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경제 어려운데..금액 정해놓고 내수 살아날까
◆ 김영란法 시행령 입법예고 ◆
김영란법은 공무원이나 사립대학 교수 및 교직원, 언론인 등이 제3자에게 고액 금품(1회 100만원, 연간 300만원 초과)을 받으면 직무 관련성을 따지지 않고 형사처벌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축의·부조 등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음식물·경조사비·선물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금액 내에서 허용하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이날 발표된 시행령 제정안은 이 같은 음식물·경조사비·선물의 금액 기준과 외부강의 대가로 받는 사례금의 구체적 액수가 명시된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식사대접 허용 금액 3만원, 선물비용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으로 정해져 가뜩이나 경기 위축을 조장할 수 있는 법안 내용을 그대로 답습해 우려를 낳고 있다. 이 기준은 공무원 외에도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등에게도 함께 적용된다. 정부 관계자는 "직종별로 차등을 둘 사유가 충분하지 않고, 시행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근거에서 동일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식사금액 범위에 대해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주류나 음료도 합산해 3만원"이라며 "단체식사의 경우 그때그때 적용되고 가액은 전체 식사 금액에서 인원수로 나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화훼업계에서 통상 거래되는 선물의 가격이 10만~20만원이라 반발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특정 품목에 대해 예외를 인정해서 법 적용 대상에서 예외로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면서도 "화훼 부분은 경우에 따라 선물에도 해당되지만 경조사비에도 포함될 수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내수 진작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지만 권익위는 국민 설문조사 및 공청회를 통해 정해진 만큼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성 위원장은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음식물은 3만원이 적정하다는 의견이 나와 그렇게 정했다"며 "다수 의견이 반영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시행령에는 또 직무와 관련된 외부강의료의 상한액도 명시됐다.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의 경우 직급별로 시간당 상한액이 정해진 것이다. 장관급 50만원, 차관급 40만원, 4급 이상 30만원, 5급 이하 20만원 등을 넘어서는 안 된다.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등도 직급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의 한도가 정해졌다. 게다가 공공기관 위원 등으로 참여하면서 공무와 관련된 강연을 할 경우에는 1회 100만원으로 제한된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민간 부문의 자율성 및 외부 강연 사례금 수준이 전문성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경제 원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란법은 지난해 3월 3일 국회 문턱을 넘고 국무회의를 거쳐 같은 달 27일 공표됐다.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28일부터 시행된다. 권익위는 이날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5월 13일~6월 22일)한 뒤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확정할 계획이다. 시행령이 너무 늦게 마련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성 위원장은 "다양한 의견이 권역별로 표출됐다"며 "직종별 간담회, 전문가 자문, 지역별 순회 의견 수렴 등을 위해 다소간의 지연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법예고 기간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다시 의견 수렴 과정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최종 확정된 안이 아니라고 한 것은 변경이 가능하다는 뜻"이라며 수정의 여지를 남겼다.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입법예고안은 확정된 것이 아닌 만큼 앞으로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공감할 수 있는 시행령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는 9월 28일 전에 시행령 제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명환 기자 /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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