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 죽인 가습기 살균제..너무 무서워요"
환경운동연합, 서울광장서 옥시 불매 캠페인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아프게 하지 마세요', '무서워요', '이걸 먹으면 안돼요. 큰일나요'
검은 바탕의 가습기 살균제가 그려진 종이에 고사리손으로 쓴 삐뚤빼뚤한 글씨가 들어찼다. 해골 문양, 우는 아이 등도 등장했다.
환경운동연합은 5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가습기 살균제 옥시 불매 인증샷 캠페인을 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자리였다.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광장에는 아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발 디딜틈 없이 가득찼다. 이들은 광장 한편에 마련된 캠페인 돗자리에서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아 그림을 그렸다. '이런 제품을 쓰지 않겠습니다'라는 피켓 앞에서 인증샷도 찍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모르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은 '나쁜 제품을 써서 많은 사람이 죽었어. 우리도 조심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참여해야 해'라며 아이들에게 알려줬다.
강동구에서 아이들과 온 권민정(37·여) 씨는 "만든 사람과 유통한 사람들의 잘못으로 아무것도 모른 소비자들만 피해를 봤다"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쁜 제품을 만들면 안 되고 쓰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려 참여했다"고 말했다.
8살 딸과 함께 온 황주희(38·여) 씨는 "우리 아이가 어렸을 때 나도 옥시 가습기를 썼는데 게을러서 많은 양을 사용하지는 않았다"며 "남일 같지 않아 왔다. 그냥 넘어가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들은 대체로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지만, 부모의 설명을 듣고 '이런 기업이 있느냐'며 분노를 나타냈다.
가족과 친구들과 광장에 놀러왔다는 이하인(12) 군은 "아기들이 죽었다는 것이 너무 충격적이고 마음이 아프다"며 "가습기 살균제가 아니라 '가습기 살인제'라는 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2시간 30분여 만에 준비한 200여장의 종이가 다 떨어지자, 주최측은 광장 한 쪽에 종이를 모아 가습기 살균제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캠페인을 기획한 고경일 상명대 교수는 "남녀노소가 쉽게 즐길 수 있는 그림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기획했다"며 "이후 이 작품들로 신문광고는 물론 다른 작품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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