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선 빅3 합병? "땡"다 살린다? "딩동댕"

입력 2016. 5. 5. 19:49 수정 2016. 5. 5.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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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없어진다고 나머지 업체의 경쟁력이 생길까요? 합병은 해법이 아닙니다.”

기업 구조조정에 관여하는 정부 고위관계자는 5일 조선3사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단언했다. 설사 대우조선해양이 문 닫는다고 해서 현대·삼성중공업의 경쟁력이 그냥 생기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는 “부실의 정도 등 처한 상황은 차이가 있지만 짓고 있는 배의 인도가 안 되는 어려움은 3사가 똑같다”면서 “누가 하나 없어지면 나아질 거다, 이런 식으로는 이 시련을 극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을 없애서 현대, 삼성과 합치는 건 해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발언으로 미뤄 정부 관련 논의의 방향은 합병이 아니라 3사 모두 살리는 쪽이다. 이 관계자는 “셋 모두 살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호황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지난 4일 언론사 경제부장단 오찬간담회에서 “합병이나 퇴출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지만 3개 기업이 제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살아날 방법을 갖추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합병은 없다”(4월26일 임 위원장)는 입장에서 한발 더 나가 실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합병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 정부 주도의 합병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가능성 등을 의식한 때문이지 합병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시장 자율의 합병 논의는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고, 임 위원장도 지난달 26일 기업 구조조정 정부 협의체 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인수합병(M&A) 등을 추진할 경우 정부는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내 미묘한 입장 변화로 조선 3사 합병 논의는 당분간 잠복할 전망이다. 조선업계 주도로 추진되는 컨설팅에서도 합병이나 사업 빅딜과 같은 큰 그림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문별로 경쟁력 있는 부문과 중국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문을 조정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컨설팅 회사라도 (합병 대상으로)누구를 고를 수 있겠나. 업계의 돈으로 이뤄지는데 그런 컨설팅 결과는 나올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마침 조선3사의 재무 상태도 호전 흐름이다. 1분기에 당기순이익이 3사 모두 흑자전환했다. 지난 4일 공시된 각사 1분기 실적을 보면 지난해 3조3067억원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은 1분기에 314억 순이익을 냈다. 영업이익은 263억원의 적자이지만 지난해 4분기(-1조630억원)에서 확 줄었다. 영업손실에 대해 대우조선 측은 “3월 말 환율하락으로 환헤지 평가액이 영업외 수익으로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영업이익도 2분기부터는 턴어라운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2445억원, 삼성중공업은 159억원 순이익을 기록, 지난해 1조원대 적자에서 흑자전환했다.

자회사까지 망라하는 연결재무제표상 작년 말 4266%로 유난히 높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도 ‘문제의 본질’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물론 아름다운 수치는 아니지만 저런 회사가 왜 문 안 닫고 있나 생각할 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채권단이 예정대로 모두 유동성 지원을 마치면 현대나 삼성 수준으로 확 떨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KDB산업은행은 작년 10월 마련된 지원방안(유동성 지원 4조2000억원, 자본확충 2조원, 선수금환급보증 50억달러)을 이행 중이다. 나머지 2사의 부채비율은 현대중공업 221%, 삼성중공업 306%다.

합병 가능성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합병 불가피론이 여전하다. 과거 대우조선 감사에 참여한 적이 있는 회계법인 임원 C씨는 “3사 모두 구조조정해 숨통을 트여놓고 호황을 기다리겠다는 모양인데 문제는 과거와 같은 호황이 영원히 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급성장한 중국업체와 수주 경쟁을 하려면 숫자를 줄이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정부가 선을 그어도 합병 논의는 계속될 전망이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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