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손님' 될 각오하고, 옥시 제품 반품하러 갔습니다

조은미 입력 2016. 5. 6. 18:19 수정 2016. 5. 1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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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불매 운동,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일"

[오마이뉴스 글:조은미, 편집:박정훈]

▲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옥시 불매 캠페인 참여연대가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옥시 불매 캠페인에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 참여연대
[기사수정 : 10일 오후 8시 45분]

지난 4일, 며칠 전부터 고민하던 일에 착수했습니다. 이마트에 가서 진상 손님 취급을 받더라도, 집에 사두었던 제품을 반드시 반품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마트가 문을 여는 시각인 아침 10시가 되기도 전부터 도착해서, 고객만족센터 번호표 1번을 뽑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흥분하지 않고 반품을 요청할 것인지 마음속으로 할 말을 가다듬어 보면서 말입니다.

제품에 대한 구매 영수증도 없었고, 구매 시점도 한 달여가 지났습니다. 가는 길에 카톡방에서 가족들에게 조언을 구하니 농담 삼아 돌아오는 대답이 "무조건 드러누워라"거나, "고객님, 영수증이 없어 반품이 안 됩니다"하면 "그래도 반품해주세요"라며 도돌이표처럼 항의를 무한 반복하라는 조언을 들었습니다.

저는 환경단체인 환경연합의 회원으로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과거에 몇 차례 들은 적이 있습니다. 환경연합의 협력 기관인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수년에 걸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편에서 이 문제를 파며 힘겨운 싸움을 해온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최근에 검찰 조사가 시작되면서 비로소 이 이슈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저 역시도 피해자 가족들에 대해 연민을 가졌을 뿐, 그 이상 그 이하의 관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트에서 흔히 파는 생활용품을 사용하고 나서 그렇게 많은 아이들과 엄마들이 죽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믿기지 않았습니다. 억울한 죽음들 앞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것도 더 믿기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추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1528명이며 그중 사망자는 239명이라고 합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중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기업은 옥시레킷벤키저입니다. 옥시의 경우, 현재까지 정부의 조사에서 확인된 제품 사용 사망자가 103명, 생존환자가 300명이라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시레킷벤키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과거 연구 결과를 통해 조작과 은폐를 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최근에야 이런 일들이 뒤늦게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옥시의 행태는 국민들의 공분을 샀고 옥시 전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의 불씨가 지펴지기 시작했습니다.

저 역시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세탁용품, 주방용품, 청소용품들의 브랜드를 확인해보았습니다. 그 결과, 다행히도 제가 사용 중인 제품 중에는 없었습니다. 다만 남편이 다리미질할 때 쓰려고 사온 다림풀 '쉐리 다림질 박사'의 제조사가 '옥시레킷벤키저'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 한 개를 반품하고자 며칠을 벼른 것입니다.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 쉐리 다림질 박사 옥시 제품 불매 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낸 옥시 제품
ⓒ 조은미
제품 가격 2750원. 사두기만 하고 사용하지 않았던 제품입니다. 사용하지 않아 아깝긴 하지만 그냥 버리고, 앞으로 옥시 제품을 안 사면 그만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최근 가습기 살균제로 사회가 떠들썩함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물먹는 하마'와 같은 옥시 제품들의 판촉행사까지 진행한 대형마트에 항의하고 싶었습니다. 또 소비자들이 옥시에 대해 불매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기도 했으므로 제품을 들고 간 것입니다.

처음엔 예상대로 "영수증이 없으면 반품 불가"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영수증이 없지만 꼭 반품하고 싶다면서 그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인 회사의 제품이므로 무서워서 쓸 수가 없다", "이마트는 왜 옥시 제품 판촉행사를 계속하느냐"

그러자 직원은 이마트 최근 옥시 제품 판촉행사를 중단했다고 대답했습니다.

옥시 제품을 반품해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마트를 이용하지 않겠다고 정중하게 말하고 가만히 서 있자, 결국 책임자급 직원의 승인 하에 반품을 하고 환불을 받았습니다. 직원 분들도 선선하게 응대해주셨습니다. 그후 저는 환불 받은 제품의 가격인 2750원의 10배의 금액을 환경단체에 기부했습니다.

대형 마트에 가서 영수증 없이 2750원 짜리 새 제품 하나 환불받은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사소한 체험으로 가습기 피해자들에 대한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습니다.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도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그들의 고통에 연대하고 외면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어제는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안타깝게 아이를 잃은 부모님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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