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 구할 토종 슈퍼히어로 어디 없나요?"

이정현 2016. 5. 5. 12:3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캡틴아메리카 시빌워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어린이날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으려던 직장인 A는 인터넷 예매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만화영화를 좋아하는 일곱 살 아들에게 이왕이면 우리나라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상영관을 찾기 어려웠다. 대신 슈퍼히어로의 활약을 담은 12세 관람가 영화가 대부분의 상영관을 차지하고 있었다. 보호자와 함께하면 관람이 가능했으나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이날을 맞아 극장가에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관객을 맞을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디즈니에서 만든 마블스튜디오 슈퍼히어로 영화에 밀려 국내 토종 창작 애니메이션이 설 자리를 잃었다. 애니메이션 최고 성수기인데 정작 우리 애니메이션은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올해 어린이날을 맞아 개봉하는 토종 애니메이션은 ‘안녕 자두야’ 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이 같은 흐름은 매년 이어진다. 지난해 ‘다이노 타임’가 개봉했으나 누적관객 23만 명으로 성적이 신통찮았고 이전에도 찾기 어렵다. 간혹 일본이나 제3세계 애니메이션이 눈에 띄는 정도다.

◇슈퍼히어로 천국 된 어린이날

빈자리는 슈퍼히어로가 채웠다. 2012년 ‘어벤져스’, 2013년 ‘아이언맨3’, 작년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 어린이날 극장가를 휩쓸었다. 올해는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가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위 작품들은 많게는 1000만, 적어도 수백만 관객을 동원했다.

4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매직브러시’도 디즈니의 색이 묻었다. 그리는 것은 무엇이든 살아 움직이게 되는 마법의 붓을 둘러싼 모험을 다룬 중국 전래동화 ‘마량의 신기한 붓’을 모티프로 삼았다. 월트디즈니 차이나로부터 시나리오에서 캐릭터 디자인, 3D 효과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아 제작됐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TV 방영시리즈의 극장판 제작에 초점이 맞춰졌다. 2012년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은 전국 92만 명의 관객이 봤다. 2015년 개봉한 ‘뽀로로 극장판 컴퓨터 왕국 대모험’도 45만 명이 드는 등 반응이 좋았다. ‘뽀로로’가 성공한 후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은 뒷전으로 물러났다.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즐길 작품군은 찾아보기 힘들다.

김원규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국장은 “한국 애니메이션은 극장용보다는 TV방송용에 초점이 맞춰졌건 것이 사실”이라며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제작비에 비해 예상되는 수익이 크지 않아 투자가 꺼려지는 지점이 있다. 하지만 방송 애니메이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만큼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이 돌파구가 될 수 있을것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직브러시
◇제자리걸음 중인 국산 토종 애니메이션 제작환경

어린이날 극장가를 바라보는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 관계자들의 마음이 착잡하다. 애니메이션 최고 성수기가 남의 잔치가 된 지 오래다. ‘마당을 나온 암탉’ ‘파닥파닥’ 이후 순수 창작 토종애니메이션은 사실상 명맥이 끊겼다. 2014년 ‘겨울왕국’이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 애니메이션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됐으나 한국 영화계는 아직 제자리걸음이다. ‘애니 왕국’ 미국과 꾸준히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내놓는 일본,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중국 등 주변국들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2011년 이후 5000억 원 대에서 답보 상태다. 업계에서는 어린이 전용 애니메이션에서 발전해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를 수 있는 작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키덜트 문화 발전으로 시장 잠재력이 넓어진 만큼 이를 공약해야한다는 것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2018년 개봉을 목표로 순수 창작 3D 애니메이션 ‘동물원 꼬마의 모험’(감독 최현명)을 제작하고 있다. 현재 시나리오 검토를 완료하고 캐릭터 설정을 마친 상태다. 그는 “한국 영화계는 실사 영화에 비해 극장용 애니메이션 제작이 비정상적으로 적은 기형상태다”며 “영화 강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양한 작품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순수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라며 “중국 등 외국 자본과 공동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으나 이에 앞서 공공기관의 투자와 지원, 그리고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역설했다.

마당을나온암탉

이정현 (seiji@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