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인터뷰 전문]"민생 관련 상임위는 양보하지 않겠다"

구혜영·조미덥 기자 2016. 5. 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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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원내대표(54·사진)는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당선 소감과 20대 국회 전략, 쟁점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20대 국회에서 전·월세 대책을 최우선으로 해결할 것”이라며 “원 구성 협상에서도 민생 관련 상임위는 절대 양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우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세월호특별법은 반드시 개정해서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기간을 연장할 것”이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호남 신뢰 회복 방안으로 ‘원내 지도부·호남지역위원회 정례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특별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대표주자지만 “86세대를 더 이상 그룹이 아니라 개인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운동권 리더십 극복에 대해선 “운동권의 배타적인 문화는 반성해야 하지만 운동권 전체를 그렇게 규정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로 선출된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두 가지다. 첫째, 가장 선수가 낮고 가장 젊은 사람을 뽑았다는 점에서 변화와 혁신을 하겠다는 의미다. 둘째, 86세대가 조력자를 넘어 처음 리더가 됐다. 새로운 정치세대의 전면 등장이다.”

-86세대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까.

“이젠 86세대를 그룹으로 보지 말고 개인으로 봐달라. ‘우상호 정체성’을 평가해달라. 2012년 대선 패배 후 ‘진보행동’이라는 모임을 해체하고 그 후로는 공동행동을 한 적이 없다. 나와 이인영 의원도 개인 대 개인 관계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도 86세대가 나를 지지하는 캠프를 꾸리지 않았고, 나를 찍지도 않았다.”

-운동권 리더십 극복이 과제로 제기된다.

“난 운동권 출신이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공적 가치를 고민하고, 그 가치를 위해 헌신했다. 물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일부 언론이 지적하는 ‘운동권 문화’는 반성할 면이 있다고 본다. 견해가 다른 사람을 적대시하고 의견이 같은 사람끼리 패거리를 만드는 문화 말이다. 집권을 위해서도 공존하고 절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운동권 전체를 그렇게 규정하고 과거를 소급해 성장 가능성까지 폄훼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역대 여야 원내대표들 중 롤모델이 있다면 꼽아달라.

“내가 보는 원내대표 조합으로는 ‘김원기-김윤환 조’. 다음으로 ‘박상천-박희태 조’가 좋았던 것 같다. 소통과 조율이 잘 됐다. 그런 면에서 20대 국회의 ‘정진석-우상호-박지원-노회찬’ 조합도 괜찮은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여소야대 국회 원내 1당 원내 사령탑으로서 목표를 말해달라.

“민생과 경제 이슈를 전면에 내걸고, 테러방지법과 국정 교과서 등 박근혜 정부 들어 왜곡된 모든 것을 바로잡는 투트랙을 펴겠다. 구현 방식은 야권과 먼저 협력하고 그 다음에 대여 전선을 형성하겠다.”

-‘우상호’ 이름을 걸고 반드시 관철할 1호 법안은 무엇인가.

“당의 1호 법안이면 의원들 총의를 모아서 해야 한다. 과거 원내대표가 특정 이슈에 꽂히면 갈등을 빚은 일이 많았다.”

-그래도 당 1호 법안은 원내대표 의지가 중요하다.

“전·월세 문제부터 해결하고 싶다. 서민들이 전셋값 상승으로 너무 고통스러워 한다. 고담준론을 얘기하기보다 국민들이 정말 힘들어하는 것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원 구성 협상 관련 반드시 확보할 상임위를 꼽는다면.

“민생 관련 상임위는 양보하지 않겠다.”

-3당 체제라 원내 교섭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당 체제에서는 기본적으로 한쪽 힘의 논리가 관철될 수 없다. 그래서 대화와 타협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밖에 없다. 협상 테이블에서 한 쪽이 시작부터 강하게 나가면, 나머지 당들이 연합을 하게 된다. 원내대표끼리 신뢰가 중요한데, 이번 교섭단체 원내대표 3명이 모두 ‘대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출발하는 것이 긍정적이다.”

-야권과 먼저 공조하겠다고 했지만 국민의당은 여야 협력을 강조한다.

“국민의당이 아주 사소한 사안에서는 새누리당과 힘을 합쳐 더민주를 압박할 수 있다. 그런데 여야가 격돌하는 사안에서는 그렇지 못할 것이다. 주요 지지기반이 호남이기 때문이다. 최근 국민의당에서 ‘연립정부’ 얘기 나올 때도 호남에서 반발이 컸다. 우리가 야권 협력을 우선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개혁 성향인 호남 민심을 믿기 때문이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5일 국회에서 상견례 겸 회동을 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선출은 안정적 당청관계를 기대하는 당심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 원만한 협치가 이뤄질까.

“정진석 원내대표가 청와대를 설득해서 여당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지켜지는지 두고 볼 것이다. 청와대가 의회의 자율성을 존중한다면 협력할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의회에 개입하고 무시한다면 단호히 싸우겠다.”

-여야정협의체가 협치 기구가 될 수 있나.

“의회 자율성이 보장되면 굳이 정부를 상대할 필요가 있나. 여야정협의체는 일종의 사회적 대타협 기구다. 이는 비상상황에만 작동해야 하는 장치다. 불필요하다.”

-여야 모두 ‘경제’를 화두로 내걸고 있다. 당내에도 관련 TF(태스크포스)와 과도기적 기구가 많아 어수선한데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당은 거시적 경제정책과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원내는 쟁점화할 법안을 만드는 것으로 역할 분담해야 한다. 당 지도부가 거시 문제 외에 구체적인 실천까지 얘기하려면 원내와 상의해야 한다.”

-세월호특별법 개정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당연히 조사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 국회 내 여러 특위도 기간 내에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연장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활동인데 예산 몇푼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 말이 되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 김종인 대표는 청문회와 국정조사 필요성을 언급했다.

“다국적 기업이 소비자의 요구를 외면한 사건인데 소비자가 직접 피해를 규명해야 한다는 것은 부당하다. 국회가 나서야 한다. 그런데 청문회를 열어야 할 사안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청문회 했다가 ‘맹물’이면 국회 권위가 실추된다. 국가정보원 해킹 사건 때도 청문회를 열어봤자 국정원이 1급 비밀이라고 자료를 주지 않으면 공방만 하다 끝날 것이라고 해서 청문회를 하지 않았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해서는 어떤 방식이 국회 차원에서 가장 적합할지 검토하겠다.”

-테러방지법 폐지 대책은.

“20대 국회가 열리면 개정안을 내고 여당과 협의하겠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법안 개정 문제가 아니어서 야당으로선 쉽지 않을 것 같다.

“정부가 국가 고시를 바꾼 문제라 난감하다. 대통령이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결자해지 차원에서 결단할 문제다. 일단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중단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지 다른 방법을 강구하겠다.”

-원내 수석부대표는 정했나.

“재선 중에 두세 명을 두고 고민 중이다.”

-김종인 대표의 총선 책임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호남 공천에서 일부 실수한 부분이 있지만, 총체적으로 성공했다면 성공에 대한 치하를 먼저 해야 한다. 책임론부터 거론하는 것은 야박하다. 김종인 대표가 헌신하고서도 ‘팽’ 당하면 대선 때 우리가 어떻게 개혁적 보수 인사를 영입하겠나. 공존의 정치문화를 갖고 가야 한다.”

-전당대회 이후 김종인 대표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나.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정책과 경제 해법을 제시할 때 김 대표만한 적임자는 없다. 이미 입지도 확보했다.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해야 한다.”

-김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는 ‘공생’ 관계인가 경쟁 관계인가.

“정권교체를 위해 협력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면에서 공생은 맞는데, 두 사람이 특별한 관계를 계속 맺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전·현직 대표로 각자 자기 역할을 하면 된다.”

-전당대회는 언제가 적기인가.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 8월말~9월초가 제일 좋다.”

-차기 대선주자 중 염두에 둔 후보가 있나.

“적어도 새누리당 보다 좋은 후보들이 많다. 대선 후보 경선을 내년 상반기로 당겨야 한다. 내 임기 중에 경선하자는 거니 누구를 선호한다고 말할 수 없다.”

-문재인 전 대표는 유력 대선주자인가.

“그렇게 생각한다.”

-총선 당시 야권 모두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 대한 구애가 뜨거웠다. 손 전 상임고문도 정권교체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나.

“물론이다. 필드에서 뛸 것이냐 문제를 넘어 정권교체를 위해선 손 전 상임고문 역할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손학규라는 사람을 잊지 않고 사랑해주는 국민들이 분명히 있다. 어떤 형태로든 대선에 기여할 것이라 믿는다.”

-김종인 대표는 대선 3자 구도를 확신한다. 야권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나.

“정치 지형이 변했다고 말하는 김종인 대표의 분석에 동의한다.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3당 구도로 분립됐다. 현재로서는 분립한 대로 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합하면 좋지만, 지금으로선 3자 구도로 대선을 치른다는 전제 하에 전략을 짜야 한다.”

-호남의 신뢰를 얻기 위한 복안이 있나.

“호남이나 강원처럼 당 열세 지역은 원내 사령탑으로서 특별대책을 강구하겠다. 정례적으로 원내 지도부와 지역위원회가 만나 지원할 것이다. 국민의당이 한 일과 우리가 한 일을 분명히 구분해서 그 지역 주민들에게 보고할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시작될까.

“5년 단임제는 폐해가 많다. 박근혜 정부에서 보듯 권력 분점은 필요하다. 하지만 개헌은 대통령이 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임기 내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 차기 대선 후보들이 고민할 문제다.”

<구혜영·조미덥 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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