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샌더스 경선중단 왜 요구 못하나..민주당 분열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후보 자리를 사실상 확정지을 때,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의 일부 지지자들은 클린턴 선거운동본부 고위 관계자들에게 민주당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게 경선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은 '클린턴 전 장관은 그(샌더스 의원)에게 경선 중단 압력을 가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미국 CNN과 정치전문 매체들은 5일 이 사례를 소개하며, 클린턴 전 장관이 섣불리 샌더스 의원에게 경선 중단을 요구했다가 자칫 민주당을 분열시킬까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클린턴 전 장관 본인도 전날 CNN 인터뷰에서 "경선이 아직 남아 있고 샌더스 의원과 그의 선택을 존중한다"며 "나는 아직 '잠정 대선후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현재 AP통신 집계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후보 지명에 필요한 과반 대의원, 즉 '매직 넘버'에 불과 178명 만을 남기고 있다. 그에 비해 샌더스 의원이 더 얻어야 할 대의원 수는 982명으로 앞으로의 경선에서 결정될 대의원 수 1천159명에 육박한다.
이는 샌더스 의원이 향후 경선에서 90% 가량의 지지율을 얻어야 자력으로 대선후보에 오를 수 있음을 뜻한다. 샌더스 의원도 지난 3일 앞으로의 경선이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클린턴 전 장관이 섣불리 샌더스 의원에게 경선 중단을 요구할 수 없는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가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설명했다.
첫째는 젊은 층에서 부진한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이다.
지난달 8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민주당원 또는 민주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설문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에 대해 18∼24세 응답자의 선호도는 각각 34%와 59%였고, 25∼29세 연령층에서도 각각 41% 대 46%로 클린턴 전 장관이 뒤졌다.
샌더스 의원이 지금까지 19개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동력 중 하나로도 젊은층에서의 강한 지지가 꼽히고 있다.
둘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층이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의원으로 나눠진 현상이다.
CNN은 젊은층은 샌더스 의원 쪽으로, 계층이나 인종별 소수자들은 클린턴 전 장관 쪽으로 각각 기운 상황에서 민주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고학력 백인이 두 사람 중 어느 한 쪽을 두드러지게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풀이했다.
셋째는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에서도 대선 못지 않게 연방의원 선거에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이며, 따라서 샌더스 의원 지지자들을 끌어안아야 하는 처지라는 점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에서 사실상 후보 자리를 차지한 트럼프의 집중 공세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본선에서 주요 격전지로 꼽힐 지역과 함께 앞으로 당내 경선이 치러질 지역들을 모두 방문하면서 트럼프의 공격도 막아내야 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망했다.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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