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만든 선물로, 기념일은 몰아서..지갑 얇은 5월 버티기

홍상지 2016. 5. 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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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어버이날, 잇단 결혼식 쏟아지는 지출에 허리띠 졸라매기"월급이 초고속으로 스치는 기분"카드사 단기대출 이벤트에도 솔깃
통합파: 어린이날·어버이날 등 기념일을 하루에 몰아 나들이나 식사
DIY파: 손편지를 쓰거나 직접 만든 과자·비누 등을 선물해 비용 절약

회사원인 워킹맘 김정연(37)씨에게 5월은 반갑지 않은 달이다. 9세, 7세인 아들과 딸의 어린이날을 챙기기가 무섭게 어버이날이 다가온다. 2주 뒤에는 시동생의 결혼식이 있다. 김씨는 “남편과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지출을 감당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말했다.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스승의날(15일), 성년의날(16일), 부부의날(21일)이 있는 5월은 ‘기념일 쓰나미’의 달이다. 이달에는 결혼식도 많다. 요맘때의 신부가 가장 아름답다는 의미로 ‘5월의 신부’라는 표현이 있다.

지난달 말 온라인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9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0%가 ‘가정의 달 기념일 중 부담스러운 기념일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지출이 커서’(60.8%)라는 대답이 압도적이었다.

직장인 김효인(32)씨는 “5월만 되면 월급이 초고속으로 통장을 스쳐 지나가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5월은 본의 아니게 ‘계좌털이범’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 5월을 ‘견디기’ 위해 사람들은 나름의 방법을 찾고 있다. 회사원 윤현창(36)씨는 일주일 전부터 집인 서울 공덕동에서 회사가 있는 여의도까지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한다. 윤씨는 “5월에 장인어른 생신까지 있어 허리띠를 바짝 조여야 한다. 운동한다는 생각으로 이왕이면 즐겁게 타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기념일 쓰나미’에 대비해 일상의 지출을 줄이려는 ‘짠돌이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출족’(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자처하며 교통비를 아끼거나 도시락으로 식비를 절약한다.

대학생 정모(25)씨는 “어버이날 선물을 마련하려고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다가 포기했다. 대신 열흘 전부터 집에서 과일·고구마 등을 학교에 가져와 먹으며 용돈을 아끼고 있다”고 했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 가족의 생일 등 기념일을 하루에 몰아 해결하는 ‘통합파’도 늘었다. 돈과 시간을 모두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생 윤정원(27)씨의 가족들은 14일 당일치기 나들이를 하기로 했다. 윤씨는 “평소에 바빠서 소홀했던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게 진정한 ‘가정의 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물이 아닌 ‘마음’을 주고받는 즐거운 게임을 하는 가족도 있다. 주부 이영원(38)씨는 일주일간 가족들과 ‘마니또’ 게임을 하기로 했다. 제비뽑기로 마니또가 된 가족에게 직접 손편지를 쓰고 평소보다 더 잘 챙겨주는 게임이다. 이씨는 “맨날 보는 가족과 ‘마니또’를 한다는 게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가족들에게 손편지 한 장 써보겠느냐”며 “가족 모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직장인, 5월 평균 50여만원 지출계획…"어버이날 부담스러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선물용 천연비누 만들기’ ‘집에서 과자 굽기’ 등 선물 DIY(직접 만들기) 방법을 알려주는 글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지출 압박 때문에 단기 대출까지 고민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수요를 노려 신용카드사에서는 ‘단기 대출 수수료 할인’ 등의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 교수는 “고가의 물품이나 돈이 많이 드는 활동이 가족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가정의 달’의 본래 의미가 퇴색하지 않도록 실속 있는 소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상지 기자 hong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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