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꼴찌의 이유, 토종 선발 무승 14패

2016. 5. 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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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KBO리그 유일한 토종 선발 무승  
토종 선발 구성부터 운영·육성도 실패

[OSEN=이상학 기자] 한화 추락의 이유는 선발진, 그 중에서도 토종 선발투수의 부진과 궤를 같이 한다. 선발 로테이션의 구성부터 잘못 됐고, 운영이나 육성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8승20패 승률 2할8푼6리로 리그 최하위에 떨어져 있는 한화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선발진이다.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가 팔꿈치 통증을 이유로 아직 공 하나 던지지 못한 게 크지만, 궁극적으로 토종 선발투수 부진이 크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토종 선발승을 거두지 못한 팀이 바로 한화다. 

▲ 토종 선발 무승, ERA 최악
한화는 송은범(7경기) 심수창(4경기) 이태양·김민우(3경기) 김재영(2경기) 안영명·송창식·김용주(1경기) 등 8명의 국내 투수들이 선발등판 기회를 얻었지만 어느 누구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한화의 8승 중 선발승은 2승뿐이며 그 2승 모두 외국인 투수 알렉스 마에스트리가 기록한 것이다. 마에스트리마저 없었더라면 한화 선발진은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화 국내 투수들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22경기에 선발등판했지만 승리 없이 14패 평균자책점 8.28을 기록하고 있다. 승리도 없지만 평균자책점도 최악이다. 1군 2년차 kt 역시 국내 선발승은 정대현이 거둔 1승밖에 없지만 평균자책점은 5.54로 한화에 비해 훨씬 낮다. 한화 다음으로 국내 선발 평균자책점 높은 LG의 기록도 5.58. 한화의 기록은 여러모로 독보적이다. 

평균 이닝을 보면 더욱 놀랍다. 한화 토종 선발투수들은 22경기에서 총 66⅓이닝을 던져 경기당 평균 3이닝을 겨우 넘기고 있다. 22경기 중 19경기에서 5회를 넘기지 못했고, 그 중 9경기는 3회 이전에 교체된 것이다. 5이닝도 넘기기 힘든 판국에 6이닝을 던져야 충족할 수 있는 퀄리티 스타트는 언감생심. 역시 유일하게 토종 퀄리티 스타트가 없는 팀이 한화다. 

▲ 선발진 구성부터 잘못
어느 팀이나 스프링캠프 최대 과제는 선발투수를 만드는 것이다. 시즌 성공을 위한 첫 단추부터 한화를 잘못 꿰었다. 개막전 선발투수로 고심 끝에 송은범을 낙점했고, 그 뒤 한동안 다음날 선발이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로테이션 구성에 실패했다. 투수 출신 야구인은 "선발투수라면 등판 며칠 전 미리 알아야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는데 한화는 하루 전날 선발 통보가 가기도 했다. 준비가 안 된 선발이 잘 던질 리 없다"고 지적했다. 

개막 후 한화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빠지지 않고 소화하고 있는 투수는 송은범과 마에스트리 2명뿐이다. 어느 팀이든 선발투수들이 이탈 없이 로테이션을 소화하기 어려운 만큼 '플랜B ' 준비가 되어있어야 했다. 시즌 전 심수창·이태양·배영수·송신영이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한화는 플랜B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위기가 닥치자 대안 없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이유다. 

그렇다고 한화에 선발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시범경기에서 3경기 모두 선발로 나오며 1승 평균자책점 2.13으로 안정감 있는 투구 했던 송창식은 개막전부터 불펜 대기하더니 상황을 가리지 않는 전천후 투수로 기용되고 있다. 선발등판은 1번밖에 없었다. 캠프 연습경기에서 선발투수로 가능성을 보인 장민재는 중간 롱릴리프로 굳어졌다. 잘 던지는 투수를 선발로 쓰는 것이 기본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한화는 불펜에만 좋은 투수들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선발 운영·육성도 실패
구성이 잘못됐으면 운영이라도 잘돼야 한다. 애석하게도 운영마저 한화는 토종 선발들이 기를 펴지 못하게 한다. 한화의 토종 선발투수들이 22경기 중 19경기에서 5이닝을 못 던졌지만, 이 가운데 16경기가 3실점 이하로 막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하다. 다른 팀 선발투수라면 경기 중 한두 번 찾아오는 위기 상황이 한화 투수들에게는 곧 교체다. 송은범은 최근 5경기에서 모두 3실점 이하로 막고 있지만, 5회 이상 던진 건 1경기뿐이다. 

선발투수들의 대안이 없다 보니 부상에서 회복되지 않은 선수들을 당겨쓰는 악수까지 범하고 있다. 지난해 10승 투수 안영명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1군 복귀한 뒤 일주일 만에 어깨 통증이 도지며 전열 이탈했다. 팔꿈치 수술 후 1년 만에 1군에 올라온 이태양 역시 승패가 중요한 1군 무대에서 실질적인 재활 등판을 하고 있다. 급하게 땜질 처방만 하다 보니 더 깊은 수렁에 빠진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 신진급 투수들이 클 수가 없는 환경이다. 지난해 후반기 인상적인 투구를 했던 2년차 우완 김민우, 시범경기에서 최고 활약을 한 사이드암 김재영은 지금 1군 엔트리에서 사라졌다. 없는 살림의 넥센이 신재영과 박주현이라는 무명의 젊은 투수들을 발굴하며 주축 선발투수로 육성한 것과 너무나 대조된다. 그들 역시 들쑥날쑥한 등판 간격과 조금만 흔들려도 마운드에서 빼버리는 한화에서라면 이렇게 크지 못했을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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