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무학산 살인사건 DNA 조기확보 실패 이유는
(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경남 창원시 마산 무학산에서 발생한 50대 여성 등산객 살인사건 피의자가 사건 발생 189일만인 지난 3일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여성 장갑에 묻어 있던 피의자 유전자(DNA)가 결국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
유족들은 유류품에 범인 DNA가 뻔히 남아있었는 데도 범인 검거에 왜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애통해했다.
지난해 10월 28일 무학산을 오르던 피의자 정모(47·무직)씨는 6부 능선에서 혼자 내려오던 A(51·여)씨를 성폭행하려다 거세게 저항하자 목 졸라 살해했다. 그는 주검을 낙옆과 흙으로 덮은 뒤 달아났다.
경찰은 연 인원 9천여명을 동원해 대대적 수사에 나섰지만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해를 넘겨서도 꽉 막혔던 사건은 창원지검 마산지청 안희준(40) 형사2부장 지휘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있던 증거물을 대검 과학수사과 DNA 감정실에 감식 의뢰한 뒤 보름만에 풀렸다.
올해 1월 부임한 안 부장은 지난해 '경기도 화성 60대 여성 육절기 살인사건' 때 육절기에 묻어있던 DNA를 찾아 시신 없는 살인사건 범인을 잡은 경력이 있다.
그때도 대검 DNA감정실이 최종적으로 육절기에서 피살된 사람의 DNA를 확인해 범인 기소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대검 DNA감정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두 차례나 감식했는데도 찾지 못했던 범인 DNA를 잡아냈다.
지난달 18일 경찰이 의뢰한 증거물 중에서 등산장갑 약지 쪽에서 사람의 DNA유전자를 발견한 대검 DNA감정실은 대검이 관리하는 'DNA 데이터베이스(DB)'에서 해당DNA가 절도죄로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인 정씨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감식 의뢰를받은 지 3일 만에 밝혀냈다.
국과수는 증거물 훼손을 막기 위해 장갑 표면을 문지르는 방식으로 감식을 한 반면, 대검 DNA분석실은 장갑을 잘게 잘라 분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대검 DNA분석실은 증거물을 훼손했지만 결과적으로 국과수가 검출하지 못한 피의자 DNA를 찾아냈다.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증거품 분석을 대검에 의뢰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수사단계에서 유류품 감정은 100% 국과수를 거치고 재감식도 국과수에 맡긴다"며 "검찰 지휘 없이 대검에 유류품 감식을 의뢰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규정은 없지만 통상 사건 송치 전에는 국과수가, 송치 후에는 대검이 증거물을 감식한다"며 "이번 사건도 그런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국과수 관계자는 "국과수가 표면적으로 DNA를 놓친 것은 맞지만 우리 감식방식이 교과서 상으로 볼 때 효과적인 것으로 본다"며 "우리가 1차 감정을 하지 않았다면 대검도 우리와 같은 방법으로 감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업무 협조에 문제가 있었던 게 아니라 국과수 감정단계에서 DNA 정보를 찾지 못해 수사가 벽에 부딪쳤다는 것이 관련 기관의 설명이다.
일단 DNA를 찾아야 사법기관이 보유 중인 DNA 정보와 대조해 피의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이 뒤늦게 해결된 것은 정보공유나 정보협조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감식방법 문제라고 봐야 한다"며 "감식 분야에서는 검찰과 국과수는 협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DNA가 유류품에 남아 있던 것이 확인된 이상 중요사건의 경우 범인을 신속히 특정하기 위해 국과수와 대검 과학수사 부서가 초동단계부터 함께 참여할 필요성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DNA 검사 분야 권위자인 이숭덕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는 "국과수보다 규모가 작은 대검 과학수사 부서가 국과수의 감식 업무를 모두 소화하기는 어렵다"며 "대검이 국과수와 함께 증거물을 감식하기 어렵다면 사건의 중요성에 따라 대검 과학수사 부서가 참여하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국과수 감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대검이나 신뢰할 수 있는 제3의 기관이 감식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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