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잭팟"이라는데 어느 나라 말이 맞나..
[경향신문] ㆍ한국 “이란서 52조원 수주”
ㆍ이란 “한국서 250억달러 유치”
‘잭팟’인가, ‘과대포장’인가.
한·이란 정상회담 경제성과를 놓고, 양국이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지난 1~3일)을 계기로 국내 기업이 371억달러(약 42조원) 규모의 이란 인프라 재건 사업에 참여하게 됐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청와대는 구두합의까지 합하면 국내 기업 수주액은 456억달러(52조원)에 달한다고 했고, 일부 언론들은 ‘잭팟이 터졌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이란에선 반대의 말이 나온다. 이란 언론들의 주요 뉴스는 ‘한국, 이란 인프라 구축 사업 250억달러(29조원) 투자’라는 헤드라인으로 도배돼 있다. 이란 언론에서 청와대가 강조하는 ‘371’이라는 숫자는 찾아볼 수 없다.
청와대가 밝힌 ‘이란발 대박 명세서’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계기 삼아 국내 기업들이 이란의 인프라·에너지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에 참여해 371억달러를 수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스파한·아와즈 철도 사업, 테헤란 쇼말 고속도로 사업, 바흐만 정유시설 프로젝트 등 주요 사업을 거론한 뒤 각 프로젝트에서 국내 기업들이 확보할 수 있는 액수까지 첨부했다.
이란 측과 맺은 계약 대다수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MOU)라는 점에서, 정부가 ‘과대포장’을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모든 거래는 항상 위험부담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엔 사업의 구체적 규모와 계획까지 명시됐다는 점에서 실현성이 높다”(안종범 경제수석)고 자신한다.
반면 이란 언론의 보도는 달랐다. 한국의 투자 약속만 부각시키고, 이란이 한국에 제공할 ‘당근’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란 메흐르통신은 3일 “박 대통령이 이란·한국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의 인프라 확대 지원을 위해 한국이 250억달러의 지원 패키지를 준비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테헤란타임스는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250억달러 제공은) 한국이 외국에 제공했던 금융패키지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말했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주목할 점은 어느 이란 언론도 한국 정부가 홍보한 ‘371억달러’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메흐르통신은 한국 투자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 건설력이 이란 기동성과 합쳐지면 철도, 항공, 도시 개발 등에서 바람직하고 풍성한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결국 이란 ‘인프라 재건 사업’이라는 공통 사안을 두고 양 정부가 상반된 소리를 하는 꼴이다. 이를 두고 양국 정부가 정상회담 결과를 자국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아전인수 격으로 포장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총선 참패로 국정동력이 약화된 청와대가 정국 돌파를 위해 성과를 과대포장했다면, 막 국제사회에 발을 디딘 이란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정상회담 결과를 편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용욱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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