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아라비아 만' 표기 미 의회에 항의.."페르시아 만"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있는 걸프 해역을 '아라비아 만'(Arabian Gulf)이라고 칭한 미국 의회에 이란이 강하게 항의했다.
이란 외무부는 4일(현지시간) 이란 내 미국 이익대표부를 맡는 테헤란 주재 스위스 대사관에 "미 의회가 '페르시아 만'(Persian Gulf)의 가짜 이름을 쓴 결의안 초안을 작성했다"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미 공화당 랜디 포브스 하원의원은 지난달 28일 이란이 걸프 해역에서 미군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이란군은 국제법에 따라 행동하기 바란다"는 결의안 초안을 냈다.
이란의 신경을 거스른 대목은 이 결의안에 담긴 '아라비아 만의 미군'이라는 표현이다.
이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도 2일 "페르시아 만은 이란의 안방"이라며 "페르시아 만의 해안과 오만 해의 대부분이 강국 이란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걸프 해역의 명칭을 두고 이란과 걸프의 수니파 왕정은 1960년대부터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그 이전엔 '페르시아 만'이라는 명칭에 별다른 이견이 없었지만 1960년대 들어 아랍 민족주의가 부상하고 걸프 지역에서 유전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가열됐다.
이와 관련, 유엔 사무처는 1999년 유엔의 공식 문서에 이 해역의 명칭을 '페르시아 만'이라고 쓰라는 지침을 내렸고 국제수로기구(IHO) 역시 '이란 만' 또는 '페르시아 만'을 공식 용어로 사용한다.
이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걸프협력회의(GCC)는 2010년 "아라비아 민족은 3천년 전부터 있었지만 페르시아는 16세기 사파비 왕조에서야 나타났다"며 '페르시아 만'은 역사적으로 왜곡한 이름이라고 반박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선 저작물이나 인터넷 등에서 '페르시아 만'이라는 용어를 쓰면 불법이다. 미군도 여러 문서와 발표에서 아라비아 만으로 부른다.
미국지리학협회(NGS)는 페르시아 만을 인정하다 2004년 발행한 아틀라스 세계지도에서 아라비아 만으로 고쳐 이란 정부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그해 말 '역사적으로 통상적 명칭은 페르시아 만이지만 일부에선 아라비아 만이라고 칭한다"는 개정판을 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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