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 칼럼] 한국의 공기 정책, 이대로는 안 된다

2016. 5. 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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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보다 미세먼지 문제 더 심각공기 오염으로 한국 근무 기피도전격적이고 근본적인 변화 절실재생에너지가 '코리안드림' 시작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지난 주말 우리 딸이 학교 축구 경기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한 골을 넣었고 결정적인 어시스트도 여러 번 했다. 자랑스러웠다. 그날 밤 나는 딸의 기침 소리에 여러 번 깼다.

나는 우리 애들이 서울에 살면서 한국 문화를 배우는 게 기쁘다. 미국에서 산다면 얻지 못할 엄청난 기회라고 나는 종종 주장한다. 하지만 요즘에는 애들을 건강 걱정 없이 밖에서 운동할 수 있는 공기가 깨끗한 곳으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아버지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크게 당황한 적이 있다. 아버지가 서울역을 나오자마자 한 말은 공기에서 유황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농촌 지역을 포함해 한국의 공기가 크게 악화되고 있으며 나쁜 공기 때문에 병에 걸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공개된 비밀이다. 유해대기오염물질에 대한 규정을 위반하는 디젤 자동차들이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잦다. 그런 차들은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다.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에 비하면 중국 사막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황사의 위해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책임을 중국에 묻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부정확하다. 유해가스를 배출하는 것은 한국 자신이다. 중국의 석탄화력발전소와 공장이 배출하는 유해가스에는 한국도 책임이 있다. 한국인들이 중국에 짓는 공장들은 엄격한 가스 배출 기준을 지키지 않는다. 보다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한국의 환경정책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한국이 가스 배출에 대해 엄격하고, 스웨덴이나 덴마크처럼 화석연료 사용 중단과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야심적인 계획을 추진한다면 중국은 이를 주목할 것이다. 한국의 정책을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중국은 재생가능 에너지에 한국보다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외국 친구들이 내게 털어놓은 바에 따르면 끔찍한 공기 때문에 요즘 한국에서 일할 사람을 채용하는 데 곤란을 겪고 있다. 잔혹한 환경 파괴와 경솔한 단기적인 성장 정책 때문에 한국의 평판이 크게 나빠졌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의 이보 더부르 사무총장과 녹색기후기금(GCF)의 힐라 샤이크 루후 사무총장이 거의 동시에 사임했다는 사실만큼 현 상황을 잘 나타내는 것은 없다. 그들의 결정이 한국의 현 정책에 대한 좌절감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나는 모른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게 있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 참석한 한국 환경부 장관이 최종합의안 협상을 앞두고 조기 귀국한 것을 세계가 주목했다.

요즘 한국에서 집이나 자동차용 필터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슬픈 일이다. 필터 제품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을 보다 참을 만하게 만들어 준다고 약속한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그들에게 들이닥칠 기후변화의 재앙은 고사하고 끔찍한 공기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마저 부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태도를 확실히 할 때가 왔다.

한국은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하게 유해 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나라로 입지를 다져야 한다. 또 한국은 석탄화력발전소의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5년 내에 모두 폐쇄하겠다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 한국은 화석연료 시대를 넘어서는 모델이 돼야 한다.

우리는 전시경제(戰時經濟)를 방불케 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서둘러 모든 빌딩·비행기·차량을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우리의 건강과 자녀들이 미래에 치르게 될 끔찍한 대가를 사람들이 의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그야말로 전기자동차가 아닌 모든 자동차를 도로에서 추방해야 한다. 또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서 나오는 전기로 차량을 충전시키는 전기충전소를 의무화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원인이 되는 자동차 생산이 아니라 그러한 경제 변화가 더 많은 진짜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주유소보다 전기충전소의 숫자가 더 많아졌다. 이러한 인프라를 발전시키는 게 미래를 위해 대단히 중요하다. 한국은 경쟁에 뛰어들어 일본을 따라잡거나 추월해야 한다.

지금 당장 정부 내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국회는 기후변화 문제를 전담하는 위원회를 결성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엄청난 요구 사항들을 국가 정책으로 구현하고 조율하기 위해서다. 기후변화 완화와 기후변화 적응이 최우선 국가 목표가 돼야 한다. 해외 수출 확대나 무기 구매보다 훨씬 중요하다.

모든 정부 부처에는 에너지 사용과 가스 배출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재생 에너지 부문에서 젊은이들을 위해 수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공장들을 엄격하게 모니터링하고, 모든 자동차가 지극히 까다로운 기준을 준수하게 만들고, 모든 빌딩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려면 정부는 수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젊은이들이 태양광 패널 구매를 위해 쉽게 대출받을 수 있고 전기를 친구나 이웃에게 팔 수 있을 때 우리는 사람들이 코리안드림을 다시 믿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임마누엘 패스트라이쉬 경희대 국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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