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인정' 홍성흔이 걷는 베테랑의 길

2016. 5. 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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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홍성흔. 스포츠동아DB
두산 김태룡 단장은 이천베어스파크를 자주 찾는다. 일부러 아무 예고도 하지 않고 들를 때가 있다. 단장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2군을 찾아줘야 선수들이 의욕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고충을 이해하기 위해 1박2일 스케줄로 이천 숙소에서 자고 올 때도 있다.

지난달 이천에 1박2일로 갔을 때, 김 단장은 꽤 인상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아침에 훈련장에 나가보니 너무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아직 타격코치가 나오지 않았더라. 그런데 홍성흔(40)이 어린 선수들 사이에 있더라. 자기 훈련만 하러 나온 것이 아니었다. 코치들이 나올 때까지 선수들을 봐주고 있는 것이었다.”

홍성흔은 시범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쳐 개막 1군 엔트리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몸이 회복됐음에도 실력 우선주의인 두산 김태형 감독은 홍성흔을 부르지 않았다. 김 감독은 홍성흔을 인간적으로 무척 아낀다. 그러나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공정한 경쟁에 따른 결과를 선택한 것이다.

베테랑으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의욕도 꺾일 법하지만 홍성흔은 내색 없이 2군에서 고참으로서 할 바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외국인타자 닉 에반스가 2군으로 내려가고, 최주환마저 타격 사이클이 내려갈 조짐을 보이자 김 감독은 4월의 마지막 날 홍성흔을 광주로 불렀다. 홍성흔은 복귀전에서 타점을 기록했다. 이후 주전은 아니지만 5일까지 4경기에서 대타로 등장해 5안타 3타점 2득점의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다.

베테랑은 팬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존재이지만 팀에는 은근히 부담스런 존재다. 그러나 홍성흔은 현실 속에서 고참이 할 수 있는 영역을 잘 알고 있는 처신을 보여주고 있다. 그 덕분에 팀 분위기는 홍성흔이 돌아와도 전혀 문제가 없다. 두산은 그 역사 속에서 숱한 레전드를 배출했지만 그 결별 과정에서는 아픔이 적지 않았다. 사람을 버리지 않았음에도 사람이 떠날 수 있음을 두산은 체감했다. 그 대극점에서 홍성흔의 ‘끝내기 수순’이 두산에서 각별하게 보이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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