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영업직 저성과자 교육 프로그램' 10년 만에 부활

김지환 기자 입력 2016. 5. 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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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현대자동차 판매영업직 노사가 최근 저성과자(판매 부진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실시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6년 노사가 판매 부진자 교육 프로그램 폐지에 합의한 뒤 10년 만에 부진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생긴 것이다. 판매영업직 노동자들 중 일부는 “노조 집행부가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정책(쉬운 해고)에 합의를 해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곽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과 배상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의장은 지난달 19일 ‘11·28 노사회의록 관련 부속 협의서’에서 서명했다. 협의서에는 “회사는 ‘어울림 프로그램’의 시행을 전제로 11·28 노사회의록에 근거한 다양한 코칭 프로그램을 전면 중단키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판매영업직 노사는 2014년 11월28일 “회사는 영업활동 시 발생되는 직원들의 애로사항 해소를 위해 다양한 코칭 방법을 강구하며, 국내영업 특성을 고려한 직원들의 사기진작 프로그램을 수립한다”는 데 합의했다. 회사는 지난해 이 합의에 포함된 ‘코칭’이라는 문구를 근거로 5년 동안 월 평균 1대 미만 판매자들에게 ‘경고성 편지’를 보내고 코칭 프로그램 참여 및 임원 면담 등을 요구했다. 판매위원회는 지난 3월14일 중앙위원회를 열고 “코칭이라는 단어를 회사가 자의적으로 해석해 판매 현장을 압박하는 ‘징계’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코칭 프로그램 전면 중단이라는 대목이 협의서에 포함된 것이다.

문제는 협의서에 “(어울림) 프로그램 참석대상은 최소화(최근 3년 누계 월 평균 판매 1대 미만)해 운영하며, 추가 참여 희망자는 운영범위 내에서 참석기회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진행된 코칭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하고 내용에 대해선 노사 협의를 거친다는 단서가 달려 있지만 판매 부진자에 대한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진 못한 것이다.

판매영업직 노사는 2001년 단체협약 별도 합의서에 ‘실적 부진을 이유로 징계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판매 부진자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은 지속되다 2006년 노조의 요구로 이 역시 폐지됐다. 하지만 이번 협의서로 이 프로그램이 10년 만에 되살아난 셈이다.

이번 합의에 반대하는 현장 조직들은 “부진자 교육 부활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현대차지부 임시 대의원대회에서도 “판매위원회가 회사와 판매부진자 교육에 합의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저성과자 해고 프로그램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발언이 나왔다. 한 조합원은 “2001년 실적 부진에 따른 징계, 2006년 부진자 교육이 폐기됐는데 10년 만에 다시 교육을 실시하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쉬운 해고에 발맞추기 위한 수순 아니냐”고 말했다.

사측과 합의를 한 판매위원회 측은 하지만 “어울림 프로그램은 일체의 징계성이 없다는 점을 노사 대표가 녹취를 통해 확약했다”며 “프로그램 내용도 하반기에는 탬플 스테이, 힐링 프로그램 등으로 강제성 프로그램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결과가 가치 판단 기준에 따라 미흡할 순 있지만 첨예한 이해관계를 다루는 노사협의에서 선명성만 안고 간다면 지극히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측은 “코칭 프로그램의 대안인 어울림 프로그램은 판매 슬럼프에 빠진 직원들에 대해 동기를 부여한다는 차원이지 이를 통해 징계, 해고 등을 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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