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구명로비 內査하던 檢, 왜 중단했나

전수용 기자 2016. 5. 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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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수사관과 금전 거래, 靑·국회 관계자와 접촉 확인 후 덮어] - 파문 확산 우려했나 브로커 李씨 잠적 등 이유 '스톱' 檢 "구체적 위법사항 못찾은때문" 軍에 화장품 납품 로비.. 또 다른 브로커도 구속

검찰이 지난해 정운호(51·수감 중)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해외 원정 도박 사건을 수사하면서 그를 둘러싼 법조 비리와 정·관계 로비 정황을 상당 부분 파악하고도 내사(內査)를 중단한 것으로 5일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와 법조계 인사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해 10월 정 대표를 100억원대 상습 해외 도박 혐의로 구속한 뒤, 구치소에서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정 대표에게 적용한 100억대 도박 혐의가 아니라 정 대표가 2014년 경찰과 검찰에서 2차례 수사받을 때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 경위에 대한 별도 조사였다. 조사는 '100억 도박'을 수사한 검사가 아닌 강력부 소속 다른 검사가 맡았다.

검찰은 당시 검사장 출신 H 변호사가 사건을 무마해 정 대표가 2014년 거듭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게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H 변호사에게 정 대표 측으로부터 로비 자금이 전달됐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자금 흐름도 추적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 과정에서 H 변호사와 정 대표를 연결해 준 브로커 이모(56·도피 중)씨의 존재를 확인했다. 브로커 이씨는 H 변호사의 고교 후배이자, 정 대표의 2심 재판장이던 임모 부장판사에게 '선처 로비'를 시도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이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받아 검거에 나섰다.

검찰은 또 내사를 진행하면서 정 대표 측이 H 변호사를 선임한 것과 별개로 다른 검찰 관계자들도 접촉했으며, 이씨 등 브로커들을 매개로 정·관계 인사들과도 접촉했다는 단서도 일부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은 정 대표가 구속되기 전 정 대표의 측근과 일부 검찰 일반 직원(수사관)이 금전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한다. 당시 검찰 안에는 검찰 일반 직원들이 정 대표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탐문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해 내부 감찰을 담당하는 부서가 진상 조사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정 대표 측 브로커 이씨의 통화 내용 조회를 통해 이씨가 전직 청와대 관계자 Y씨, 국회 고위 관계자 P씨, 정부 고위 관계자 B씨 등과 자주 통화하면서 접촉한 사실을 파악했다. 당시 또 다른 정 대표 측 브로커 박모(다른 사건으로 수감 중)씨가 정 대표가 수사받던 즈음에 이 정·관계 인사들과 만난 것도 확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그러나 올 1월 이씨가 잠적하고 검사 정기 인사가 실시되자 내사를 시작한 지 3개월여 만에 돌연 중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 내부와 정치권 등으로 파문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 사건을 중도에 덮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하지만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의혹이 많아 내사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 위법 사항을 찾지 못해 중단한 것일 뿐 일부러 덮은 게 아니다"고 했다. H 변호사도 "수사 과정에 어떠한 부당한 영향력도 행사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5일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을 군납(軍納)할 수 있게 로비하는 대가로 정 대표 측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브로커 한모씨를 구속했다. 검찰은 한씨가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에 입점(入店)할 수 있게 로비하겠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에게서 10억원 넘는 돈을 받아간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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