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스토리> '그때를 아시나요'..어버이날 풍속도 변천사

2016. 5. 6. 17: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출처=영화 <아이앰샘>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부모님들을 위한 날, 바로 어버이날이죠. 1973년 대통령령으로 제정된 이후 40년 넘게 이어져 오는 날입니다. 긴 역사만큼 시대별로 어버이날 풍속도도 다양합니다. 그때 그 시절, 어버이날의 풍경을 반추했습니다.

◇ 환갑잔치? 해외여행으로 대신해다오

1994년의 어버이날에는 공항이 북적였습니다. 국내 여행사들이 '어버이날 해외여행 패키지'를 앞다투어 내놨거든요. 특히 당시 환갑을 맞이한 1934년생 부모님들은 "역술에서 말하는 '날삼재'에 해당해 환갑 상을 받으면 재앙을 당하기 쉽다"며 한사코 잔칫상을 사양하고 대신 해외여행을 보내달라고 자식들에게 졸랐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환갑 여행지로는 어떤 나라가 인기였을까요. 미국 하와이부터 태국을 위시한 동남아, 중국 등 각양각색이었죠. 특히 당시 여행 자율화로 풀린 중국은 패키지 코스에 백두산이 포함돼 중장년층의 향수를 달랠 관광지로 사랑 받았습니다.

여행비용은 주로 5박 6일 일정에 50만~100만원 정도 여행상품이 많았습니다. 당시 제주도 3박 4일 패키지가 80만원 전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비싼 편은 아니었습니다.

◇ '안마기부터 현금까지'…어버이날 1등 선물

자식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무엇을 사야 부모님이 기뻐하실까?' 어버이날 선물 얘깁니다. 1995년에 1등 선물은 안마기였습니다. 롯데백화점이 당시 어버이날을 앞두고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님 10명 중 3명 이 안마기를 받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2위는 옷이었고, 3위는 홍삼세트였습니다. 카네이션 한 송이나 "자녀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응답도 있었답니다.

어버이날 선물 스테디셀러도 있습니다. 바로 돈입니다. 1995년과 2015년 조사에서는 20년의 격차에도 똑 같이 희망 선물 1위로 현금이 꼽혔습니다.

◇ IMF 한파, 가족애를 단단하게 만들다

IMF 관리체제 시절 어버이날엔 가슴 아픈 사연도 많았습니다. 1998년 한 기업의 사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1 정도가 "어버이날 선물 비용은 이전 해보다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경제난이 이유였습니다.

어버이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카네이션조차 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당시 어버이날 카네이션 주문량은 평년보다 20~30% 정도 감소했습니다. 도매가격도 20송이 1속당 1만원 선으로 전년도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죠.

그러나 불황조차도 효심을 누르지 못했습니다. 1999년의 샐러리맨 대부분은 "5월 기념일 중 어버이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그 아드님, 따님들은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있겠죠?

IMF 한파는 가족을 똘똘 뭉치게도 하였습니다. 당시 한 조사에서는 어린이 62%가 "가족 간 대화 시간이 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IMF로 귀가시간이 빨라지고 가족의 단결력이 높아진 영향입니다.

◇ 고향의 부모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대한민국 남자라면 군시절 부모님 생각에 눈물을 훔쳤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귀한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아들들이 부모님께 사랑의 인사를 보냈습니다. '영상 편지'란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1999년의 일입니다.

강원도 을지부대 장병들은 어버이날을 앞두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부모님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생각이나 안부 등을 직접 녹음해 카네이션과 함께 고향으로 발송한 것이죠. 부대 생활을 담은 녹화 테이프를 선물과 함께 보냈습니다.

장병들의 부모님 사랑은 육해공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해군 3함대사령부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장병 가족 3백여명을 초청해 함정을 타고 해상으로 나가는 공개 행사를 열었습니다.

◇ "부모님 사랑해요"…미처 못한 말, 하늘에 보내다

풍수지탄(風樹之嘆). 부모를 여의고서야 효도를 다 하지 못해 슬퍼하는 자식의 심정을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2003년 어버이날에는 이런 설움을 달래주는 감동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제가 마음의 카네이션 한 다발을 아버님 가슴 한쪽에 달아 드릴게요. 평생 자식들을 위해 고생하시다 한순간에 떠나신 아버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절로 나네요. 어머님은 잘 계시니 걱정하지 마시고 이제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세요."

"아빠 미안해. 전생에선 내가 언제나 받기만 했지만, 후생에선 그 빚 모두 갚을게. 빚을 갚을 기회나 주었으면 좋겠어. 지금 아빠 보고 싶다. 정말로 아빠 얼굴을 보고 싶으니 꿈속에라도 나타나 줘."

서울 시설관리 공단 사이트에 마련된 '하늘나라 우체국'에 올라온 사연들입니다.

더는 만날 수 없는 어버이를 향한 고마움, 미안함, 그리움 등이 한데 섞인 글은 읽는 이의 눈시울을 붉게 만듭니다.

◇ 세월이 빼앗은 부모님의 '미(美)'를 되찾다

정확히 10년 전인 2006년은 성형 수술이 대중화되고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입니다. 어버이날도 이런 시대상을 반영했습니다. 바로 어버이날을 앞두고 자녀와 함께 병원을 찾는 50~60대 손님들이 늘어난 것입니다. 어버이날 선물로는 검버섯·주름 제거 수술이나 쌍꺼풀 수술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당시 부모님과 함께 병원을 찾은 30세 박 모 씨는 "어머니가 얼굴에 핀 검버섯 때문에 나이가 들어 보여서 어버이날 선물로 검버섯을 없애 드리려고 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한 성형외과에 따르면 어버이날을 전후에 안티에이징 치료법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습니다.

◇ 부모님 사랑 어찌 다 깊으랴

어버이 은혜를 어찌 다 갚으리오. 부모란 존재는 결국 사랑 그 자체입니다. 2012년 어버이날을 앞둔 설문조사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이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답변 하나하나가 자식들을 울립니다. 2위가 '선물 필요없다. 너희 살림에 보태라'이고, 3위는 '바쁜데 내려오지 마라'입니다. 4위는 '내가 오래 살면 뭐하니. 너희만 고생이지'였고요.

1위는 "아픈 데 없다. 건강하니 걱정하지 마라"였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평소에 못한 말을 부모님께 드리는 건 어떨까요? "건강 괜찮으세요? 사랑해요."

shlamazel@yna.co.kr

☞ 김동욱·김고은, 세부서 포착…소속사 "열애설 사실 아냐"
☞ 패러글라이딩 중학생, 고압 송전선 걸려…구사일생
☞ 파키스탄, 하루 3명꼴 '명예살인'…친구 도피도운 16세소녀 피살
☞ '옥시 입맛 맞춘 보고서에 뒷돈까지'…서울대 교수 영장
☞ 박원순 시장이 대구에 처가를 두게된 사연은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