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비 맞으며 식사하는 '어버이날 행사' 주인공들
[경향신문]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 한가지 여쭤보고싶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부모님께서 처마도 없는 곳에서 비를 맞으며 도시락을 드신다면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어버이날을 이틀 앞두고 6일 용산구 가족공원에서 대한노인회 주최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석했고 시청 노인 담당 부서가 후원했습니다.
서울 각지에서 오신 어르신들께 식사도 대접하고 효행자, 장한어버이, 어르신복지 기여자를 선발해 시상도 하는 행사였습니다.
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신 어르신들은 비내려 질척거리는 길과 언덕을 지나 물고인 잔디밭으로 향했습니다.
행사장까지 가는 동안 이곳 저곳에서 ‘너무 멀다.’ ‘다리 불편한 우리가 가기엔 길이 너무 불편하다.’등의 볼멘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행사장은 모두 젖어있었습니다. 행사장에 들어오며 받은 병원 홍보책자로 물을 닦아보지만 계속 내리는 비에 속수무책입니다.
어버이날 행사 단골메뉴인 카네이션도 없었습니다. 투박해진 손으로 빈 가슴 쓸어내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축사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어르신들은 빗물말은 밥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도시락을 받아든 어르신들은 내리는 비를 피하지도 못하고 젖은 테이블 위에서 내리는 비 다 맞으며 식사를 하셨습니다.
예고없이 내린 비가 아닙니다. 우비를 준비했다는 것은 비 올 줄 알았다는 얘기며 점심을 나눠줬다는 것은 우비를 입고 밥을 먹을 줄 알았다는 얘기입니다.
한번 더 여쭤보겠습니다.
‘만약, 여러분의 부모님께서 처마도 없는 곳에서 비를 맞으며 도시락을 드신다면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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