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홈런' 클래스는 기회를 탓하지 않는다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2016. 5. 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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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누가 이 선수를 백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은 기회를 부여받았음에도 조용히 제 자리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리고 나오면 기대 이상의 몫을 해내며 모두를 놀라게 만든다. 시즌 3호와 4호 홈런을 연달아 쳐낸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다.

이대호는 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O.co 콜리세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2016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원정경기에 선발 8번 겸 1루수로 나와 6회와 7회, 연타석 홈런을 쳐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날 상대 오클랜드에서는 좌완 션 머나야를 내보냈다. 시애틀 스콧 서비스 감독은 상대가 우완 투수인 경우는 주전 1루수인 애덤 린드를, 좌완 투수인 경우는 이대호를 내보내는 플래툰 시스템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말이 플래툰이지 결국 이대호의 현재 팀에서의 위치는 '좌완 대비용 백업'이다. 애덤 린드가 좌투수에 유난히 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기에 생각한 대비책이었다. 자연스레 이대호의 출전 기회는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대호는 14경기 출전에 그쳤다. 실제로 좌완에 강했다. 이대호는 좌완 투수 상대로 타율2할8푼7리를 기록했지만, 우완 투수 상대로는 타율이 2할에 머물렀다. OPS(장타율+출루율) 역시 차이가 컸다. 좌완은 0.961, 우완은 0.400이었다.

하지만 이날 이대호는 오히려 상대 투수가 우완으로 바뀌자 탄력을 받았다. 좌완 션 마네아를 상대로 두 타석은 모두 침묵을 지켰지만, 교체된 우완 라이언 덜의 초구인 91마일(시속 146km)짜리 직구를 그대로 공략, 중월 홈런을 쳐냈다.

두 번째 홈런 역시 상대투수가 우완이었다. 존 옥스퍼드의 95마일(시속 153km)짜리 공을 그대로 잡아당겨서 좌월 역전 2점 홈런을 기록했다. 2개의 홈런 모두 우완을 상대로 날렸다는 점에서 이대호는 좌완' 백업'이 아닌 우완을 상대로도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는 실력의 결과물을 보란듯이 내놓았다.

한국과 일본에서 뛰며 이미 '탈아시아'급 선수로 활약했던 이대호다. 도전을 멈추지 않고 더 큰 무대인 미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바닥부터 다시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합류가 담보되지 않는 스플릿 계약의 마이너리그 초청 선수 신분 자격으로 미국에 왔다.

하지만 실력으로 엔트리에 남았다. 시련은 이어졌다.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미국에서는 말 그대로 평범한 선수였다. 벤치를 지켰다. 항상 4번을 비롯해 중심타선에서만 쳤던 이대호지만,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한 선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대호는 자신의 클래스를 믿고 제한된 기회에서 스스로 타격감을 유지하고 날카롭게 세웠다.

그리고 이날 결과를 만들어냈다. 시애틀도 이제는 이대호의 진짜 실력을 알고 있다. 보여지는 기록만 봐도 1홈런에 타율 2할에 그치는 애덤 린드에 비해 이대호는 2할8푼1리 4홈런이다. 클래스는 기회를 탓하지 않는다. 스스로 만들어내고 입증한다. 그게 바로 이대호다.

스포츠한국 김성태 기자 dkryuji@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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