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피해자가족도 통곡한다

주영민 기자 2016. 5. 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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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학대는 가해자와 신고자가 같아 은폐 위험 아동학대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필요해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인천=뉴스1) 주영민 기자 = #1.
올해 6살 아들을 둔 A씨(인천 서구)는 아들이 다니던 어린이집의 원장을 명예훼손 또는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할까 고민 중이다. A씨는 지난달 자신의 아들을 폭행한 이 어린이집 교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그러자 어린이집 원장은 며칠 뒤 다른 학부모들을 불러 모아 “A씨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A씨 가족은 졸지에 동네에서 왕따 신세가 됐다. A씨 아들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의 학대도 있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는 부모들도 다른 학부모들로부터 “문제 교사도 파면됐는데 왜 자꾸 어린이집을 들쑤시느냐”며 핀잔을 들었다. A씨는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면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피해자 부모가 문제라는 식으로 말한 원장에게 화가 난다. 원장의 말을 듣고 동요하는 다른 부모들도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2.
B씨(인천 계양구)는 어린이집에서 6살 아들이 교사에게 가혹행위를 당한 뒤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B씨의 아들을 비롯한 이 어린이집의 원생들은 보육교사로부터 수차례 박치기 당하거나, 먹지 못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이는 등의 가혹행위를 받았다. 경찰은 해당 보육교사와 어린이집 원장을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B씨의 아들은 현재 강한 공격 성향을 띄거나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등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를 당한 다른 아이는 몇 달째 밤에 불을 끄면 잠을 자지 못한다.

최근 전국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면서 학대 피의자 신고 등의 절차는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지원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공개한 ‘아동학대 통계-학대행위자 현황’을 보면 2014년 기준 학대행위자와 피해 아동과의 관계가 ‘부모외’인 경우는 총 1317건이었다. 이 가운데 유치원·보육교직원인 경우는 394건으로 30%를 차지했다. 부모 외 다른 학대 행위자에 의해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 10건 중 3건은 유치원·보육시설에서 발생한 것이다.

윤혜미 충북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사건은 보육시설 교사나 이웃 등 제3자에 의해 드러나지만 보육시설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사건은 동료 교사나 부모가 신고한다”며 “특히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사건의 경우 학대 가해자와 신고자가 동일한 모순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보육시설에서 발생한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발생한 경우와 달리 CCTV 등 학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있지 않으면 은폐·조작이 가능하다. 게다가 보육시설에서의 아동학대는 다수의 아동이 있는 곳에서 학대가 이뤄지기 때문에 피해 아동뿐만 아니라 같은 장소에 있던 다른 아이들에게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2차 피해도 우려된다.

특히 학대가 가정 밖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족간 심리치료, 부부 간 불화 등 가정에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한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의견이다.

윤 교수는 “그동안 정부가 마련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조기발견·보호 종합대책’ 등은 아동학대 피해 발굴에 치중한 면이 있었다”며 “앞으로 다양한 유형의 아동학대사건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ym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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