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도시락 왔어요"..20년간 매일 독거노인에 봉사

2016. 5. 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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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별 생각없어..당연히 해야할 내 삶 자체"

"봉사, 별 생각없어…당연히 해야할 내 삶 자체"

(의정부=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1. "봉사라는 게 중독성이 있어서 20년이 지나니 끊을 수가 없어요. 사실 초년에는 가슴 떨리는 보람을 느꼈지만 지금은 별생각이 없어요. 당연히 해야 하는 내 삶 자체가 돼 버렸어요."

봉사단체 '좋은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김남숙(67ㆍ여) 소장은 보람을 느낀 순간이 언제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2. 경기도 의정부시에 사는 독거노인 A씨는 매일 정오가 되면 문 앞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노란 조끼를 입은 손님으로, 매일 도시락을 전해준다.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정성껏 지은 밥과 반찬이 담긴 도시락 하나로 A씨는 점심과 저녁을 해결한다.

도시락을 전하고, 잠시나마 어르신의 말동무도 돼 드리며 외로운 독거노인의 자식 역할을 하는 봉사단체 '좋은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과 도움을 받는 어르신들의 일상이다.

김남숙 소장 등 모임 봉사자 20여명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의정부에 사는 독거노인 350인분의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한다. 밥과 반찬 등은 모두 손수 만든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김씨가 이 일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한창이던 20여년 전, 다니던 절의 스님과 봉사 활동을 하던 중 굶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놀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은 재료가 있어도 거동이 불편해 밥을 차려 먹지 못하고, 빵이나 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곧바로 식사를 거르는 어르신들을 돕고자 마음이 맞는 봉사자들과 '좋은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었다.

처음 점심봉사를 시작한 1997년 독거노인에게 전달한 도시락은 40개. 그랬던 게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수년 만에 400여개까지 늘었다.

차량도 변변치 않고 인력도 모자란 상태에서 수백개의 도시락을 만들어 일일이 배달하기란 쉽지 않아 몇번이나 그만두고자 마음도 먹었다.

하지만, 매일 집 문앞으로 나와 도시락을 기다리고, 도시락으로 하루 끼니를 해결하며 고마움을 표하는 노인들이 도시락이 끊기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면 그만둘 수 없었다.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6일 봉사를 하며 보람을 느낀 순간을 묻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김 소장은 봉사라는 게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며 이젠 당연히 해야할 삶의 일부가 됐다고 했다.

모임은 도시락 배달 이외에도 음식을 기부받아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푸드뱅크 사업과 명절에 독거노인이 차례상을 차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비의 차례상', 김장김치 나누기 사업 등도 함께한다.

도시락을 만드는 음식재료비는 의정부시의 지원을 받고, 도시락 제작과 배달 등은 모두 모임에서 부담하거나 후원을 받는다.

변변한 차량도 없어 "배고프다"는 노인들의 재촉에 택시를 타고 급히 배달하는 일도 허다하지만, 김씨는 봉사를 멈출 생각이 없다.

20년 전 평범한 주부로 봉사를 시작한 김씨는 지금도 주부로서 가사일을 하면서도 봉사 단체에 온 삶의 역량을 쏟는 '봉사인'이 됐다. "할 수 있는 일은 봉사밖에 없으니 이제 싫어도 이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며 너스레를 떤다.

"봉사를 하니 또래보다 잔병치레도 없고 건강해지는 것 같다"는 김씨는 "봉사가 이미 내 삶이 됐으니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도시락을 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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