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된 조 교수 "김앤장 변호사가 독성실험 자료 검토"

2016. 5. 8.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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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가습기 살균제 수사 공방

2011년 임신한 쥐 상대로 독성실험
15마리중 13마리 뱃속서 새끼 죽어
보고 현장에 김앤장 변호사도 참석
옥시, 조 교수에 “임신한 쥐 빼달라”
검찰 “조 교수 범죄사실 소명 충분”

옥시에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구속된 서울대 조아무개 교수가, 옥시와 김앤장이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을 경고하는 실험 결과를 알고도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주장은 검찰이 옥시 쪽으로부터 뒷돈을 받고 조작된 실험보고서를 발표한 혐의로 조 교수를 지난 7일 구속한 직후 나왔다.

■ 조 교수 “옥시와 김앤장이 축소, 은폐” 8일 검찰과 옥시 제품의 유해성 실험을 한 서울대 조아무개 교수 쪽의 말을 종합하면, 옥시는 2011년 8월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의 위험요인’이라는 결과를 발표하자, 이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 조 교수팀에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독성실험을 의뢰했다. 한 달 뒤, 임신한 쥐를 상대로 한 중간 생식실험에서 “임신한 실험 쥐 15마리 가운데 13마리의 새끼가 뱃속에서 죽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옥시는 2011년 11월29일과 2012년 2월17일에도 똑같은 결과를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는 옥시 한국법인 대표를 포함해 옥시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김앤장의 변호사도 참석했다. 옥시는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임신한 쥐를 상대로 한 생식독성실험 결과는 빼고 일반 쥐를 대상으로 한 흡입독성실험 보고서만 작성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2012년 4월 조 교수가 작성한 최종 보고서에는 임신하지 않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만 담겼는데, 여기에는 폐질환이 의심되는 데이터는 빠진 채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 사이에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만 들어갔다.

김앤장은 2013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조 교수팀으로부터 실험 원자료를 입수했다. 조 교수 쪽에 따르면 김앤장은 의사 출신 변호사와 이 분야 전문 변리사가 직접 나서 자료를 검토했다. 김앤장과 옥시 본사가 생식독성실험에서부터 흡입독성실험까지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도 김앤장은 지난해 말 옥시가 ‘폐 손상 원인이 봄철 황사와 꽃가루’라고 주장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77쪽 분량의 의견서를 내도록 자문했다. 조 교수 쪽은 “김앤장에서는 충분히 데이터를 분석해보고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을 텐데 그런 의견서를 법원이나 수사기관에 왜 제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 검찰 “조 교수가 흡입독성 결과 조작했다” 검찰은 조 교수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옥시를 계속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조 교수 쪽은 생식실험에서 독성이 확인됐다는 사실을 중간 보고 때 발표했고, 흡입독성실험에서도 폐 섬유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다른 장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신독성 유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기 때문에 문제는 옥시 본사와 김앤장에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흡입독성실험에서도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의 인과관계가 의심되는 정황이 나타났는데도 조 교수가 이 데이터를 빠트린 점이다. 조 교수가 일반 쥐를 대상으로 한 흡입독성실험을 했을 때도 2주, 4주차에 ‘간접성 폐렴’이 나타났다. 하지만 조 교수는 최종 보고서에 이 데이터는 누락했다.

검찰은 조 교수가 옥시의 요구를 받고, 고의로 이 부분을 빠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조 교수 팀의 연구원 권아무개씨가 “흡입독성실험 보고서에서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의 연관성이 의심되는 데이터를 뺀 것은 조 교수의 지시 때문이었다”고 진술한 것을 근거로 조 교수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조 교수 쪽은 “고의로 뺀 것이 절대 아니다. 당시 일이 많았기 때문에 과실로 못 챙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 교수는 옥시로부터 연구용역비 2억5천만원 외에 자문료 명목으로 1200만원을 받고 실험보고서를 만든 혐의로 7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우 영장당직 판사는 “조 교수의 범죄사실이 충분히 소명된다. 공범관계인 옥시뿐 아니라 연구에 참여한 연구원들과의 특수신분관계로 진술을 조작하는 등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4일 조 교수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유서를 발견해 조 교수를 긴급체포했다.

서영지 허재현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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