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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한옥마을 속 고즈넉한 '전주 향교'

송고시간2016-05-0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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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여보시오 기자 양반, 전주의 모습을 신문에 내려거든 다른 곳을 찍으시오. 전주가 TV나 신문에 나왔다 하면 으레 여기뿐이니 전주엔 한옥촌밖에 없는 줄 알겠소이다."

1987년 한 신문기자가 전주 교동 한옥보전지구에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자 옆에서 지켜보던 시민이 기자에게 던진 핀잔이다.

이 시민은 1981년 전국체전이 전주에서 개최된 이후 달라진 전주의 면면을 소개하며, 전주가 더는 전통문화에 기대 한옥촌이나 내세우는 낡은 도시가 아니라고 열변을 토했다.

20년 정도가 흐른 지금 이 시민의 바람과 다르게 전주를 찾은 방문객들이 셔터를 누르고 싶은 곳은 여전히 전주 한옥마을이다.

낡았다고 여긴 전통에 관광콘텐츠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었고, 현대 문명이 인간의 생활상과 모습을 바꿀 때쯤 전통은 꼭 한번 돌아보고 싶은 향수가 됐다.

<길따라 멋따라> 한옥마을 속 고즈넉한 '전주 향교' - 2

먹을거리와 즐길거리가 수 놓인 한옥마을에는 항상 관광객이 북적이지만, 한쪽에는 넉넉한 품으로 고즈넉한 자태를 뽐내는 전주 향교가 자리하고 있다.

한옥마을 입구에 있는 경기전을 지나 전주전통문화관 방향으로 300∼400m를 가면 전주 향교의 정문인 만화루(萬化樓)를 만날 수 있다.

유학교육을 위해 지방에 설립한 교육기관인 전주 향교는 고려시대 공민왕(恭愍王) 3년(서기 1354년)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世宗) 23년(1441년)에 원래 태조(太祖)의 어진(御眞)을 봉안한 경기전 옆에 자리했던 전주 향교는 지금의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글 외고 읽는 소리, 회초리를 치는 소리 등이 시끌벅적하고 끊이지 않아 태조의 영령을 편안히 모실 수 없다는 이유였다.

만화루를 지나 내삼문 문턱을 넘으면 공자 위패가 모셔진 대성전(大成殿)이 방문객을 맞는다.

전북 유형문화제 7호로 지정된 대성전은 공자를 비롯해 안자, 증자 등 그의 제자들과 우리나라 선현의 위패를 모신 제향(祭享) 공간이다.

지금도 향교에서는 봄, 가을에 공자에게 제사를 지내고 매달 초하루와 보름에 향을 피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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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전을 지나 향교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유생의 학습공간이었던 명륜당(明倫堂)이 나온다.

정면 5칸, 측면 3칸의 명륜당은 돌 기단 위에 5개의 굵은 두리기둥이 받치고 있어 당당한 모습을 자랑한다.

학습공간인 명륜당은 오색단청 없이 수수한 것이 매력이다.

명륜당 좌우에는 유생들의 기숙사 공간이었던 동재(東齋)와 서재(西齋)가 있어 두 건물 사이를 바쁘게 오갔을 유생의 발걸음이 머릿속에 선하게 그려진다.

조선 전기의 문신이었던 서거정이 "전주는 남국의 인재가 몰려 있는 곳"이라고 표현할 만큼 명륜당의 옛 위상은 높았다.

대성전과 명륜당 앞뜰을 포함해 향교 곳곳에는 300∼400년 된 은행나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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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들은 벌레를 타지 않은 은행나무처럼 유생들이 건전하게 자라 바른 사람이 되라는 의미로 식재됐다.

나무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일월문(日月門) 앞에 서 있는 250년이 넘은 은행나무에는 이 나무의 은행을 따서 공을 빌면 과거에 급제한다는 전설이 있다.

또 대성전 앞에 있는 두 그루의 나무 중 우측 은행나무는 수컷이 암컷으로 변해 은행이 열리게 됐다고 해서 '자웅나무'라고 불린다. 향교에서 제를 올릴 때는 이 나무의 은행을 따서 쓴다.

옛 교육기관이었던 전주 향교에는 갑오개혁 이후 신학제를 실시하면서 교육기능이 사라졌다.

종종 일반인들이 도덕과 인륜을 배우려고 향교에서 진행하는 '예절학교'를 찾지만, 향교에는 실질적으로 제향 기능만이 남아 있다.

전주 향교 관계자는 "향교는 한옥마을 인근에서 역사와 전통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650여년의 전통을 간직한 향교에서 고유문화와 미풍양속을 배워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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