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기숙형 대안학교, 학생들 가혹 행위 논란

추광규·김용숙 입력 2016. 5. 5.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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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유통기한 지난 음식 먹이고 폭언, 폭행".. 교장 "있을 수 없는 일"

[오마이뉴스추광규·김용숙 기자]

 해당 대안학교는 아파트 단지내 상가 1층 일부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었다.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사설학원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었다.
ⓒ 추광규
북한 이탈 주민 가정 자녀들을 위한 서울의 한 기숙형 방과후 대안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가혹 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좁은 공간에 다수의 학생들을 수용하였는가 하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사용해 급식을 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간식시간에 나눠준 도넛을 먹은 학생들 일부가 장염 증세를 나타내면서 2일 오전 119 구급대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는 일도 벌어졌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이 대안학교는 탈북자 출신 교장과 교사 2명, 강사 6명이 44명의 초등학교 재학 아동들의 방과 후 학업을 맡고 있다. 이곳은 수업이 끝난 후에는 두 채의 아파트에 남학생과 여학생으로 나뉘어 각 1명의 사감선생의 감독하에 기숙생활을 하는 '기숙형 방과후 학교'다.

학생들 "폭언과 폭행 수시로" vs. 교사 "말 안 들을 때 벌세운 정도"

대안 학교에서 수시로 가혹 행위와 폭언, 폭행이 이루어졌다는 문제 제기는 지난 4월 29일부터 시작됐다. 사감선생의 진퇴 여부를 둘러싸고 C(45) 교장과 여학생 기숙사를 맡고 있는 E사감선생과의 갈등이 일면서부터였다.

E사감선생이 학교에서 쫓겨난다는 말을 들은 일부 학부모들이 지난 4월 29일 기숙사에 모여들자 학생들이 자신들의 부모에게 그동안 학교에서 당했던 폭행 사실과 부실 급식 문제를 말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B교사로부터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지목했다. B교사는 해당 학교가 문을 열면서부터 C교장과 함께 일하고 있는 중이다. B교사의 가혹 행위에 대해 한 학생은 "선생님이 남학생과 싸운다고 손을 들게 하는 벌을 세웠어요, 귀에 바짝 손을 대고 있지 않으면 손바닥으로 세게 등을 때렸어요"라고 말했다. 벌을 세우는 시간을 묻는 질문에는 "한 시간도 세우고 두 시간도 세웠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선생님이 지난 겨울에 구구단 못 외운다고 밖에서 외워 오라고 교실 밖으로 내쫓았어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선생님이 구두를 신은 발로 제 정강이를 찬 적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세 아이들의 말에 대해 대부분의 아동들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공감을 표했다.

폭언 주장도 나왔다. 한 학생은 "선생님이 알림장 안 가져왔다고 '야 니 뭐하는 사람이니, 머리 어따 대고 쓰는 거니' 그러고요, 수학을 못했다고 '커서 거지 돼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제가 수학 60점 받았는데요. 커서 거지될래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학교 내부모습
ⓒ 추광규
또 다른 학생은 "공부 못했다고 머리 때리고요, 바보 멍청이라고 하고요, 잘 안 쓰면 등을 막 때려요. 알림장 안 가지고 오면 머리 치면서 검사 마친 다음에 '너 뭐하는 사람이니, 머리 어따 대고 쓰는 거니'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폭행과 가혹한 체벌을 했다고 지목한 B교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을 학대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다만 "아이들이 말을 안 들을 경우 손을 들게 하는 벌을 세웠다, 그것도 10~15분에 그쳤을 뿐이고 아이들을 구두를 신은 발로 찬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C교장은 "학교에는 CCTV 등이 설치되어 있어 아이들을 학대할 수 있는 곳이 없다, 구조가 개방형으로 되어 있고 수시로 드나드는 학부모들도 있으며 저도 순찰을 돌기 때문에 아이들이 주장하는 학대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당국의 조사결과 죄가 있다고 하면 해당 선생을 자를 것이고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문제가 제기된 후 서울시 산하 아동학대전담기관도 조사에 나섰다. 지난 1일 해당학교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면접 등의 조사를 실시한 '서울영등포 아동보호전문기관'의 관계자는 조사 결과에 대해 묻는 질문에 "논의 중이고 많이 복잡하다, 경찰과 소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조사 결과 학대로 의심되는 정황이 실제로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학대 여부를 단정적으로 결론내기는 어렵고 교차적인 분석으로 경찰과 소통해 지원하도록 할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한편 대안학교는 한 아파트 단지내 상가 1층 일부를 월 600만 원에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유통기한 지났다고 말했는데 선생님이 끝까지 먹으라고..."

해당 대안학교는 저녁과 아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기숙사로 사용하는 아파트에서는 평일 저녁식사와 주말까지 포함해 총 11끼를 공급한다. 문제는 학교 측이, 지급한 일부 식자재가 유통기한이 지났는데도 먹으라고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이로 인해 식중독 사고로 의심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데 있다.

C교장은 식자재 조달과 관련해 "영양사와 사감선생이 일주일치 식단을 짜게 되면 후원으로 들어온 김치와 쌀, 계란 등은 학교에서 지급하고 부족한 야채와 햄 등의 부식을 근처 마트에서 구입해온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유통기한과 관련 사감선생에게 수시로 주지를 시켰다"면서, "냉장고를 살펴보지 않은 것은 제 잘못이지만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식자재를 갖다줬지만, 사감선생이 해당 제품의 유통기한이 지나도록까지 안 먹인 것"이라면서 모든 책임을 사감선생에게 떠넘겼다.

 월요일에 마트에서 구입했다는 1주일치 부식. 이 식자재롤 사용해 23인분을 만들어야 한다. 쌀과 김치, 계란 등은 학교측에서 지급한다고 했다.
ⓒ 추광규
C교장은 계속해서 "썩은 쌀을 먹었네 썩은 빵을 먹었네 하는데 우리 학교에 그런 게 있느냐? 모함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기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모함하는데 북한 사회가 그렇다"면서 학부모와 사감선생에게 그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C교장의 이 같은 해명과 달리 지난 2일 찾은 학교 내부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각종 식자재가 박스채로 쌓여 있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는 아이들이 숙식을 해결하는 아파트에서도 발견됐다. 이날 오전 보건소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대부분의 식자재를 수거해 갔음에도 기숙사로 사용하는 아파트 주방 여기저기에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식자재가 쌓여 있었다.

실제 한 학생은 유통기한이 지난 유제품 관련 박스를 들어 보이면서 "유통기한 지났다고 말했는데 선생님이 끝까지 먹으라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어묵의 유통기한은 지난 4월 11일 이었다.
ⓒ 추광규
 조미김의 유통기한은 2월 17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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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내부 한켠에는 후원물품으로 들어온 각가지 자재가 쌓여 있었다. 이 가운데 상당수도 유통기한이 지나 있었다.
ⓒ 추광규
  유제품 관련 제품의 유통기한은 2015년 11월 11일 까지였다
ⓒ 추광규
부실 급식도 의심됐다. 학교 측에서 지난주에 지급한 일주일치 식자재를 살펴본 결과 육류는 미니족발 5개가 전부였다. 생선 등 일체의 다른 육류는 공급되지 않았다. 그나마 학부모들이 주말에 방문했을 때 돼지고기 등을 구입해 아이들에게 공급하고 있었다. 학부모들이 이 학교에 자녀들을 맡기면서 부담하는 액수는 월 10만 원이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와 관련 의심되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 2일 오후 학교에서 간식으로 제공한 도넛과 우유를 먹은 일부 학생들이 저녁부터 복통과 고열에 시달렸다. 한 학생은 심하게 구토를 했다.

심한 고통을 호소한 한 학생은 이날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실을 찾아 처치하기도 했다. 이어 3일 오전 7시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7명에 이르자, 학교 관련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4월 29일부터 학생들과 함께 숙식하고 있던 부모들이 119구급대를 이용해 병원을 찾기도 했다.

관할 보건소는 2일 방역팀을 파견해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수거해 가는 한편 3일에는 긴급 방역팀이 파견돼 아이들을 대상으로 급식 관련 조사를 실시했다.   

구로경찰서는 논란이 인 직후인 지난 4월 30일경 아동학대사건으로 인지한 후 이날 저녁부터 수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구로경찰서는 두 명의 아동들에 대한 조사를 진술 녹화로 받았다. 이런 가운데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조사하면서 부모들로부터 원성을 듣기도 했다.

  최모양(10세)이 2일 저녁부터 복통과 고열로 고통을 호소하면서 고대구로병원 응급실에서 처치를 받은 후 받은 진료내역서. 담당 의사는 지사제와 해열제를 처방했다
ⓒ 추광규
대안학교의 기숙공간은 학생 1명당 3.3㎡

학생들의 숙식은 대안학교 근처에 있는 아파트를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여학생들이 숙식하는 아파트는 전용면적 80㎡로 작은방 2개와 큰방 1개, 거실 그리고 화장실 2개로 이루어져 있는 구조였다.

이곳에 초등학교 1~6학년에 재학 중인 여학생 22명과 함께 여자 사감선생이 거주하면서 저녁식사와 주말 식사 공급을 담당하고 있었다. 작은방 1개는 사감선생이 거주하기에 아동들은 거실에 10명, 작은방에 5명 그리고 큰방에 7명으로 나뉘어 잠을 자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전용 거주면적은 1명당 3.3㎡이었다. 아파트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 100만 원에 임차하고 있었다.

 학생 10명이 잠을 자고 있는 거실 내부 모습. 작은 플라스틱 장은 개인 사물함이다.
ⓒ 추광규
이 같이 좁은 공간으로 인해 아이들은 아침 등교를 위해 준비하는 세면시간에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오래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 아이들을 기거시키고 있는 이유에 대해 C교장은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어쩔 수없이 아이들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거정책심의위 심의를 거쳐 설정·공고하는 최저주거기준은 부부와 자녀 등 3인 가족은 방 2개에 부엌과 식당을 갖추고 전용면적 36㎡(11평), 4인 가족은 방 3개, 부엌과 식당을 갖추고 43㎡(13평)이다. 학생들의 숙식공간은 최저주거기준의 1/3에 못 미친다.

국토부 주거복지기획과 담당자는 "주거기본법이 있지만 이런 경우 일시적으로 거주하는 경우 위법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그 정도 숫자의 아이들이 집단으로 숙식하고 있다면 주거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집단 식중독이 의심되면서 3일 오후 구로보건소에서 긴급방역팀이 기숙사를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 추광규
해당 대안학교는 2011년 2월 25일 탈북가정 자녀를 위한 기숙형 방과 후 학교로 개교했다. 북한 이탈 주민들이 육아,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초등생 연령에 해당하는 8~13세 아동을 대상으로 기숙형 방과 후 학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교장은 탈북자 출신의 C(45)씨가 맡고 있으며 재학생 44명 전부는 북한 이탈자 주민의 자녀들이다.

학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설립이념과 관련해 "북한이탈주민 자녀는 부모를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하였으나 일반학교 진학에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교육의 어려움 뿐 아니라 양육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북한이탈주민가정 자녀에 학교 교육과 가정교육을 병행하여 진행하여 제도권 교육을 보완하고 통합교육을 지향한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목표와 관련해서는 "부모를 따라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 자녀는 생계형 직종에서 밤늦게 일하는 부모의 귀가를 기다려 빈집과 놀이터, PC방에 홀로 방치되어 있으며 학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북한이탈주민의 절박한 심정을 반영하여 북한이탈주민 자녀가 제도권 교육으로 원만하게 진입하고 당당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도모하고자 학력보충교육 보습 및 예습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C교장은 학교의 예산과 관련 "1년 총예산은 3억 원 남짓이다, 이 가운데 학부모들이 부담하는 금액이 5000여만 원,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인 남북하나재단에서 5000여만 원을, 나머지는 후원금으로 충당한다"고 밝혔다.

이 학교 한 학부모는 "우리 아이가 지금까지 유통기한이 지난 빙수와 김 등을 계속 먹어왔고 수준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며 혼자서 끙끙 앓았을 것을 생각하면 많이 속상하다"면서 "그것보다 더 마음이 아픈 건 아이들이 그동안 학교에서 당한 사실을 학부모들에게 말하지 않고 속앓이를 해 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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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신문고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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