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팬 몰고 다니는 '보미짱'의 인기 비결

입력 2016. 5. 6.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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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미가 5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바라키 골프장에서 열린 JLPGA 투어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1라운드에서 13번홀로 이동하는 도중 갤러리들의 응원에 미소를 보이며 인사하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 살롱파스컵 ‘한류 골퍼’ 이보미

올 최하 성적 6위…1인자의 성실함
경기 안 풀려도 팬들에겐 항상 친절

“보미짱, 간바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가면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지난해 일본골프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상금 돌파 기록을 쓰며 여왕의 자리에 오른 이보미. 그가 ‘보미짱’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5일 일본 이바라키현 츠쿠바미라이시의 이바라키 골프장. JLPGA 투어의 시즌 첫 메이저대회 월드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 1라운드가 열렸다. 오전 일찍부터 엄청난 수의 갤러리가 몰려왔다. 9시가 넘어서는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였다. 클럽하우스 앞에 마련된 드라이빙 레인지와 2개의 연습 그린 그리고 치핑 연습장에는 선수들의 연습을 보기 위한 갤러리들로 만원이었다. 어림잡아도 5000명은 훌쩍 넘었다.

오전 11시30분을 조금 넘어서자 갤러리들이 어디론가 향했다. 거의 대부분은 10번홀로 향했다. 잠시 후 이보미의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20여 분 뒤, 이보미가 10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왔다. 장내 아나운서의 소개가 이어지자 큰 박수가 터졌다. 곧이어 티샷이 끝나자마자 ‘나이스샷’이라는 함성이 코스를 뒤덮었다.

아쉽게 첫 홀에서 이보미의 버디 퍼트가 살짝 홀을 벗어났다. 갤러리들은 탄식하며 함께 아쉬워했다. 11번홀(파4). 이번에는 이보미가 짧은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함성은 코스 전체에 퍼졌다. 그 순간 12번홀(파4)에 모여 있던 갤러리들까지 웅성거렸다.

이보미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일본에서 운영 중인 팬클럽에 가입된 회원수는 약 3000명. 숫자로 보면 대단해보이지 않지만, 가입조건이 까다로워 쉽게 가입하기도 어렵다.

팬들은 이보미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몇 십분씩 기다리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사인을 받고나면 뛸 듯이 기뻐한다. 좋아하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예쁘다고 좋아하고 골프를 잘 쳐서 좋아하기도 한다. 팬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 번째는 성실함이다. 1인자라고 해서 여유를 부리거나 나태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대회 전날, 이보미는 프로암을 끝낸 뒤 스윙코치인 조범수 프로와 함께 오후 5시가 다 될 때까지 연습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드라이빙레인지에서 스윙을 점검하고, 그린으로 이동해 퍼팅과 칩샷까지 끝마쳤다. 오히려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최근 스윙이 흐트러져 못마땅했던 이보미는 연습에서 해답을 찾으려 더 많은 땀을 흘렸다. 이런 노력은 이보미를 계속해서 1인자에 올려놓고 있다. 올해 5경기에 나선 이보미의 최하 성적은 개막전 다이킨 오키드 레이디스에서 거둔 6위다. 이후 2개 대회에서 1승과 2∼4위를 한 번씩 기록했다.

두 번째는 친절함과 상냥한 미소다. 1라운드 경기는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11번홀에서 버디 후 17번과 18번홀에서 연속보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침체됐다. 그러나 팬들의 응원은 더 커졌다. 여기저기서 “보미짱, 감바떼”라며 힘을 불어넣었다. 이보미는 응원하는 팬들을 향해 모자에 손을 얹으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리고 이어진 1번홀(파5)에서 버디로 답례했다.

“콧대만 높은 선수들이 많은데 이보미 선수는 그렇지 않다. 우승도 많이 하고 꾸준하게 1인자의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자만하지 않고 팬들을 먼저 생각한다. 그리고 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면서 웃는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장을 찾은 이보미의 팬클럽 회원이 말하는 ‘보미짱’을 좋아하는 이유다.

이바라키(일본) |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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