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해야 행복하다..단, 정규직으로

2016. 5. 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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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노동연 등 ‘한국인의 행복’ 조사
여성은 미취업자>임시·일용직

대기업 과장인 홍인국(38·가명)씨는 영업부에서 13년간 일해왔다. 아내도 대기업에서 11년간 근무하며 두 아이를 낳았다.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6~7시면 퇴근하는 부부는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8살, 6살 난 아들, 딸을 키우고 있다. 6일 임시공휴일을 맞아 부부는 아이들을 데리고 지방에 사는 처가집으로 나들이 갔다. 가구 소득은 연간 1억원에 가깝지만 30평대 아파트 대출이자와 생활비, 교육비 등을 지출하고 나면, 한 달에 100만원 정도밖에 저축 못한다. 홍씨는 “오늘은 별 문제없이 돌아가지만 내일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앞둔 회사는 희망 퇴직을 받는다고 술렁이고 아이들은 클수록 사교육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홍씨는 “10년 후, 20년 후 내 모습을 상상할 수가 없는 게 불안하다”고 말했다.

한국인은 30대 후반까지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행복하지만 40대부터는 나이가 많아질수록 행복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많을수록 행복도가 커지지만 일정 수준을 넘으면 더 이상 상승하지 않았다.

6일 <월간 노동리뷰> 5월호에 실린 한국노동연구원과 산업연구원ㆍ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협동연구 보고서 ‘일과 행복(Ⅰ)’이 분석한 ‘한국인의 행복’이다. 보고서는 2014년 한국노동패널조사(5000가구) 자료를 이용해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을 △인구학적 특성(성, 나이, 교육, 혼인) △가구소득 △취업상태 △일자리 특성(임금수준, 근로시간, 고용형태) 등으로 놓고 5점 만점의 행복도를 측정했다.

통상 여성이 남성보다 행복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과 달리 이번 연구에서 남성(3.43)과 여성(3.42)의 차이는 별로 없었다. 행복도는 나이가 들수록 커지다가 35~39살(3.53)에 가장 높은 수준에 다다른다. 그러나 이후 다시 낮아져 50~54살에는 3.40, 65살에는 3.31로 떨어졌다.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행복도가 커지는데 이는 임금수준이 교육수준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했더라도 이혼ㆍ별거ㆍ사별한 경우, 배우자가 있는 기혼자보다 덜 행복했다. 배우자가 없는 남성이 특히 행복하지 않은데 이혼남(2.96)이 가장 불행했다.

가구 총소득은 높을수록 행복도가 높아졌지만 연간 1억2000만원(3.79)을 정점으로 다시 떨어졌다. 연간 1억800만~1억2000만원 집단 중‘행복하다’는 응답은 78%, ‘불행하다’는 응답은 1% 미만이었다. 그러나 연간 1200만원을 받지 못하는 집단에서는 ‘행복하다’는 응답이 23%에 그치고 ‘불행하다’는 응답이 14%나 됐다.

취업자가 비취업자보다 일반적으로 행복했는데, 임금노동자 중에서도 상용직(3.53), 임시직(3.33), 일용직(3.14) 간 행복도가 뚜렷하게 구별됐다. 남성은 특히 실업자의 행복도가 현저하게 낮았다. 그러나 여성은 임시직, 일용직보다 비취업자로 있을 때 오히려 행복도가 높았다. 고용형태로 보면, 비정규직(3.29)이 정규직(3.56)보다 행복도가 낮았는데 당장 수입이 필요하거나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비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하면 더 불행했다. 또 고용안정성이 없다고 인식하면 행복도가 떨어졌다.

근로시간이 행복도에 미치는 효과를 보면, 일과 가정을 양립해야 하는 여성이 더 민감했다. 근로시간이 길어지면 행복도가 낮아지는데 남성은 총 근로시간이 47.6시간, 여성은 32.2시간이 정점이었다. 근로시간이 계절에 따라 불규칙하면 역시 덜 행복해졌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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