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볼륨'떠나는 유인나 "꼭 돌아올게요, 날 다시 채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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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디' 유인나가 라디오를 떠난다. 유인나는 KBS2 FM 라디오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이하 볼륨)의 6대 MC로 2011년 7월부터 5년간 자리를 지켰다. 오후 8시만 되면 꽉 막힌 퇴근길, 독서실 그리고 누군가의 외로운 방 안에서 따뜻한 친구이자 든든한 언니, 또 예쁜 여자친구로 그 자리에 있었다. 많은 이야기를 하고 또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따뜻하지만 잔비가 살짝 내리던 5일 오후, 마지막 녹음을 얼마 앞두지 않은 유인나를 빈 라디오 부스에서 만났다. 부스를 배경으로 유인나가 그간 '볼륨'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은 마치 라디오를 듣는 듯 달콤했다. '볼륨' DJ로서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그녀가 꺼낸 첫마디는 "미안하다"였다.
"제가 직접 이야기를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데서 하차 소식을 먼저 듣고, 수습이나 변명처럼 들리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왜 남녀 간의 이별도 직접 보고 해야 하는 거잖아요. 마음같으면 마주 보고 앉아 '나 이렇게 떠나게 됐는데, 걱정 마 난 앞으로 이렇게 할 거야'라고 얘기하고 마음을 다독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날을 잡았었는데 미리 알려지게 되어 청취자들에게 너무 미안했던 거죠."
청취자들을 연인처럼 생각하는 유인나는 그 친근함 덕에 '꿀디(꿀 같이 달콤한 DJ)'라는 희대의 귀여운 별명을 탄생시켰다."'꿀디'라고 누군가 지어줬는데 막상 그렇게 안부르더라. 유디라고만 하고. 그래서 지속적으로 세뇌시켰다. 그래서 많이 또 알려졌고 최근엔 '딸기'라고 강압적으로 말했는데, 딸기가 자리 잡기 전에 그만두게 되서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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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목소리를 내던 제대로 초짜 유인나. 5년 사이에 그는 최고의 DJ가 됐다. 대부분 청취율 1위를 유지했고 '2014년 KBS 연예대상'에선 라디오 DJ상까지 거머쥐었다. 지금은 KBS가 뽑은 역대 최고 DJ로 꼽힐 정도지만, 정작 유인나는 실감을 하지 못했다.
"진짠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이 자리에 있으면 TV처럼 방송이 되고 다음날 시끌벅적하게 기사가 올라오는 게 아니라 체감하기 힘들어요. 그래도 친구랑 커피숍에서 단 둘이 얘기하는 것처럼 집중해서 서로의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또 기사화 됐을 때 큰일이 나지 않는 이상은 제 얘기를 솔직히 다했었던게 사랑해주신 비결이 아닐까요."
기자가 청취율 1위, PD선정 최고의 DJ라는 거창한 말을 말을 쏟아낼 때는 수줍게 웃던 유인나가 청취자 이야기를 꺼내니 말이 많아졌다. "매일 나를 구박하면서도 그렇게나 날 찾아요"라고 말하는 유인나의 말에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청취자와 DJ가 아니라 허물없는 친한 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했다.
"매일 오후 8시부터 두시간 시사회나 저녁 자리는 참석하지 못했죠. 엄두 조차 못냈어요. 청취자들이 나를 놀리고 구박하면서도 제가 없으면 그렇게 저를 찾거든요,(웃음) 촬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비울 때는 '너 왜 없냐' '자리 왜 비우냐 빨리 와'라며 볼멘 소리를 하면서 저를 기다려줬어요. 5년은 제가 지킨 게 아니라 청취자가 저를 지켜준 거예요."
그렇다면 청취자들은 왜 DJ 유인나를 이렇게 사랑했을까. '볼륨'의 청취자들은 유인나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있다고 입을 모은다. '빈말하지 않기'가 DJ로서 지키는 가장 중요한 철칙이라고 말하는 유인나는 청취자의 사연에 기계적인 조언이나 이야기를 건내는 게 아니라 진짜 마음을 담은 진심을 전한다.
"전 라디오에서 절대 빈말을 하지 않아요. 저의 가장 첫 번째 원칙이죠. 라디오는 참 신기하게도 오히려 TV보다 더 예민하게 이 사람이 진심이구나 가짜구나 하는 게 느껴져요. 호흡의 장단이라든지 높낮이라든지 그런 것만으로도 눈치를 챌 수 있는 게 라디오죠. 차라리 해줄 말이 없으면 그냥 사연 소개를 말거나 조금 생각을 한후 '나중에 얘기하자'라든지 진짜 마음으로 해야지,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빈말을 해서는 안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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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하기까지 정말 어려웠어요. 언제까지나 하게 될 줄 알았거든요. DJ는 제 인생에서 정말 하길 잘한 일인 건 맞지만 배우로서의 유인나의 모습도 보여줘야 했어요. 하고 싶은 작품이 있었는데, 그걸 위해 몇 달 간은 도저히 시간을 조절할 수 없었고 병행하기엔 힘들 것 같았어요. 사실 '몇 달만 있다 돌아오면 안돼요?'하고 싶을 정도로 아쉬웠지만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 제 욕심만 채울 수 없죠. 또 제가 5년간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나는 괜찮지만 청취자들이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도 됐어요. 내 마음속에도 뭔가 있어야 꺼내주는데 너무 다 털었더니 똑같은 얘기가 반복되더라고요. '그 빈 시간 동안 많은 걸 채우고 나를 성숙시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유인나가 기자에게 '볼륨'과의 추억을 하나 하나 꺼내놓고 있을 때 부스 밖에는 '꿀디'를 못 볼 생각에 아쉬워하는 팬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들에겐 서로가 슈퍼스타였다.
"마지막이 되니까 다들 오픈스튜디오에 찾아와 줘요. 늘 미루기만 하다 못 볼 걸 생각하니까 왔다고. 이름으로만 5년간 만났던 사람들이 사인해달라고 해 이름을 물으면 '어 실제 인물이었다!'하곤 놀라요. 이런 게 진짜구나. 어딘가에서 다들 정말 숨어있구나 싶어요."
청취자에게 감사인사를 전해달라는 기자의 말에 유인나의 눈은 어느새 촉촉해 졌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청취자와 라디오의 관계는 각별하고 끈끈해서 그 어떤 것으로도 비유할 수 없어요. 무슨 말을 해야할까… 아마 제 마음을 다 아실거예요. 평소에도 표현을 많이 했기에 많이 보고싶을 것 같고, 고맙다, 좋아한다, 떠나는 게 너무 슬프다, 이런것들은 다 알고 계실거라 생각하고. 제가 돌아올 수 있는 상황과 여기 빈자리가 딱 맞아 떨어지는 날 그때는 꼭 돌아올 테니 그때 다시 한번 더 오랫동안 잘 뭉쳐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gina1004@sportschosun.com, 사진제공=Y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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