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고백담긴 연애편지, '착불'이었던 시절엔..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역사 속 오늘]1840년 최초 우표 탄생…현대우편시스템 기초 만들어]
내 조심스런 고백이 담긴 연애편지가 만약 받은 상대방이 우편료를 내는 '착불'로 전해진다면 상대방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마침 상대방이 그 우편료를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어서 되돌려 받아야 했다면.
200년 전만해도 영국에서는 이런 상황은 흔히 연출됐다. 영국 최초 우편제도는 지금으로부터 약 340여년 전인 1680년 도입됐다. 멀리있는 지인에게 소식을 전하고 서로 필요한 물품들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를 이용하는 영국사람들은 오랜시간 동안 불편을 호소했다.
일단 편지나 소포를 보내는 사람이 아닌 받는 사람이 돈을 내야했다. 또 무게나 거리별로 요금이 복잡하게 구성돼 있어 요금을 산정하는 것도 골치가 아팠다. 적정 요금이 정해지지 않다보니 우편료도 터무니없이 비쌌다.
결국 받는 사람이 돈이 없을 경우 다시 되돌아 오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했다. 더욱이 귀족계층은 우편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돼 불공평하다는 인식도 팽배했다.
하지만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한 우편제도는 150년이 가까운 세월동안 유지됐다. 이런 상황에서 당대 교육자였던 로랜드힐은 획기적인 우편제도 개선안을 들고 나왔다. 그는 '우편제도 개혁, 그 필요성과 실행가능성'이라는 논문을 통해 현재 우편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알렸다.
그는 우편을 받는 사람이 아닌 보내는 사람이 지불하고, 거리와 무게에 상관없이 1페니로 요금을 통일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요금을 냈다는 표시로 우편이나 소포에 일종의 '증지'를 붙이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언급됐다.
하지만 당시 영국 우정국은 이 제도를 반기지 않았다. 한동안 로랜드힐의 주장은 빛을 보지 못했다. 로랜드힐은 이 제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바로 그의 생각을 담은 책을 출간한 것. 이 책을 읽은 대중들은 이에 크게 지지를 보냈고, 결국 우체국과 로랜드힐은 함께 제도 개편에 나섰다.
로랜드힐의 제안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는 보수적인 우정국 관료들을 설득해야 했고, 의회에 우편제도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했다. 176년 전 오늘(1840년 5월 6일) 우여곡절 끝에 현재까지 이어온 '현대 우편제도'가 정착한 것이다.
세계 최초의 우표도 이때 나오게 된다. 제도가 시행되기 1년 전부터 영국 우정국은 우편물에 부칠 증지 디자인을 공모한다. 여러가지 도안이 나왔지만 당시 빅토리아 공주의 런던 첫 방문을 기념해 빅토리아 공주의 옆모습을 그린 도안으로 확정했다. 위조 우표를 막기 위해 정교한 선 작업도 추가됐다.
'페니블랙'이라고 불린 이 우표는 당대 엄청난 히트를 치게된다. 편지와 소포는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영국 우정국이 집계한 결과 새 우편제도 도입 후 1년 동안 7000만통의 편지가 오고 갔다. 이후 영국 우편제도는 유럽에서 보편화되기 시작했고, 세계적으로도 널리 도입됐다.
이미영 기자 my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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