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 법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많다.
◇ '반려동물은 사람이 아니다'…동물 본능 인정해야
외롭다는 이유로, 예쁘다는 이유로, 동물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너도나도 애견숍 등을 찾아 애완동물을 구입한다.
그 이후에 뒷감당을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아무 데서나 배설하고,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짖으며, 이리저리 뛰는 것은 동물 본성이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중도에 사육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들은 동물보호단체 등에 전화해 "도저히 못 키우겠다"고 하소연한다. 애견숍, 애견농장 등 구입처로 애완동물을 되가져가는 무책임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서로를 이해하며 더불어 사는 친구'라는 반려 의식은 희박하다. 일부는 애완동물을 '살아 있는 장난감' 정도로 생각한다.
주인이 사육을 포기한 애완견 가운데 암컷은 다시 경매장에서 어미 개로 유통하기도 한다. 암컷 애완견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다시 번식용으로 쓰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장윤경 동물자유연대 간사는 "반려견을 포함한 애완동물이 최대한 본능대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동물 사랑"이라며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 '동물복지' 법적 뒷받침 중요…적극적인 법 적용도 요구
법적 뒷받침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동물이 태어나서 키워지다가 버려지고, 도살 처분될 때까지 적절한 보호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려동물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 법이 '동물복지'를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행법상 사육 동물 100마리당 관리인 1명만 있으면 된다. 일가족 3∼4명이 300∼400마리를 사육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사람이 수십 마리의 반려동물을 사육해도 규제할 방법이 없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일반 가축은 물론 반려동물을 적정 수준에서, 적절한 방식으로 사육하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한된 공간에서 과밀하게 사육되는 반려동물이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다.
'동물 복지'를 법적으로 명문화하고, 동물 학대에 적극적인 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독일은 동물 권리를 헌법에 보장하고 있다. 유럽, 미국 등은 반려동물 거래를 일정 부분 제한하는 추세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목을 매다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거나 굶겨 죽이는 행위, 다른 동물의 먹잇감으로 주는 행위 등을 동물 학대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는 중죄다.
지난 1월 대법원은 자신이 기르는 진돗개를 공격한 이웃집 맹견을 전기톱으로 죽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53)씨에게 벌금 3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로트와일러 전기톱 살해 사건'으로 불린 이 건에 대해 재판부는 재물손괴 혐의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 위반도 유죄로 판단했다. 정당방위 여부와 상관없이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인 행위는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7월 '시끄럽게 짖는다'는 이유로 이웃집 개 10마리에 제초제를 살포한 정모(67)씨에게 동물보호법을 적용,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동물 학대에 대한 시민 의식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이같은 처벌 사례를 찾기는 아직도 쉽지 않다. 처벌을 받은 경우도 대부분 1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전문가들은 현행 동물보호법이 동물 학대를 너무 가볍게 처벌한다고 지적한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안희성 간사는 "동물학대죄 형량이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어서 끔찍한 학대를 저질러도 보통 수십만∼수백만원 벌금을 무는 데 그친다"며 "그나마 처벌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과 검찰도 동물 학대에 대한 기존 처벌 규정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물론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의 동물을 다치게 하면 '재물손괴'로 처벌한다"며 "동물을 여전히 '물건'으로 규정하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검찰과 경찰 등이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동물 학대 사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올해부터 동물 학대를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주요 범죄로 간주하고 관련 자료 취합에 들어갔다. 이 나라는 또 올해부터 동물 학대자 신원도 공개한다.
학대당한 반려동물이라도 소유자가 반환을 요구하면 되돌려 줘야 하는 법적 미비점도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법 전문가인 배의철(37) 변호사는 "반려동물은 민법상 '재물'이어서 학대 행위자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동물 학대 자가 동물 소유권과 점유권을 갖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 '동물의 권리' 전문가 양성 필요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동물법 전문 변호사가 고수익 직업인으로 주목받고, 로스쿨에서도 동물법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다.
한국은 반려동물을 비롯한 각종 동물 권리와 관련한 소송이 거의 없어 관련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도 선진국처럼 동물법 전문 변호사 양성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직 사람과 관련한 소송도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지 않은 부분이 적지 않아 동물권에까지 관심을 둘 여력이 없다"며 "시대 조류에 맞춰 앞으로는 동물법 전문 법률가도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동물 사육자가 수술과 투약 등 자가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한 '수의사법'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전문가들의 진료, 투약 행위로 반려동물이 치명적인 위험에 빠지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김성한 숙명여대 교수는 "동물 관련 방송 프로그램, 채식 위주 음식점 등 동물 생명권을 새롭게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며 "젊은이들이 유기견 보호센터 등에서 봉사할 수 있게 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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