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오카자키의 엇갈린 희비

이준목 2016. 5. 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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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우승으로 주가 높인 오카자키, 손흥민 기회는 있다

[오마이뉴스이준목 기자]

손흥민과 오카자키 신지, 한일 축구를 대표하는 두 유럽파 스타의 희비가 엇갈렸다.

오카자키가 활약 중인 레스터시티는 지난 3일 2015/16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을 확정지었다. 팀 창단 이후 첫 번째 프리미어리그 우승. 오카자키는 이나모토 준이치와 가가와 신지에 이어 일본인 선수로서는 역대 세 번째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기쁨을 누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레스터의 우승을 앞당겨준 것은 토트넘이었다.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은 3일 첼시와의 경기에서 전반 두 골차 리드를 지키지못하고 2-2 동점을 기록하며 남은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레스터의 우승이 확정했다. 오랜만에 선발 출장한 손흥민은 이날 팀의 두 번째 골이자 자신의 리그 3호골을 성공시켰으나 팀의 우승 좌절로 빛이 바랬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스타, 손흥민과 오카자키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이 한국 시각으로 3일 오전 4시, 런던에 있는 스탐포드 브리지에서 벌어진 2015-20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첼시 FC와의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과 오카자키는 공통점이 많다. 둘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스타 공격수 출신이자 분데스리가를 거쳐 올 시즌 나란히 EPL로 진출하며 비슷한 이력을 걸어왔다.

사실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스포트라이트는 손흥민이 더 많이 받았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시절 함부르크와 레버쿠젠에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오카자키도 마인츠 시절 2년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으나 전체적인 득점력이나 인지도에서는 손흥민에 뒤졌다. 약관의 나이에 이미 한국 A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에이스로 부상한 손흥민에 비하여, 오카자키는 자국 대표팀에서도 혼다 케이스케(밀란)이나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만큼 주목받는 스타는 아니었다.

손흥민과 오카자키는 올 시즌 나란히 EPL 무대에 진출했다. 손흥민은 지난 여름 역대 아시아 선수 최고 이적료인 2200만 파운드(약 400억원)의 이적료에 토트넘에 입단했다. 오카자키는 레스터시티에 입단하며 약 825만 파운드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손흥민의 1/3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팀의 위상으로 봐도 꾸준히 프리미어리그 중상위권을 유지하던 토트넘에 비하여, 레스터는 불과 1년전까지 강등권을 걱정하던 약체팀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두 선수의 위상은 완벽히 뒤바뀌었다. 오카자키는 올 시즌 '신성' 제이미 바디와 함께 투톱을 형성하며 레스터의 최전방을 이끌며 팀의 우승에 큰 기여를 했다. 반면 손흥민은 시즌 초반에는 선전했으나 지난해 9월 이후 부상으로 주춤했고 공백 기간동안 델레 알리, 에릭 라멜라 등 포지션 경쟁자들이 대약진하면서 주전에서 밀려났다. 영국 축구 전문지 포포투는 지난 4월 29일(한국시간) '올해 최고의 아시아 선수 50'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손흥민을 2위로 선정했고, 오카자키를 1위에 올렸다.

오카자키는 팀의 우승뿐만 아니라 '일본인 선수는 EPL에서 통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극복했다.

오카자키 이전에 EPL 무대에서 우승을 맛본 이나모토와 가가와는 사실 우승 당시 기여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굳이 우승을 기준으로 하지 않아도 EPL 무대에서 꾸준히 주전급으로 활약했던 선수는 오카자키와 요시다 마야(사우스햄튼) 등 일부에 불과하다. EPL 역대 최고의 아시아 레전드로 꼽히는 박지성조차도 맨유 시절 부동의 주전은 아니었던 것을 감안하면, 오카자키는 사실상 주전급으로서 EPL에서 리그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최초의 아시아선수라고 할만하다.

오카자키는 기록상 공격수임에도 그리 화려하지 않다. 리그에서 34경기나 나섰음에도 불과 5골에 그쳤다. 이는 오카자키와 바디에게 밀려 주로 백업 공격수에 그쳤던 레오나르도 우조아(6골)보다도 적은 기록이며, 역시 비주전에 가까웠던 손흥민(3골)과도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오카자키는 기록상으로 드러나지 않는 팀공헌도와 이타적인 플레이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바디의 득점력이 더 빛을 발할수 있었던 것도 오카자키의 희생이 컸다.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연게플레이와 수비가담은 과거 맨유에서 조연으로 활약했던 박지성을 연상시키며, 아시아 공격수들이 EPL에서도 살아남는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으로 레스터시티의 팀 스타일과 라니에리 감독이 요구했던 전술적 역할이 오카자키의 플레이스타일과 잘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낸 셈이다.

주전 경쟁에서 밀린 손흥민, 앞으로 기회는 많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리그 2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지만 냉정히 말하면 팀이 추구하는 스타일과는 잘 맞지 않았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수 있는게 손흥민의 장점이지만, 토트넘에서는 확실한 자기 포지션을 찾지 못했다. 해리 케인,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에릭 라멜라 등 기존 주전들이 모두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도 있지만, 손흥민이 포지션 경쟁자들에 비하여 차별화된 장점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손흥민은 독일 시절부터 스피드를 활용한 빠른 역습과 공간침투에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볼을 가지지 않은 상황에서의 움직임이 좋지 않고 동료들을 활용하는 축구지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트넘은 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지공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는  팀이다. EPL 팀들은 체력적으로 더 강하고 타이트한 압박축구를 펼친다. 손흥민의 장점이 발휘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은 손흥민이 한정된 기회 속에서도 나름의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포체티노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상대 선수를 가격하여 징계를 받게된 델레 알리의 결장 공백을 메울 카드로 나세르 샤들리 대신 손흥민을 선택했다. 손흥민은 첼시전에서 비록 팀은 우승이 좌절됐지만 오랜만에 리그 득점을 올렸고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꾸준한 기회와 믿음만 주어지면 충분히 기대에 부응할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다.

토트넘의 리그 우승은 좌절됐지만 사실 냉정히 밀해 손흥민에게는 큰 의미가 없었다. 어차피 이날 무승부가 아니었더라도 레스터와의 승점을 뒤집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카자키처럼 시즌 내내 주전으로 활약한 것도 아닌 손흥민으로서는 팀이 우승했다고 해도 팀동료들에게 묻어간 것 이상의 평가는 받기 어려웠다.

대신 시즌 막바지에 골맛을 보며 컨디션과 자신감을 끌어올린 것은 아직 성장 중인 손흥민에게 좋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손흥민은 아직 젊다. 올 시즌이 끝난 후에도 리우올림픽 와일드카드 출전과 하반기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등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첫 시즌은 오카자키에게 한 발 밀렸지만 만회할 시간은 앞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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