禹 "대통령이 바뀌면 협조".. 鄭 "DJ 실사구시 정신으로"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5일 국회 더민주 원내대표실에서 상견례를 가졌다. 두 사람은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다"며 손을 잡았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관계를 두고 신경전도 만만치 않았다.
우 원내대표는 "19대 국회에서는 여야 원내대표가 원만하게 합의해도 청와대가 개입해 합의를 뒤엎고, 합의 과정에서 청와대 반대로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정 원내대표가 경험이 있으니 여야가 자율성을 갖고 국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달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냈다. 이에 대해 정 원내대표는 "저희가 2당 신세가 됐지만 그래도 집권 여당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고, 대통령의 입장이 바뀐 것도 아니다"며 "헌법과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통령이고 집권 여당이기에 긴밀한 당정 협의를 통해 국정 운영을 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지시를 내리는 일은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또 "대통령이 조금 바뀐 모습을 보여준다면 야당도 당면한 위기도 극복하고 국민의 민생을 도모하는 데 함께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 원내대표는 "옳으신 말씀"이라고 했지만, 곧 기업 구조 조정 문제로 화제(話題)를 돌려 "IMF 경제 위기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보여주신 혜안과 실사구시 정신으로 해법을 찾자"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가 "기업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 개개인의 생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하자 정 원내대표는 "세상에 부자(富者)와 강자(强者)만을 위한 정치 세력은 없다"고 했다.
휴일(어린이날) 오전 열린 이날 상견례는 우 원내대표 선출(4일) 바로 다음 날 이뤄졌다. 정 원내대표가 먼저 요청했지만 우 원내대표가 "제가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가 또다시 "그간 (국민의당 등에) 제가 찾아갔으니 이번에도 제가 가겠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약속 시각 5분 전부터 복도에 나와 정 원내대표를 기다렸다.
두 사람은 17대 국회에서 함께 의정 활동을 했지만 개인적인 인연은 없다. 정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경찰 최루탄에 숨진 연세대생) 이한열씨의 영정을 들고 있을 때 나도 사회부 기자로 현장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가 DJP(김대중·김종필) 문하생이니 어른들의 협치(協治)를 본받자"고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정 원내대표는 김종필 전 총리를 '정치적 스승'으로 꼽는다.
이날 회동에서 우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상징인 빨간색과 더민주의 상징인 파란색이 교차된 넥타이를, 정 원내대표는 노란색 넥타이를 맸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우 원내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문하생인데, 김 전 대통령이 노란색을 좋아했던 것을 생각해 (노란색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각 당내에서 상대적으로 온건하다고 평가받는 두 사람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강(强) 대 강' 대결을 하진 않으리라는 관측이 많다. 대신 두 사람은 우선 국민의당 끌어안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정의당을 포함한 야권 정책 연대를 공약했고, 정 원내대표도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의 협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두 사람의 본격적인 대결은 국회의장과 상임위 배분 등 새 국회 구성에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연성을 가지고 원(院) 구성 협상에 임해야 한다"고 했지만 두 사람 모두 국회의장은 자기 당의 몫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두 사람은 이날 약 10분간 만나고 헤어졌다. 별도의 비공개 면담은 없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날 우-정 회동에 대해 "아직은 몸풀기도 하지 않은 단계"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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