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파동'..해외로 눈 돌린 소비자들

입력 2016. 5. 5. 18:27 수정 2016. 5. 5.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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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습·방충제 등 매출 곤두박질..때 아닌 호황 맞은 해외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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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논란으로 국산 생활화학용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세제나 치약까지 해외에서 직접 구입해 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번 사건의 여파가 매출 감소로 이어지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에 사는 주부 정모(28)씨는 며칠 전 미국 생활용품 사이트에서 치약과 빨래 세제, 주방 세제를 주문했다.

정씨는 5일 “그동안 국내에서 ‘친환경’이나 ‘유기농’이라고 적힌 브랜드 제품을 사서 썼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통해 국내 제품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가습기 살균제가 우리나라에서만 팔렸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 논란이 있은 지 1년 뒤에야 사용금지 화학물질로 지정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을 포함한 총 26종을 사용금지 물질로 정했지만 유럽연합(EU)이 정한 사용금지 화학물질은 500여종에 달한다.

최근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카페에도 세제를 해외에서 직접 구매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 아이디 luv***를 쓰는 누리꾼은 “요즘 뉴스를 보다 집에 있던 옥시 관련 제품들을 모두 버렸다”며 “아이들에게 닿는 제품은 더 신경이 쓰여 애벌빨래용 세제까지 주문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고 세제 직구 후기를 남겼다. 그는 직구가 서툰 사람들을 위해 사진을 첨부한 자세한 방법을 소개했다. 이런 추세에 맞춰 해외의 유명 생활용품 사이트들은 한국어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한국 소비자 붙들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가습기 살균제 불똥이 튄 국내 생활화학용품 업계는 울상이다.

런던서 항의 시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족인 김덕종(왼쪽에서 네번째)씨와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세번째)소장 등이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시내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연례주주총회장 앞에서 옥시 본사 최고경영자(CEO)의 직접 사과와 본사 및 한국지사 이사진 해임, 완전하고 충분한 보상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4월27일∼5월3일) 동안 제습제 매출은 전주에 비해 46% 감소했다. 방충제와 탈취제도 13%씩 매출이 떨어졌다. 방향제 판매도 10% 줄었다. 롯데마트 역시 보름(4월18일∼5월3일) 만에 탈취제와 방향제 매출이 각각 15%, 16.8% 급감했고 제습제 매출도 떨어졌다.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가장 많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제품은 소비자 불매운동의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대형마트 업계의 집계 결과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옥시에서 제조한 제습제와 표백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와 38% 감소했다.

국내 생활화학용품 제조업계는 실제 안전성과 상관 없이 제품 자체를 불신하는 소비자의 심리가 매출 급락으로 이어질까봐 우려하는 기류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안정규정을 지키면서 최대한 유해성분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생활용품을 만들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생활용품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앞으로 매출 추이가 어떻게 될지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옥시에서 뒷돈을 받고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써준 혐의 등으로 긴급체포된 서울대 조모(57) 교수가 옥시 측 연구용역 대금 2억5000만원 중 일부를 사적으로 쓴 단서를 잡았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를 폐 손상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려고 2011년 조 교수팀에 PHMG의 흡입독성 실험을 의뢰했다. 당시 옥시가 지급한 연구용역 대금은 서울대 법인계좌로 입금됐고, 조 교수가 필요할 때마다 비용을 학교에 청구하는 방식으로 운용됐다. 이 과정에서 조 교수가 재료·기자재비, 인건비 등으로 용도를 허위로 기재해 돈을 타낸 뒤 사적으로 지출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박현준·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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